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지고 있다. 이번 수능엔 63만1187명이 응시했고, 전국 89개 지구 1212곳 시험장에서 오후 5시까지 치러진다. 

수능은 글자 뜻대로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지 평가하는 시험이다. 그러니 이른 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수험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선 열과 정성을 다할 수밖에 없다.

수능은 국민 모두의 관심사다. 교육에 대한 높은 열정, 수능이 갖는 교육적, 사회적인 의미가 꽤나 깊고 크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 만큼 수능날엔 수험생이 시험을 치르는데 지장을 받지 않도로 각종 편의를 제공한다. 심지어 영어듣기 평가시간엔 항공기 이착륙이 금지된다. 자동차 경적도 자제해야 한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사전에 언론사와 기자들에게 취재할 학교를 지정해 주고, 취재시간과 장소 등을 제한한다. 수험생이 시험에 집중하는 데 방해받지 않게 하려는 교육당국의 조치다.

시험을 앞둔 수험생 입장에선 신경이 예민할 수밖에 없다. 학부모들도 자녀들이 수능을 치르는데 방해받지 않기를 원한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매년 수능 날이면 꾸역꾸역 시험장을 방문하는 불청객들이 있다. 

그들이 불청객이 되는 건 그들의 뜻과 다르게 시험장을 찾는 순간 요란해지기 때문이다.  조용하게 시험장을 방문해 격려하면 좋겠는 데 지체 높은 분들이니 그럴 수도 없다는 게 문제다.

그러다보니 지체 높은 분들이 방문하는 순간, 수험생과 학부모, 학교 입장에선 그들이 '불청객'이 되기 일쑤다.  

수년간 수능 시험장을 경찾은 기자의 경험상 수험생들은 격려 방문한 어르신들을 썩 달가워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어른들이 방문했으니 귀찮은 표정은 감추고 되레 밝은 표정으로 어른들을 맞이해 주는 어른스러움을 보였다.

올해 수능도 마찬가지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각 시도교육청의 교육수장인 교육감들이 수능시험장을 찾았다. 그리고 수험생을 격려했다. 

황 부총리는 '한국사 국정화 파동'과 과련, 사퇴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런 장소에서 할만한 질문이 아니다"면서도 "사퇴는 안한다"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도 수능 시험장을 찾아 학생들과 사진도 찍고 고입·대입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묻고 기록하는 직업이 기자라고 하더라도 꼭 수능장에서 장관의 사퇴 여부를 취재해야 하는지, 아무리 입시제도 개혁에 뜻이 있어도 꼭 수능 날에 학생들 앞에서 제도가 이러쿵저러쿵 얘기를 해야 하는지.  

장관이나 교육감이 시험장을 찾으면, 학교는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한다. 교장이나 교감, 학교 입장에선 장관과 교육감이 방문하는데 신경쓸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수험생도 신경쓰이긴 마찬가지다. 이런 불청객들의 연례행사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