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경 의원

[에듀인뉴스=박용광 기자] 지난해 공분을 샀던 ‘농구공’ 전수조사만큼이나 교사들을 화나게 한, 또 하나의 공문(公文)이 새해 시작부터 학교에 내려왔다. 

그 주인공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 발단은 전 의원이 전국의 혁신학교에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것에서 시작됐다. 

전 의원은 지난 16일 전국의 혁신학교에 공문을 보내 최근 3년(2016년 1학기~2018년 2학기) 동안 ①혁신학교로 발령받은 모든 교원의 명단 ②교육과정 계획서 ③혁신학교 예·결산 내역 ④수업자료(통일, 북한, 동북아시아 정세 등/우리나라의 근현대사 관련/선거, 투표, 민주주의 등 관련/박물관, 유적지, 역사적 명소 방문 등 야외에서 진행한 모든 수업 활동이 포함된 야외 참관, 참여형 활동 수업) ⑤휴직자 현황과 같은 자료를 31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 같은 공문이 학교에 도착하자 실천교사모임과 전교조는 혁신학교에 대한 편향적인 자료 요구이자 목적이 불분명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자료요구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전 의원이 요구하는 내용 대부분은 개인정보를 제외하고는 정보공시를 통해 ‘학교알리미’에 공개된 내용이고, 개인정보가 담긴 내용까지 요구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혁신학교=친북, 좌편향학교라는 프레임을 씌우기 위한 의도”라고 주장했다.

교사들이 반발하는 지점은 전 의원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교육의 자주성을 훼손하는 편향적인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더불어민주당 신장현 의원의 자료제출 공문도 유사하다. 신 의원은 학교별 5년간의 농구공 브랜드까지 조사해 제출해달라고 요구했고, 그것도 물리적 시간조차 없는 상태에서, ‘긴급’하게 제출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결국 이 공문은 ‘국회의원 요구자료, 해도 해도 너무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촉발했고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신 의원은 공문을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전희경 의원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으나 공문을 취소하지는 않았다. 자료 범위를 2018년으로 한정하고, 교원 명단을 목록에서 뺀 수정 공문을 발송해 현재 진행 중이다. 

이처럼 국민 대의기관인 국회의원이 보낸 공문에 교사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건 결국 구조적인 문제로 보인다. 지금처럼 학교나 교사 사정은 고려치 않고 공문을 보내는 행태를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하나. 지금도, 공문은 관행적으로, 학교에 계속 내려오고 있다. 교사가 마냥 뭉갤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시쳇말로 학교나 교사는 ‘공문 갑질’에 계속 당하고만 있어야 한다. 교사들도 국회, 교육부, 교육청에서 내려오는 공문을 ‘공문(公文)’이 아닌 한 낱 휴지조각에 불과한 ‘공문(空文)’으로 취급하는 게 현실이다.

교육 당국이 ‘공문 없는 날’을 만들고, 공문 자율학교, 공문 간소화 전수조사 등을 하는 것은 사실상 ‘쇼’에 가깝다. 문제는 교육청과 교육감, 교육부의 의지다.

교육청이 국회나 지방의회의 자료제출요구에 대해 국회법 128조(자료제출)가 현실에 맞지 않기 때문에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의거해 문제가 있는 자료에 대해서는 원천적으로 제출을 거부해야 한다. 그 책임을 왜, 학교에 넘기고 뒷짐만 지고 있는 가. 시도교육감협의회가 교사들의 잡무를 줄이고 교권을 보호하려면, 정녕 지방교육자치를 말하려면, 올해는 이 것만은 꼭 해결해 주길 바란다. 그래야 쓸데없는 ‘공문(空文)’은 퇴출되고 교육적으로 꼭 필요한 ‘공문(公文)’만 남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