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초등교과서 검정화? "교과서는 잡지가 아니다"
[기고] 초등교과서 검정화? "교과서는 잡지가 아니다"
  • 지준호 기자
  • 승인 2019.01.08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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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관점 "교과용 지도서, 교사의 학문적 지적 총량으로 해결해야"
초등교과서 "성인들 이념의 놀이터가 되면 안 돼"
보수, 진보 간 견해 차 있는 만큼 고민 거듭해야
김기연 전 평택교육지원청 교육장
김기연 전 평택교육지원청 교육장

교육부는 초등학교 3~4학년은 2022년부터, 5~6학년은 2023년부터 국정에서 검정교과서로 전환한다고 행정 예고하였다. ‘국가가 주는 하나의 관점이 아니라 하나를 놓고 여러 방향에서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교과서들이 필요하다’면서 이번 개편안을 설명하고 있다.

전술한 내용은 상당히 위험한 함의를 내포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회과목의 경우, 증류수 같은 초등학생에게 이념적 해석의 편차로 인한 학교 현장의 혼란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이다. 이는 2016년 역사 교과서 파동이 방증한다. 당시 중학교 9종류, 고등학교 8종류가 있는데 학교 현장에서 채택을 두고 특정 이념의 편향성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다 기억하고 있다. 아직도 찬성과 반대 양쪽의 의견 대립이 매우 팽팽한 상황이 진행형이지 않은가?

심리·정서적으로 미성숙한 초등학생의 경우 ‘초두효과(상반되는 정보가 시간 간격을 두고 주어지면, 초기정보가 후기정보보다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의 역기능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른바 ‘하나의 관점에 여러 방향의 설명’은 교과서가 아닌 교사용 지도서와 교사의 학문적 지적 총량으로 해결할 사안이지 교과서로 해결할 사안이 아니다. 특히 정립되지 않은 관점에 대한 해석의 다양성은 학술단체와 고등교육에서 학문적 논쟁의 사안이지 초등교과서의 내용은 결코 아니라고 본다.

현행 교과서 공급체계는 국정, 검정, 인정으로 나눈다. 정부가 저작권을 갖는 국정교과서와 달리 검정교과서는 출판사와 집필진이 저작권을 갖고, 한국 교육과정 평가원이 심사한다. 인정교과서는 교육감이나 출판사가 저작권을 갖고 시·도 교육감이 심의한다.

현재 17개 시·도 교육감 중 14명이 좌파성향으로 이 가운데 10명은 전교조 출신으로 가히 좌파교육 전성시대다. 이렇다 보니 사실상 교육감이 발행권을 가진 현행 인정교과서도 객관적이고 타당한 내용보다는 교육감의 구미에 맞는 편향성으로 현장 교사들과 학부모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교육부는 정치적으로 표백되고 이념적으로 폐쇄공간이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교육부장관의 임기는 길어봐야 1~2년이다. 교육부 당국자의 설명대로 관점해석의 다양성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을 거두기 바란다. 그 둔각적 표현의 뒷면에 숨은 예각적 표현의 의도를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교육부는 2013년 11월 한국사 검정교과서 발행과 관련해 829건의 수정 지시를 했는데 일부 출판사가 남북문제 관련 등 41건에 대한 보완을 거부하면서 수정 명령이 내려졌다. 하지만 일부 집필진은 수정 명령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이 2016년 이를 기각하면서 논란이 일단락된 사례가 있다.

생애 최초로 접하는 초등학교 교과서가 성인들 이념의 놀이터로 전락하는 우(愚)를 범한다면 이는 교육적이지도 않고 교육자의 양심은 더더욱 아니라고 본다. 나아가 검정교과서는 그동안 논란이 됐던 ‘수정 지시’와 ‘수정 명령’을 각각 ‘수정 권고’와 ‘수정 요청’으로 완화한다고 한다.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

교과서가 시중의 잡지인가? 수학·과학과 달리 사회과목의 경우 진보·보수진영에서 견해차가 있는 만큼 교육부의 신중한 고민과 천착(穿鑿)을 요구한다.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이기 전에 국가 차원의 중대사다.

지준호 기자  casaji97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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