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초등 현장 평가 사례를 통해 본 'IB 도입의 고찰'

방희건 경기 연성초등학교 교사
방희건 경기 연성초등학교 교사

근래 대학 입시 방식에 있어서 학생부종합전형(이른바 학종 또는 다양한 형태의 수시) 및 수학능력평가(이른바 정시)에 대한 비교가 교육계에서의 뜨거운 감자였다고 한다면, 또 다른 대안으로서 IB(일명 바칼로레아)도 제안되고 있다.

이상의 사항들을 ‘평가’라고 뭉뚱그려 논점으로 잡아본다면, 그리고 이 칼럼의 시작이 지난 11일 청주교대 학술대회(한국 수업과 평가혁신-IB)와 관련된 한 칼럼의 한 댓글에서 기반한 글임을 고려한다면, 지난 10년간 학교현장에서는 어떠한 평가가 이루어졌는지, 그에 대해 전문가(현장 교사)의 질적 연구 사례를 볼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 아래의 사례‘들’을 소개한다. 특히 초등교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평가방식’을 논점으로 삼고자 한다.

사례1(C지역 초등 2학년 교사) : 오늘도 구구단 7단이 안 되는 학생을 여럿 남겼다. 숙제도 내고 격려도 하니 어떤 친구들은 정말 조금씩 나아진다. 그래도, 하나하나 외우고 스파크 테스트(3X7=?과 같은 즉석 시험)를 해낼 때 마다 '씨익' 웃으며 집에 가는 아가들 덕에 격려가 된다. 생각해보면 작년에 일제고사 운영 때문에 6학년 교육과정을 파행으로 운영하고, 방과 후에 반강제로 남길 때와는 분위기도 마음도 좋은 의미에서 많이 다르다. 어떤 뜻에서는 교육과 성장에 도움을 준다는 의미로 이게 진짜 시험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사례2(K지역 초등 6학년 H교사): 이번 한 달은 플립러닝과 아동 협업수업을 수행해보았다. 계획서를 던져주고, “자신 있는 과목을 하나씩 맡아서 친구들에게 가르쳐보자!”라고 제안했다. 다행히 1학기 때 꽤 익숙해졌는지 자신 있는 친구들은 한 명씩, 협동 속에 빛나는 친구들은 여럿이 모여 계획을 검토받고, 내게 사전지도를 받았다. 오늘 하기로 한 친구 A는 상당히 기대되는데, 내가 자신 있는 영역을 맡은 것이 아니어서 실과 기초 기능과 성취 기준만 같이 사전에 재복습하고 바로 수업에 들어갔다.

'세상에 지그재그로 실을 꼬아 만드는 미산가 팔찌라니.' 나도 같이 배워서 아이들에게 가르쳐준다. 오늘 또 새로운 것을 아이들에게 배웠다. 생기부에는 ‘A는 실과 영역에 있어서 실뜨기 및 직조의 기초 원리에 대해 알고, 플립러닝 동료교수를 통해 또래 학생에게 미산가 팔찌 만드는 방법을 직접 교수함’이라고 적었다.

사례3(혁신지구 초등 5학년 B교사): 올해 체육 여가활동영역은 성장참조형 포트폴리오로 재구성해야겠다. 1학기 때 PAPS를 보니 기초 체력이 영 부실하다. 나도 내 건강관리 차원에서 겸사겸사 같이해야겠는데, 기존에는 원반던지기로 교과와 성취기준을 구성했으니 이 부분을 ‘사전에 측정하고 아동이 선택하게 한 다음 발전되는 성장 그대로’ 평가해야겠다. 훌라후프 왕복달리기 3목 게임, 원반, 화살, 윗몸일으키기 측정하고 아이 중 월등한 실력을 갖춘 친구들을 또래 교사로 삼아서 환류시켜야겠다. 대부분은, 그래도 조금은 성장하겠지. 덕분에 나도 저질 체력 좀 개선하고. 이러한 평가 방식은 확실히 ‘레벨 업’ 개념처럼 스스로 점차 나아지는 걸 확인할 수 있어서 효과가 좋다.

사례4(혁신공감학교 초등 4학년 H교사): 우리 지역은 평가에 대해 상당히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상시평가니 창의서술형-논술형 평가니 등으로 이름 바뀔 때 마다, 공문하나 연수하나 받고 올 때마다, 학교 교육과정이 휘청댄다. 뭐, 그래도 예전보다는 조금씩은 나아지는 거 같기도 하다. 우리 반 우리 학년에서 진행한 수업은 동료 선생님들과의 협업 과정에서 우수했고 바람직했던 사정을 투영하는 지금의 시스템이 예전보단 조금은 나아진 게 아닐까.

