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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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아갈머리를 확 찢어버릴라.”

최근 대학입시를 소재로 인기몰이 중인 드라마 ‘SKY캐슬’ 주인공인 한서진/곽미향(염정아)이 위압적으로 상대에게 말을 할 때 하는 욕이다. 드라마가 인기 있는 이유는 교육정책, 특히 학종 등 관심이 큰 분야 중 하나인 입시정책을 부모의 욕망이라는 코드로 잘 녹이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 찰진 욕이 오늘(21일) 발표된 '세종시 공무원 자녀의 고교 재학 현황' 자료를 보는 순간 '딱 맞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교육은 특성상 현재보다 미래에 더 큰 가치를 둔다. 학부모와 국민은 ‘나’와 ‘우리세대’는 희생해도 ‘내 자녀’와 ‘미래세대’는 교육을 통해 더 나은 삶을 보장받길 원한다. 이처럼 학부모와 국민은 교육을 대체로 ‘미래’의 문제, 그리고 ‘희망’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정치인, 교육부 장관, 교육감, 교육부 공무원들은 그간 학부모와 국민의 이 같은 기대에 찬물을 끼얹어 왔다. 

대표적인 게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 말과 행동이 맞지 않는 언행불일치다. 좀 더 좁혀서 얘기하면 자녀 교육문제를 꼽을 수 있다. 교육부 장관, 교육감들은 자기 자식 교육을 위해 위장전입을 마다하지 않았다. 자신의 자녀들은 특목고나 자사고에 보냈다. 그리고 남들에겐 일반고나 혁신학교에 보내는 게 좋다고 말하고 있다. 얼굴색도 안변하고 궤변을 늘어놓는다  

교육부 공무원이나 타 부처 공직자들도 마찬가지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부산연제)이 21일 세종 16개 정부부처로부터 제출받은 ‘직원 자녀 고등학교 재학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 8월 기준으로 해당 기관 재직자 자녀 1149명 중 세종시 소재 고교 재학생은 525명(46%)에 불과했다.

특히 2018년 9월 기준으로 세종시 관내 고교 수용률을 보면 △일반고 67.1% △자율형고 99.8% △특목고 98.3% △영재학교 101.9% △특성화고 87.8%로 나타났다. 입시에 유리한 자율형고, 특목고, 영재학교는 수용률이 높은 편이지만, 일반고는 67.1%에 그쳤다.

그런데도 공무원들은 지금도 틈만 나면 수도권 과밀해소, 지역분권 등 국토균형발전을 얘기한다. 더 가관인 것은 교육부 공무원들 행태다. 김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교육부 직원 자녀 고등학교 재학 현황'에 따르면, 교육부 공무원 자녀가 세종시 소재 고교에 진학한 비율은 전체 64명 중 3분의 1 수준인 22명에 그쳤다.

반면 서울 소재 자사고, 전북 상산고 등 특목고나 일반고에 재학 중인 경우도 대부분 강남 소재 고교, 자율학교 등에 재학 중이었다. 혁신학교에 다니는 공무원 자녀는 서울 신현고 재학생 1명에 그쳤다. 교육부 공무원들은 자녀들을 대부분 특목고, 자사고 등 이른바 입시 명문고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이쯤 되면 자녀가 혁신학교나 일반고에 다니는 교육부 공무원에게 ‘언행일치상’이라도 줘야한다는 생각마저 든다. 

국가정책은 신뢰가 생명이다. 그간 공직자들이 보여준 내로남불, 언행불일치 탓에 국민은 정부의 교육정책을 더 이상 믿지 않으려 한다. 우리나라 헌법 제9조 제1항은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정신만큼은 아니어도 공무원들은 최소한 일반 국민 눈높이에 맞는 처신을 해야 한다. 특히 장관이나 교육감은 내로남불, 언행불일치로 국민을 우롱해선 안 된다. 적어도 학부모, 학생들의 학교 선택에 있어서는 장관, 교육감, 교육부 공무원은 ‘입을 닥치고’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