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50명 예상, 500명 넘으면 한글화 과목 늘리겠다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지난 11일 청주교대에서 열린 '제29회 학교와 수업 연구 학술대회'에 참여해 IB 교육과정 도입의 필요성과 추진 과정을 발표했다. 사진은 일본의 IB 도입 현황을 설명하는 모습. 사진=지준호기자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지난 11일 청주교대에서 열린 '제29회 학교와 수업 연구 학술대회'에 참여해 IB 교육과정 도입의 필요성과 추진 과정을 발표했다. 사진은 일본의 IB 도입 현황을 설명하는 모습. 사진=지준호기자

토론식 수업과 논술형 절대평가를 지향하는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가 2023년 대입 시험 적용을 목표로 계약을 맺고 운영될 예정이다. 1차 수험생은 150명 정도로 예상하며 500명이 넘을 경우 한글화 과목을 늘릴 계획이다.

지난 11일 청주교사교육포럼은 청주교대에서 ‘제29회 학교와 수업 연구 학술대회’를 열고 IB 도입과 진행 절차, 운영에 관한 내용을 다뤘다.

학술대회에서는 국내 IB 도입을 진두지휘하는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이 ‘왜 IB인가’를 주제로, 겐지 다카기시(Kenji TAKAGISHI) 일본 고치현 교육청 부교육감은 '일본 공립학교 도입 의미와 과제'를, 이범 교육평론가는 'IB교육과정과 대입'을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이혜정 소장은 “국제학교에 다니는 큰아이가 IB 교육과정으로 수업을 들었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니 우리나라 미래 교육을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하던 중 일본에서 공교육에의 도입을 추진하는 것을 알게 됐다”며 “우리 공교육에도 들여오면 교육 혁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에 도입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일본, 국가수준에서 IB 도입 추진...2020년 수능 대체 새 평가 시스템 도입

일본은 지난 2013년 잃어버린 20년을 되찾기 위해 아베신조 총리가 교육재생을 선언하고 국가교육재생 실행위원회를 설립했다. ‘모든 국민이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에 눈을 뜨고 학습 기회를 갖는 것’을 목표로 IB 도입을 추진했다. 2020년 수능을 폐지하고 IB의 서술형 평가 등을 참고해 새로운 평가시스템(서술형평가 등)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0개 학교에 IB를 도입하는 것을 국무회의 결정사항으로 처리했다.

국가가 나서 교육 문제를 국가미래 전략으로 삼고 추진함에 따라 2018년 8월 현재 59개 학교 84개 프로그램이 인증을 통과했으며 인증관심학교까지 총 134개교가 도입을 추진 중이다.

IB에서는 사범대학부속 초중고교 등 초중고가 함께 있는 학교의 경우 1개 학교로 간주한다. 일본이 59개 학교에서 인증을 받았지만 학교급별로 분리하면 총 84개 학교가 인증을 통과한 상황이다.

교사 평가권 침해 비판에 "특히 높거나 낮은 점수 조정해 오히려 공정" 주장 

교육과정, 성취기준과 평가지표 등 수업과 관련한 세부 사항을 교사가 직접 기획·설계한다. 이를 위해 교과서를 선정할 수도 있고 교과서 없이 수업을 진행할 수도 있다. 이 소장은 “교사에게 교육활동의 기회와 권한을 더욱 더 폭넓게 보장하는 체제”라며 “교사의 자율성을 대폭 강화하는 데 안성맞춤의 제도”라고 설명했다.

IB의 평가는 Internal 과 External로 나뉜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Internal 평가를 내신으로, External 평가는 입시로 구분하기도 한다. Internal 평가에서 교사는 자신이 가르친 아이들을 직접 평가한다. IB에서는 평가기준을 대강화하고 있다. 교사는 대강화한 평가 기준을 참고해 세부 평가 기준 등 평가와 관련한 모든 사항을 교사가 정할 수 있다.

다만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표적으로 몇몇 평가지를 IBO 본부 채점 센터에서 모니터링하고, 같은 평가지의 점수가 다른 평가위원들보다 특별히 높거나 낮을 경우 점수 조정 과정을 거친다. 이 경우 평가자가 평가한 모든 평가지에 대한 조정이 생기므로 평가자는 심혈을 기울여 평가에 임할 수밖에 없다.

이 소장은 "이러한 평가 시스템이 IB의 평가 공정성을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평가시스템을 두고 일부에서 교사의 평가권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이 소장은 “주관적 평가의 경우 점수 몰아주기 등 현상을 방지해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절차”라며 “한글화 평가를 위해 양성한 한국인 채점관을 평가에 투입해 한국어 시험의 공정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입시라 불리는 External 평가는 IBO 본부에 평가지를 보내 전 세계에서 한국어가 가능한 채점관이 교차 평가를 한다.

한국인 채점관 양성, 교사 연수로 IB 전문가 배출..."연수 비용 세계 절반 수준 협의 중"

한국어 평가지 평가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올해부터 한국인 교사의 채점관 양성에 나선다. IBO 본부는 전국 각 지역청에서 영어 가능한 교사를 추천받아 집중 훈련을 시행, 올 하반기 영어권 채점에 투입하고, 여기서 검증된 채점관들을 2023년 한국어 시험 채점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IB반을 운영하고자 하는 교사를 위해 교원 연수 프로그램을 전국적으로 가동할 예정이다. IBO 연수는 전 세계에서 열리나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열린적이 없다. 때문에 기존 국내 IB 도입 학교의 교사들은 해외로 나가 연수를 받아야 해 비용 부담이 있었다.

이에 이 소장은 "IBO 연수를 국내에서 개최해 연수비용을 줄일 계획"이라며 "세계 절반 수준으로 IBO와 협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교육청마다 책정돼 있는 기존 교원 연수 예산의 일부를 사용하게 되므로 별도의 큰 재정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알렸다.

한편 IB 도입을 위한 IBO와의 계약은 올 3월내에 체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구교육청의 도입 과정을 발표한 백채경 장학관은 “올해 초중고 9개교를 시범학교로 운영하기 위해 신청받고 있다. 이를 위해 3월내에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라며 “시범학교를 거쳐 IB의 공식인증을 받기까지 2년여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지속해서 수업 방법을 개선하고 평가의 공정성을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이 소장의 발표에 의하면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 중 객관식 상대평가로 입시를 치르는 국가는 일본과 우리나라밖에 없다. 일본은 2020학년도 입시부터 논술형 절대평가로 전환하기 위해 IB를 도입한 만큼 일본의 변화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일본 고치현  겐지 다카기시 부교육감은 이날 특강에서 "IB의 공립학교 도입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참조>    

이 소장은 “2023년 대입 시험에 졸업자를 내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며 “IB 도입으로 국내 입시 패러다임이 논술형 절대평가로 변화해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과 평가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