우리 반에서는 융합과 백워드 교수설계를 통해 사전에 성취기준 공지하고, 논술·서술형 시험지에도 남기며, 그것만으론 좀 부족한 듯 생각이 들어 오답노트 작성했다. 이를 통해 조금씩 더 나아지길 기대한다. 그조차 부모님께서 학원 보내시겠다고 하면 지금은 아무 말도 안 하고 보내드리지만, 뭐 그러하다. 그래도 누군가는 고마워하셔서 다행이다. 아이들은 융합 및 재구성으로 집 짓고 꾸미기 할 때는 피라미드에 들어가 행복해하더니만 오답노트 할 때는 죽상이다. 미안하다, 그래도 그것도 필요한 시험이란다.

평가에 대한 질적 연구 사례를 수집해보았다. 이상의 사례를 꼼꼼히 읽어보면 다양한 비판이 가능할 듯해 몇 가지 예시를 들어보고자 한다.

Q1. 특수한 사례들을 모은 것이 아닌가? 현재 이러한 교육과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나?

전혀 그렇지 않다. 현장에서는 드물지 않은 평범한 사례들 중 평가관점에서만 관찰한 기록들이다. 오직 ‘평가’라는 관점에서만 따져보면 7차교육과정(2007개정도, 2009개정도, 심지어는 2015개정도 아닌) 이후에서 논의되었던 평가라는 틀의 한계 정의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는다. 사례에서 나타나는 교육방법인 플립러닝이니 배움중심이니 성취기준 재구성이니 융합이니 백워드니 하는 것은 그저 교육사조의 유행일 뿐 평가로만 각각을 들여다본다면 그리 변하지 않았다.

혹 변했다고 느껴진다면, 그것은 독자의 ‘기존 교육 및 평가’에 대한 관념과의 비교에서 많은 차이를 느끼는 경우라고 말할 수 있겠다. 무엇인가 대단한 것을 한 사례 4가지를 모아 놓은 것처럼 보인다면, 지금 각 학급을 책임지는 교사들은 각자의 특수성과 학급 구성에 따라 더욱더 대단하고 훌륭한 교육을 하고 있다고 잘라 말할 수 있다. 집단지성을 통한 교육자료 공유 초등 교사 모임인 ‘인디스쿨’을 가보라.

(단, 중등 수업의 경우 융합 재구성에 있어서 협업에 난점을 보이거나 기초능력 배양에 다소 병렬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호소 등 좀 더 깊고 다양한 관점에서의 비판도 존재한다. 물론, 그에 대한 반론도 존재하나 논점에서 일탈하므로 언급하지 않겠다.)

Q2. 별거 아닌데 너무 장황하게 쓴 것 아닌가?

맞다. 사례 1~4까지는 교사가 보았을 때 그저 평범한 사례를 모아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사례1은 누구라도 공감할 ‘우리 반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평가를 통한 상호 간의 노력이다. 사례2는 가르치고 배우기에 따라서는 아이들이 교사보다 훨씬 나을 수 있고 그에 따라 교학상장이 일어남을, 평가와 기록이 나타낸 상황이다. 사례3은 논술형 또는 성장참조 등의 다양한 평가형태가 실제로 어떤 성장을 유도할 수 있는가에 대한 관찰이었으며, 사례4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급학교 진학 및 학부모 등의 요구(입시, 랭킹에 대한 고민 등)와 평가 형태에 대한 현장에서의 다양한 절충 사례 중 하나로 들 수 있다.

또한 ‘혁신 지구’니 ‘혁신 공감’이라는 조사 대상에 대한 정보는, 보고 웃은 전문가들도 있겠지만 혁신학교 전 단계, 즉 ‘혁신학교 중 우수사례 및 방식을 권장하기 위한’ 다양한 수단 같은 것이지 혁신학교가 아닌, ‘정말 일반적인 초등학교’일 뿐이다. 그리고 짐작했겠지만, 이 사례 1~4의 교사는 한 사람이고, 정말 평범한 옆 반 선생님이다.

