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사노조 “초등학생에 어른용 젓가락 사용 강요는 인권침해”
교육부‧서울교육청에 아동용 수저 제공 촉구...국민청원 등 예고

사진=픽사베이

초등 1~2학년 학생들의 급식 시간. 학생들은 젓가락을 식탁이나 책상위에 놓아두고 숟가락만으로 밥과 반찬을 먹는다. 왜 그럴까. 학교의 젓가락이 너무 길고 무겁기 때문이다. 젓가락을 사용하더라도 11자 형태 젓가락질을 하지 못하고 X자 형태의 젓가락질을 한다. 젓가락의 윗부분을 잡지 못하고 간신히 젓가락 가운데를 잡고 반찬을 집는다.

현재 전국 5000여개 대부분 초등교에서 사용되고 있는 숟가락은 20~22cm, 젓가락은 21~22cm. 교직원들과 1~6학년 학생들이 동일한 수저를 사용하고 있다. 반면 시중에서 이용되고 있는 아동용 숟가락은 15~17cm, 젓가락은16~18cm다. 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는 수저와 아동용 수저가 5cm의 차이가 있다.

서울교사노조가 초등학생에게 아동용 수저 제공을 요구하고 나섰다.

10일 서울교사노조에 따르면, 현재 초등학교 책걸상 높이는 학년별로 다르고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초등 저학년 신체를 고려한 화장실 환경개선 공사를 하는 등 시설이 초등학생들의 신체에 맞춰 변화하고 있지만 수저는 여기서 예외라고 지적했다.

서울교사노조는 “왜 학교의 학생들은 자신들의 신체조건에 맞는 수저를 제공받지 못하고 어른의 신체조건에 맞는 수저로 불편한 식사를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러한 상황이 아동 인권 침해의 소지는 없는지 따져볼 일”이라고 지적했다.

일부지만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서도 유치원생에게 어른용 젓가락을 사용하고 있다. 인천의 한 초등 병설유치원 A교사는 "우리 유치원에도 초등학생과 똑같은 크기의 젓가락이 급식 시간에 사용되는데, 바로 어른용 젓가락"이라면서 "그래서 포크 등을 집에서 갖고 오도록 학부모에게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S초등학교는 1~2학년에게 작은 젓가락, 나머지 학년은 작은 젓가락과 큰 젓가락 가운데 하나를 고르도록 하고 있다. 학생들 손 크기에 젓가락 크기를 맞춘 것이다.

이 학교 관계자는 "의사표현을 명확하게 할 수 없는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유치원생에게 어른 수저만을 제공해 밥을 먹도록 하는 것은 학생들에 대한 폭력이자 인권침해"라면서 "우리 학교 상황을 볼 때 작은 젓가락을 제공한다고 돈이 훨씬 많이 들거나 급식관리가 어려운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교사노조 박근병 위원장은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초등학생에게 아동용 수저를 빠른 시일 안에 제공해야 한다”면서 “전국 수백만 초등학생들의 고사리 손에 커다란 어른 수저만을 강요하는 일이 하루 속히 사라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서울교사노조는 서울시육청 정책협의회, 교사노조연맹을 통한 교육부와의 교섭 및 정책협의회, 학부모단체 및 교원단체와의 연대를 통한 서명과 국민청원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동안 서울교사노조는 GMO 없는 친환경무상급식, 교실마다 공기정화시설 배치, 일반관공서 수준의 학교청소예산 확보를 3대 주요 정책으로 삼아 시교육청과 교섭을 진행, 초등 1,2학년 교실 청소용역비 지원을 이끌어 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