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국내 교육 문제 해결의 '키'
'교육과정 대강화', '학교자치', '평가 공정성' 확보에 최적

박제원 전주 완산고 교사
박제원 전주 완산고 교사

IB 교육과정과 국가교육과정 대강화

새해 들어와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교육과정 도입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현재 진보교육감인 제주교육청과 보수교육감인 대구교육청이 시행기관인 IBO(국제바칼로레아기구)와 합의하고 한글화 작업을 하겠다고 조율하는 정도로, 교육과정이나 대입자격고사로 도입되지도 않았는데 찬반을 둘러싼 갈등이 만만치 않다. 전교조 제주지부와 대구 지부는 “무리한 도입”이라고 반대한다. 이처럼 시작부터 갈등이 큰 것은 IB가 초중고의 ‘교육과정-수업-평가’ 및 '대학진학'에 끼칠 파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IB교육과정은 긍정적인 면이 많다. IB에 대해 일부 교사들은 “일본이 교육과정으로 IB를 도입하니까 깊게 분석하지도 않고 무조건 따라가려고 한다”라거나 “소위 특권계층이나 엘리트만을 위한 교육을 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의심하며 비판하지만 그렇지 않다.

유행가를 따라 부르듯이 4차산업혁명이나 주변국의 교육동향이라는 시류에 추종하려는 것이 아니다.

교사들이 그동안 ‘교사 패싱(교사의 전문성을 무시하는 정책결정과정)’이라고까지 하면서 지적해왔던

‘교육희망’과 ‘한국사회의 고질병 대입문제를 둘러싼 지역 간, 계층 간의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즉 국민들이 교육문제에 대해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 각자의 의견만 고집하며, 상대의 말을 경청하지 않고 합의하지 못하는 상황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 까닭은 IB가 국가교육과정인 2015 개정교육과정과 유사하며 나아가 국가교육과정이 각 지역이나 학생의 특성을 더욱 고려해야 한다는 ‘국가교육과정의 대강화’에도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세 가지 차원에서 설명하겠다.

교과 간 통합수업 실현: 성취 기준과 수준 교사가 만들어 교과서 지배서 벗어나

첫째, 교육과정과 관련해 2015 개정교육과정은 그 비전을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의 양성’이라고 규정하는데 교과 간 통합수업은 근본적이다.

학교에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간 학문적이든 초학문적이든 서로 다른 교과 간의 핵심개념을 연관해 사고하는 훈련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IB교육과정은 그처럼 설계되어있다. 가령 ‘초등프로그램(PYP)’, ‘중학교프로그램(MYP)’은 복수교과간의 통합교육을 지향하며 ‘고등학교프로그램(DP)에서는 교과중심의 성격이 강해지지만 이를 융합적인 지식론(Theory of Knowledge, TOK)과 과제논문(Extended Essay, EE)으로 보완하고 있다.

또한 교육과정을 둘러싼 여러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 그 모습은 크게 2가지로, ’각 학제의 수업과 평가에서 국가교육과정이 요구하는 성취기준과 성취수준을 따라야 하느냐?‘와 ’교과서 발행제도‘에 대한 것이다.

IB는 ’성취기준’이 없다. 따라서 모든 학생이 도달해야 할 똑같은 ‘성취수준’도 없다. 즉 학생의 지식과 기능수준의 차이를 인정하고 개인별, 교과별, 수준별 수업을 가능하게 한다. 더구나 수업자료로서 교과서의 제약에서도 완전하게 벗어날 수 있다. ‘교과서가 국정인가, 검인정인가, 자유발행제인가’가 무의미해진다. 나아가 꼭 교과서로 가르쳐야 할 필요도 없다. ‘교과서 진도 나가기’ 식의 수업 문제도 사라진다.

결국 가장 진보적인 교사들이 주장하듯이 교사가 ‘교육과정의 편성권’을 갖는 ‘국가교육과정의 대강화’를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교육과정이다. 그뿐 아니다. 교사가 수업자료를 연구할 동기를 갖게 되니 교사의 교수학습 질이 향상될 수 있으며 교사협업과 학습공동체의 실질적 기반으로 작동한다.

학생참여형 수업 실현으로 학력저하 문제 해결

둘째, 수업과 관련해 2015 개정교육과정과 새로운 학력이 추구하는 ‘학생 참여형 수업’을 지향하면서도 ‘학생 중심형수업’에 매몰되지 않고 조화를 이룰 수 있다.

IB교육과정의 수업모델은 ‘질문-학습활동-성찰’의 3단계로 구성되어 있는데 학생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경우에 수업이 이루어질 수 없다. 더구나 학생이 개념을 명료하고 깊게 이해하기 위해 핵심개념에 대한 학습이 이루어진 후에 바로 평가가 이루어지는 ‘백워드 설계에 기반한 수업(이해중심교육과정)’을 하여 무엇보다 수업목표가 중요해지기에 핵심 개념 중심의 깊이 있는 수업으로 비판적 사고력을 함양할 수 있다.