IB, "현재 평가체제 대체 가치 있는지 의문"

지금의 평가는 이미 예전(20~30년 전)의 방식, 의미와는 상당히 달라졌다. 비록 한 지역에서, 한 시대 상황에서 그리고 초등 영역에서만의 질적 연구사례일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필자가 최악으로 기억하는 평가와, 그에 맞물리는 ‘평가가 교육을 구축했던 상황’은 전 정권의 유일한 치적일지 모르는 ‘일제고사 폐지’를 통해 마무리 지어졌다. 그래서, 필자는 IB를 최악의 교육평가 방식이라는 주장을 하지는 않는다. 근 10년 중 최악은, 단언컨대 일제고사였다. 그리고 그것은 현재의 IB 찬성론자의 생각과도 같으리라 짐작한다.

그저 필자는,왜 IB여야 하는가, 그게 정말 ‘지금의 평가방식’과는 다른가, 과연 그것이 ‘현재의 평가체제’를 고액의 세금을 사용하여 대체할만한 가치가 있는가,에 대하여 큰 의문이 든다.

최우석 선생님의 댓글 요약발췌문

1. 2015개정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바와 무엇이 다른 건지?

2. 이걸 왜 1인당 로열티 수천만 원씩 들여가면서 도입하려는 건지?

3. 교사들이 똘똘 뭉쳐 현장을 바꿔가야 할 마당에 동료교사에 대한 불신을 품고, IB 도입하면 현장이 바뀌리라 생각하는 것인지? 그리고 대강화(개별지역화), 학교자치에서 IB가 가질 수 있는 지점과 특성, 기존입시논술에서의 비교 우위 또는 공정성, 기존 내신 평가권(평가 자율권)과의 충돌에 관한 설명이 부족해 보이는데 다소 비약은 아닌지?

이에 대해 필자의 생각과 함께 마무리를 짓고자 한다.

1. IB와 2015개정 교육과정이 같은 것이며 오히려 교육과정에 대한 대강화(해당 칼럼은 지역화 및 재구성을 언급하는 듯하다. 현장교사 중 한사람으로선 몰이해되는 부분이다.)에 해당한다면, 하지 않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2. 후속 보도를 보면 일본에서는 학교당 약 500만엔에, 1인당 9만엔이 들어갔다고 한다. 그게 평가 방식 교체에 ‘매년’ 들어가야만 할 이유가 있을까? 어쩌면, 또 다른 칼럼의 의견처럼 KB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같은 거라면, 사실 현 체제가 그러하지 않은가. 비록 현 체제가 완성된 것은 분명 아니지만 말이다.

3. 필자는 모든 대안은 그것 자체로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3번에 대해서만은 다소 이견이 있다. 불신을 품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장과 현실에서 운영되는 평가체제를 잘 파악하고 있는지, 뭐 굳이 말하자면, ‘IB 만능론에 대한 경계’ 정도를 말하고 싶다.

필자가 생각하는 최악의 평가방식은 일제고사 또는 내신 국가 고사화에 따르는 교육이 파편화되거나 평가 혹은 입시에 종속화되고 파괴되는 현상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적어도 IB는 그것은 아니며 충분히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과연 ‘평가 자율권을 교사에게 돌려주는 방식일지, 실은 인증이라는 방식에 종속되게 될지, 혹은 비교 우위 및 공정성에서 기존보다 발전된 형태일지’ 등에 대해서는 일단 차치한다면 말이다. 단지, IB가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과연 얼마나 더 우수한지를 비교 검토하여 자세히 연구한 후에 지금의 논의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

IB 도입 "현재 평가에 대한 평가 후에 시도해도 늦지 않다"

최근 10년 사이 평가에 대한 질적 연구를 거칠게 수집해보았다. 물론, 이상의 사례들은 특정 지역(경기 북부 한 도시 및 경기 남부 한 도농복합도시, 초등, 저학년 중학년 고학년, 남교사, 30대) 특정 사례일 뿐인, 아니, 기억 고찰인 한계를 지닌다. 적어도 IB 등의 대안에서도 최소한 이정도의 사례가 다수 축적되어 우리를 위해 공유되고 연구되길 바란다. 또는 소수의 연구학교 및 국제학교 등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하는 것까지도 긍정할 수 있다. 혹은, 다행히도, 이미 핀란드와 일본 등에서 사례는 어느 정도 만들어지고 있다고 하니, 그에 따라 우리의 길을 논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지금은 IB가 ‘더 나은 평가방식’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 칼럼의 제목에 ‘사례들’이 들어갔지만, 사실은 일개 교사 1명의 사례였을 뿐이다. 더 나은 방식을 논하자면,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평가’부터 충분히 알고 분석하며, 더 나은 방식으로 생각되는 것에 대해 적용된 사례를 쌓아 ‘세상’을 설득해야 한다. 그렇게 말하기엔, 현재는 ‘매력 없고 비싼 IB’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