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여성 국회의원 ‘조재범 성폭력 사태 근본대책 마련 긴급 토론회’
정용철 서강대 교수 "전 국민이 체육계 성폭력 발본색원 해 달라"

더불어민주당 여성 국회의원 일동은 16일 국회 제1세미나실에서 주최한 ‘조재범 성폭력 사태 근본 대책 마련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용철 교수(오른쪽 세번째)는 발제로 나서 "스포츠계 미투가 들불처럼 일어나길 바란다"고 소망을 전했다. 사진제공=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더불어민주당 여성 국회의원 일동은 16일 국회 제1세미나실에서 주최한 ‘조재범 성폭력 사태 근본 대책 마련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용철 교수(오른쪽 세번째)는 발제로 나서 "스포츠계 미투가 들불처럼 일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에듀인뉴스=지준호 기자] “체육계 성폭력,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구조적 문제다”, “체육계의 관행과 성문화가 이번 사건의 본질이다”

정용철 서강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16일 더불어민주당 여성 국회의원 일동이 국회 제1세미나실에서 주최한 ‘조재범 성폭력 사태 근본 대책 마련 긴급 토론회’에 나서 최근 공론화된 체육계 성폭행 문제에 대해 작심하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정 교수는 “2014년 당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이 없었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진천 선수촌 방문을 하지 않았다면, 그 순간 쇼트트랙 주장이었던 심석희 선수의 선수촌 이탈이 없었다면 지금의 조재범 성폭행 의혹 사건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며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조재범 코치는 당시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의 여제자 성추행 사건이 터져 공석이 된 장비 담당 코치로 선임됐다. 이때부터 심석희 선수는 4년간 지속적인 성폭행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를 두고 정 교수는 “성추행 사건으로 생긴 자리에 새로 선임된 코치가 똑같은 짓을 반복한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조재범 성폭행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그동안 누적된 구조적 문제에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지도자는 절대자...침묵하든 발설하든 고통은 '피해자 몫'

그는 어린 선수에게 지도자는 절대적인 권력자라고 설명했다. 외부의 시선이 차단된 훈련 공간에서 어린 시절부터 운동을 해 온 선수의 목표는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되어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밖에 없다는 현실을 짚었다.

“학창시절부터 운동을 한 선수에게 육체적 정신적 한계가 오면 지도자는 폭언과 구타를 사용한다. ‘다 너 잘 되라고 그러는 거야’라고 위로하며 울면서 무너지는 선수를 안고 쓰다듬는다.”

그는 “피해자인 선수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은 가슴에 묻고 침묵하든가, 이를 악물고 목소리를 내든가 두 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침묵을 선택하면 평생 그들의 가슴이 멍들고, 발설을 선택하면 그들의 인생이 망가진다”며 “어느 방법도 선수를 위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묵인, 방조, 공조..."체육계 관행과 성문화가 사건의 본질"

지난해 사회 전반적으로 미투 운동이 일었을 때도 체육계는 조용했다. 정 교수는 이에 대해 “선수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절대적 권력을 행사하는 코치와 감독,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차단된 폐쇄적인 합숙소와 훈련장, 사고가 났을 때 묵인과 방조 그리고 공조하는 침묵의 카르텔이 원인”이라며 “체육계의 관행과 성문화가 오히려 이번 사건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또 “2016년 여성가족부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폭력 사건을 경찰에 신고하는 비율은 1.9%에 불과하다. 그런데 같은 해 법무연수원 범죄백서에는 성폭력 피해사건의 불기소 비율은 51.6%로 가장 높다”며 “피해자가 고통을 삼키고 목소리를 내도 아무도 듣지 않거나 들어도 행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걸 잃은 각오로 용기를 낸 심석희 선수의 고발이 스포츠계 미투로 번지길 바란다”며 “더 이상 체육계에 성폭력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전 국민이 발본색원 해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