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협의회서 제안, 통과...“70% 이상 수시로 대학 진학, 비교분석 필요 없어”
전희경 "학생들 학력 수준 편차 책임지지 않겠다는 교육감, 누구를 위한 건가”
현장 "시도별 비교 의미 없어, 추적연구해야" vs "기초교과 성취수준 보여줘 필요"

전국 17개 시도교육감의 수능성적 결과에 대한 부담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이하 협의회)가 수능성적의 시도별 비교 분석을 하지 말자고 교육부에 제안했기 때문이다.

협의회는 지난 17일 정기총회를 열고 강원도교육청이 제안한 ‘수능 성적 분석 결과 시도별 비교 발표 금지 요구’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협의회 제안에 따라 교육부는 3개월 이내에 이 안건에 대한 심의를 해야 한다.

협의회는 당장 2018년 수능 성적부터 지역별 비교 분석을 하지 말라고 제안했다. 교육과정평가원은 수능 성적 지역별 비교 분석 자료를 이듬해 10월 공개해왔다. 이에 따라 2018년 수능 분석 자료는 오는 10월께 발표 예정이다.

협의회 최진욱 장학사는 “학생의 70% 이상이 수시로 대학을 가는데 이 중에서도 1/3은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없다. 많은 학생이 학교에 떠밀려 수능을 치르는 게 현실”이라며 “수능 성적 비교 분석은 정시로 대학을 가려는 학생들에게만 의미 있는 것이므로 전반적인 데이터 분석은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강원도교육청 역시 성적 비교 발표는 입시 중심의 경쟁 구도를 재생산하고, 지역 사이 학력 논쟁을 초래해 교육 당국의 노력과 성과를 저해한다며 제안 이유를 밝혔다. 또 수시 전형에서 수능의 역할이 축소됐음에도 수능 성적만으로 학력을 평가하는 것은 분석 자료의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강원도의 수능 성적이 전국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어 이를 숨기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다.

나철성 강원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강원도가 전국에서 수능성적이 꼴찌를 기록하자 전국 비교발표 제도의 폐기 주장에 나섰다”며 “(교육부가 협의회의 제안을 받으면)도내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전국 꼴찌를 하고 수포자와 영포자가 늘어나도 도교육청과 학교, 교사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게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평가원이 발표한 2017년 수능 지역별 분석 자료를 토대로 수능 과목별 1, 2등급 합산 비율을 분석해보니 강원도가 전국 최하위로 나타났다. 국어 6.5%, 수학(가) 7.1%, 수학(나) 8%로 전국 꼴찌였으며, 영어 역시 18.6%로 전남과 공동 꼴찌를 기록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잘 가르치기 위한 경쟁을 해야 하는 교육감들이 지역 간에 존재하는 교육 격차를 가리기 위해 서열화 운운하며 엄연히 존재하는 편차를 덮으려고 한다”며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것이 아닌 교육감들 편하자는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현재 교육청에서 치르는 모의고사 성적 비교 발표도 교육청끼리 협의해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현장 교사들의 의견은 나뉘어 졌다. 한희정 서울 정릉초 교사는 "시도별 분석은 의미없다"며 "정말 분석을 하려면 비슷한 집단끼리 페어링을 해 분석해야 한다. 의미있는 결과를 얻으려면 추적연구를 제대로 한다"고 지적했다. 시도교육청 내에서 비교분석할 일이지 시도교육청별 비교분석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박제원 전주 완산고 교사는 "각 지역의 표준점수평균은 완전하지는 않고 수능이 상대평가적 속성이라 문제는 있지만 그래도 국가가 공식적 통계로 보여주는 개략적인 교육과정으로 따지면 국어,영어, 수학교과의 성취수준을 보여준다"며 "그런데 이것마저 없앤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춘 대전 이문고 교장은 "수능 결과만 가지고 비교하는 것은 교육효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교육청 모의고사 성적과 함께 비교한다면 지적 활동에 대한 피드백 자료로 괜찮다고 본다"며 "선발효과가 마치 교육 효과인냥 왜곡되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이상모 대입정책과 연구사는 “관련 내용은 뉴스를 통해 봤을 뿐 아직 협의회를 통해 공문이 접수되지 않아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