게다가 교과 간 통합이 ‘개념중심의 융합’으로 새로운 학력에서의 통합교과적 수업이 주로 기능중심으로 수행되고 지식을 소홀히 한 까닭에 기초학력 미달학생이 늘어나고 학력이 저하되었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과정중심평가 실현...학생 개인별 성장 추구

셋째, 평가와 관련해 교육과정이 권장하는 ‘과정중심평가(형성평가)’를 실질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 과정중심평가를 지향하는 취지는 어떤 학생이든지 교육목표에 이르도록 하는 교수학습이 중요하며 평가를 통해 성장이 이루어졌는가를 보려는 것이다. 즉 각자의 차이를 인정하고 수업이 학생들에게 각자의 다른 성장에 기여하도록 하는 데 있다.

IB는 이에 부합한다. IB의 경우에 주어진 6개 영역에서 학생이 원하는 수준을 스스로 선택한다. 심지어 IBDP(고등학교 과정)에서 필수적인 논문의 주제도 자유롭게 정한다. 각 학생에게 맞춤형 학습이 이루어지게 함으로써 그동안 진보진영에서 제기한 “평가가 총괄평가로 치러질 경우에는 줄을 세운다”는 비판도 해결할 수 있다.

더구나 내부평가(학교내신고사, 20%) 및 외부평가(졸업고사, 80%)가 모두 절대평가이며 내부평가도 ‘평가 기준 조정과정’을 통해 성적 부풀리기를 예방함으로써 학교 간의 내신불공정성도 예방할 수 있다. 즉 평가가 교육목표에 도달하는 수준을 측정하고 보완하는 고유한 기능을 벗어나서 ‘점수 1점 더 따기’라는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IB "교육과정 대강화, 학교자치, 평가 공정성 확보에 최적"

지금까지 교사나 국민의 교육에 대한 관점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오직 교육과정과 관련지어 말했듯이 IB교육과정은 교사들이 문재인 정권마저 비난하면서까지 서두르려고 했던 여러 교육목표를 성취할 수 있는 구체적인 교육과정이다. 더구나 대입과 관련해 국민적 통합을 해치고 분열의 격차를 벌리는 평가의 공정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객관식 수능고사는 4차산업혁명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폐지하거나 서술형, 논술형 형태로 바꿔야 한다’는 교육적 여론에도 부응한다.

그런데도 현장에서는 일부 교사들과 심지어 진보적인 교사들마저 IB를 ‘귀족교육’, “일본에서 도입하기로 했지만 도입한 학교 수가 많지 않거나 통계치가 다르다”, “한국 교육과정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배척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그동안 전교조를 비롯한 진보적인 교사들이 ‘교육과정의 대강화’와 ‘학교자치’를 말했으면서도

IB교육과정을 부정하는 것은 모순적이다.

그러나 한국교총을 비롯한 보수진영이 반대한다면 ‘교육논리의 일관성’이라는 측면에서 수긍할 수 있다. 그동안 엄격한 국가교육과정을 비롯해 IB교육과정과 상반되는 교육을 따르고, 지키자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나아가 IB교육과정에 긍정적인 교사나 교육청이 “모든 학교에 동시에 IB교육과정을 도입하자”고 주장하지도 않고 특성상 지금보다 사교육이 성행할 것이라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 IB는 그 특성상 집단적이고 유사한 문제 풀이 위주의 학습지 시장으로 전화될 수 없다.

채점의 공정성 문제는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굳이 IB를 말하지 않더라도 대학별 고사인 논술고사나 취업에서의 ‘직무능력 인증시험’에 대한 채점은 온라인으로 하고 있으며 ‘논리적 일관성이 있는 정답과 유사한 답안(스파이 답안)’과 비교를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공신력이 확보된다. 더구나 채점자간에 교차채점에서 그 결과가 큰 차이가 나면 제 3자가 채점함으로써 채점의 신뢰성을 높인다. 결국 채점이 일관적으로 이루어져서 고질적인 한국사회의 시험에 대한 공정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IB 도입 "장점이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아"

완전한 교육과정은 없다. 그러나 IB가 그동안 우리 교육의 문제라고 지적해왔던 여러 사안에 대해 가장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교육과정이라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다. 물론 어떤 속도로 IB과정을 추진하고 어떤 학교부터 시작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소통과 협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기존 한국사회의 교육문제를 계속 지적하면서 그 문제를 상당 폭 해결하는 IB교육과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것은 답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질병을 해결하는 어떤 약이든 문제는 있다. 그런데 우리가 어떤 대상을 치료제인 ‘약’이라고 하고 질병에 쓰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가 아니라 부작용이 있지만 그것을 상쇄하고 남을 정도로 장점이 무척 많다는 말이다.

좋은 국가나 인간다운 사회는 국가적이고 사회적인 정책을 구상하고 집행할 경우에 장점이 적고 부작용이 큰 것을 채택하지 않는다. 또한 장점만으로 구성된 정책은 없기 때문에 그와 같은 정책을 만든다고 국민에게 약속하지 않는다.

국가권력자나 집단의 정책결정권자가 숫자적 무리를 배경으로 ‘완전무결한 정책’이라고 말하는 것은

속여서라도 국민위에 군림하거나 비민주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겠다는 것이다.

국가와 집단 리더의 역량은 선택 가능한 여러 대안 중에서 합리적이고 그래도 다수가 공정하다고 여기는 사안을 선택하는 데 있지, 신이 내리는 흠 없는 축복을 기대하거나 그와 비슷한 것을 맹목적으로 구안하는 데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