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학교에서 ‘선생님’은 사라지게 되는 건가요? 부르는 이름으로 정체성이 부여되는 것인데...”

오늘(8일)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서울교육 조직문화 혁신방안' 가운데 ‘수평적 호칭제’ 도입을 두고 교사들이 ‘황당’하고 ‘어이없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sns 의견과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학교’라는 명칭을 없애는 것부터 하라 등 격한 반응부터 요즘 아이들은 이미 교사를 너무 수평적으로 생각하는 데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결국은 제왕적 교장제도가 문제인 것 아닌가. 왜 죄 없는 선생님 호칭을 문제 삼는가 등등…

교육청은 정말 교사들이 이런 반응을 내 놓을지 모르고 정책을 발표한 것인지 궁금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TF를 구성해 정책을 마련했다고 한다. 하지만 교사들이 구성원에 있었냐는 질문에는 대답을 얼버무렸다. 결국 현장의견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은 설익은 정책을, 교육감이 강조한 정책이니 일단 만들어 냈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조희연 교육감은 왜 호칭으로 '수평적 문화'를 이루겠다고 한 것일까. 짐작컨대 요즘 학교에는 각종 호칭이 난무한다. 학교내 직종이 다양해지면서 호칭을 두고 “◯◯ 아니고 선생님으로 불러 주세요.”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회자되는 등 '호칭'이 직종간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결이 조금 다르지만, 최근 교총에서는 교감 명칭을 ‘부교장’으로 바꾸자고 했다. 일제 잔재라는 지적과 함께 지난 2014년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흐지부지됐던 이 호칭을 지난해 다시 법개정까지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부교장’ 호칭이 공감을 얻기에는 힘에 부쳐 보인다. 

왜 그럴까. 호칭은 문화를 반영한다. 문화를 인위적으로 바꾼다고 변화가 이뤄질까. 의도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설익은 정책은 반발을 부를 뿐이다. 언어가 사고를 규정한다는 말이 있지만, 조직의 변화 없이 언어를 바꾼다고 사고는 바뀌지 않는다. 겉모습이 바뀐다고 속이 달라지지는 않는 것처럼. 

그리고 또 하나. 선생님은 안 되는 데 ‘쌤’은 되는 이유를 교육청은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네이버 오픈사전과 위키백과에 따르면, ‘쌤’은 대구 방언이다. 또 선생님을 친근하게 줄여서 부르는 말 또는 낮춰 부르는 말이라고 정의돼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18일까지 현장 의견을 수렴해 2월 중 구체적 계획을 내놓겠다고 했다. 그러나 교사들은 “의무는 아니지만 ‘일단은’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하겠다로 뜻으로 읽힌다”고 해석한다. 굳이 호칭을 바꿔야 한다면 교장, 교감, 부장, 교사, 보건교사, 영양교사 모두 다 ‘선생님’이면 충분하지 않은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