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공훈 학벌없는사회만들기 대표, 참배움연구소 연구위원

 

JTBC 드라마 'SKY 캐슬' 화면 캡쳐
JTBC 드라마 'SKY 캐슬' 화면 캡쳐

교육평론가 이범 씨는 2019. 01. 22일자 경향신문 칼럼 ‘진보가 진보하려면’이라는 기고문에서 한창 드라마로서 이슈화한 'SKY 캐슬' 문제의 해결책으로 ‘대학공동입학제’를 들고나왔다. 그 내용은 국·공·사립대를 막론하고 큰돈을 지원해서라도 운영을 돕고 대신 입학선발권을 제한하자는 것으로 이해된다.

드라마에서는 입시컨설팅은 한 사람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매우 전문적으로 운영하기에 그 비용으로 1인당 1억원을 지불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스토리를 전개된다. 사교육시장과 학부모들간의 팽팽한 긴장관계가 시청자의 관심을 끄는 것으로 보인다. 가난한 서민들과는 관계없는 별들의 전쟁 같은 이야기들이지만 달리 보면 엄연한 현실이기도 하다.

이범 제안 대학공동입학제 핵심 "대학의 선발권 제한"

어떻게 할 것인가. 그냥 그대로 둘 것인가. 아니면 좀 확실하지는 않지만 역대 정부처럼 대안을 제시해 볼 것인가. 이범 씨는 매우 자신감넘치는 듯한 태도로 대안을 들고 나왔다.

국가의 지원을 조건으로 학생 선택권을 유보하면 그런 대학들의 입학생 총수가 많이 늘어나게 될 것이고 그들 사이에 경쟁을 없애버리면 나라 전체적으로도 입학경쟁이 크게 완화될 것이며 결국 SKY 캐슬은 무너지게 될 것이라느 주장이다.

공동입학제는 독일이나 프랑스가 고교졸업시험을 통과하면 어느 대학이건 갈 수 있고 대학은 학생 선택권의 행사없이 수용해 가르치기만 하면 되는 입학제도를 염두에 두고 안출해 낸 안이라고 할 수 있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해봤는지 몰라도 필자가 보기에 시뮬레이션 한 번 안 하기는 그가 비난한 국립대공동학위제나 공영형사립대, 서울대폐지론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의 제안은 그 옛날 필자가 교육문제에 골몰할 때 국립대건 사립대건 모두 선발권을 부정하고 자유입학후 진학 과정에서 대학이 감당할 만큼만 학위를 주자고 했던 일을 생각나게 한다.

입학이 지나치게 경쟁에 매몰되고 교육적이지도 않으며 비용도 많이 든다고 보았기 때문에 그 점에 집중하면서 나온 발상이었다. 독일과 프랑스가 고교졸업 시 인원을 조절해(아비투어나 바칼로레아 시험활용) 대학입학정원과 고교졸업생 수를 맞춰 놓으니 자유입학제와 같은 효과가 났다. 이것을 모델로 생각해 낸 것이었다.

그러나 필자는 후에 이런 주장을 거두었다. 가장 큰 이유는 대학의 선발권을 제한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범 씨의 주장도 일부 국·공·사립대학의 학생선발권과 국가지원을 거래하자는 것으로 결국 대학의 학생선발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다. 과거의 나의 실수를 이범 선생이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

입시문제, 국가주의 그림자 걷어내야 해결

대학의 선발권을 박탈한다는 것은 국가주의적·전체주의적 발상일 뿐이다. 대학은 시민사회속에 편입되어야 한다. 시민사회란 자기가 원하는 사람을 최선을 다해 데려오는 시스템이 작동하는 사회를 말한다.

그는 나라를 망하지 않게 하려면 5조 원쯤 투입해서 국·공·사립대학 운영을 원활하게 하고 대신 선발권을 유보하게 하자는 것으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게 아니냐 묻고 있다. 그러면서 그게 싫으면 ‘SKY 캐슬 같은 양극단의 입시지옥과 위계화된 대학사회에서 고통받으며 살아라’라고 하고 있다.

그의 글은 공동입학제로 입학경쟁을 완화하자는 것으로 대학의 선발권을 제한하자는 게 핵심이다. 물론 그렇게 해서 입학경쟁의 치열함을 다소나마 완화해보자는 것이지만 문제의 본질은 입학경쟁의 치열함이 아니고 경쟁이 교육적으로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의미 있는 입학경쟁은 중등학교가 교육적으로 의미 있는 교육과정을 유지하고 평가도 중등교육교사가 전권을 쥐고 평가하게 하고 대학은 그들의 고유철학에 따라 국가나 사회의 간섭없이 선발하게 하는 것이다.

그때 대학은 공정하거나 객관적이거나 변별력있거나 투명하게 선발하지 않는다. 대학교육이수희망자 중 장래가 보일만 한 자와 대등한 관계에서 고등교육서비스의 제공 계약을 맺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 희망자에게 입학만 하면 교수로 만들어 주겠다고 엄청난 팁으로 유혹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부당하기도 한다. 대학입학은 국가나 대학이 갑인 그런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범 씨의 생각은 국가가 깊이 개입해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지만, 필자는 국가주의의 그림자가 이미 너무 짙게 드리워져 있다고 생각하며 그를 걷어내는 데에 교육문제 해결의 길이 있다고 보기에 상호 간에 문제해결 방안이 크게 다르다. 이와 관련해 함께 많은 논의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