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공훈 학벌없는사회만들기 대표, 참배움연구소 연구위원

 

JTBC 드라마 'SKY 캐슬' 화면 캡쳐
JTBC 드라마 'SKY 캐슬' 화면 캡쳐

이범 교육평론가의 2019. 1. 28일 시사자키 정관용 씨와 나눈 ‘코디와 컨설팅에 관심 급증’ 제하의 대담을 보고 글을 쓴다.

내용은 크게 보아 공동입학제를 도입하고 그에 응하는 대학에 경제적 지원 대신 선발권을 제한하자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제도는 본인이 이야기하듯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제도이지만 그런 생각이 가능한 것은 우리나라 대학입학의 혼란상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기 때문이다.

드라마 ‘스카이 캐슬’의 주제는 소위 명문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입시제도의 복잡함을 잘 이해해야 하는데 공부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입시제도까지 이해하기는 벅차므로 그에 대한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리고 대학입학이 인생에 매우 중요하므로 비록 고액을 들여서라도 해야 한다는 주장과 그래서는 안 되고 복잡한 입시제도를 고쳐 낭비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으로 갈리고 있다.

고액의 코디라도 모셔와야 한다는 것은 현실론이고

그렇게라도 입시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것은 이상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범 씨가 공동입학제를 주장하는 것은 그렇게라도 입시경쟁의 치열함과 고비용을 해결하자는 것으로

이상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범 씨의 주장을 좀 더 살펴보면 우리나라 대학 중 사립대학의 비율이 높은데 그 중 공동입학제를 수용하는 대학을 찾아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그 비율은 고교졸업생이 약 60만명 정도 되는데 그 중 15만명에서 20만명 정도로 하자는 것이다. 국·사립대학을 막론하고 그 정도 입학생을 공동으로 대학에 입학시키게 되면 입학경쟁이 대폭 완화되고 스카이 캐슬 같은 치열한 입학경쟁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이런 주장은 대학입학문제를 국가의 개입으로 해결하자는 것으로 국가주의적 발상이다. 물론 어떤 사회문제도 스스로 해결못하고 사회에 해악을 많이 끼친다면 국가가 개입해서 해결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과연 스카이캐슬 같은 문제가 국가가 개입해야 할만한 일인지는 의문이다.

입시 문제 해결?..."국가 간섭 줄이고 대학 간 공쟁 경쟁 유발해야"

필자는 오히려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 지금같은 대학입학의 치열함과 복잡함은 국가가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 다시 말해 지금 같은 복잡하고 낭비적이며 치열한 입학제도는 국가가 모두 주도한 것이다. 원래 자유당 시절에는 국가가 대학입학에 거의 개입하지 않았다. 그 후 군사정권시절을 지나오면서 점점 강하게 국가가 개입하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누구나 대학입학과정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배경에는 국가주의의 교육에의 충일(充溢)이 있다.

나는 스카이 캐슬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범 선생과는 반대로 국가의 간섭을 줄이는 방향을 제안한다. 그것은 대학의 신입생선발권을 대학이 충분히 행사하도록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기다 한 가지를 더 추가한다면 대학 간에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다.

대학이 선발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고 공정경쟁도 이루어지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대학의 대학다움을 잃게 하는 것이다. 대학을 그저 국가의 일개 조직으로 되게 하는 것이다.

아무리 대학입학경쟁이 치열하다고 해서 가르치고 싶은 자를 선발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본뜻을 넘는 것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대학의 모습은 세계적으로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국가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대학과 지원이 전혀 없는 대학이다. 참고로 일본 대학들을 보면 최초의 대학설립 이후로 지금까지 논의가 무성하면서도 잘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게 국가가 대학들을 지원하면서 간섭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국고를 지원하면서 어떻게 보고도 받지 말라고 하느냐” 하고 볼멘소리를 한다. 구체적으로는 국가에서 지원하므로 적당히 감시하고 적당히 자치를 부여하는 것으로 타협하고 있지만 그리 명쾌한 논리는 아니다. 국가의 책임이거나 무책임이거나 해야 논리가 명쾌해진다. 그래야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

공동입학제는 국가의 고등교육에 대한 책임을 전제한 논리이지만 나는 국가무책임을 주장한다. 이런 문제를 풀지 않고 공동입학제를 논하거나 입시에서 수능과 정시와 수시와 학종과 교과와 비교과 등을 논하는 것은 지극히 대증적 처방일 뿐이다.

만일 고등교육에 대해 국가책임을 인정한다면 유럽식으로 국가가 대학입학방식을 정하고 그를 실시하기만 하면 된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서 대학입학문제가 야기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국가의 사무가 그냥 집행될 뿐이다.

그러나 고등교육에 대해 국가무책임을 인정한다면 국가는 대학에 어떻게 들어가는가 하는 문제에 관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국가사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학들이 알아서 선발하면 그만이다.

국가 OR 시장?..."고등교육 책임자부터 정해야"

우리가 이런 문제로 힘들어하는 건 고등교육에 대한 책임을 국가가 지는가 아니면 시장에 둘 것인가 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고등교육에 대한 책임을 국가와 시장(시민사회)이 함께 진다는 것은 그야말로 논리의 혼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잘 알겠지만 국가사무는 시민과 나눌 수도 없고 시장과 경쟁할 수도 없다. 국가사무는 고유한 것이고 불가침적이다.(위임은 가능하지만 그것은 다른 문제이다.)

그래서 유럽 국가들은 대학들을 모두 국립화했다. 미국의 경우 연방국가와 주 정부로 나누어져 있어 설명이 필요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국립대학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관학교만 빼면 연방에서 국립대학은 없다. 왜냐하면 고등교육은 시민의 것으로 헌법화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사립대학의 나라인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고 그런 사립대학을 통해서 발전한 나라이다. 지금도 세계 최고위급 대학들은 미국의 사립대학들인데 그 철학적 배경은 국가가 고등교육에 대해 국가사무로 하지 않고 시민의 것으로 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교육부는 그래서 대학문제를 다루는 1개 과도 없다.

우리 모두 입시경쟁의 치열함과 비교육성과 고비용과 비효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국가가 얼마만큼 고등교육에 대한 책임이 있고 개입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논의했으면 한다. 이제는 확고한 결론을 내릴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범과 정관용의 대담

https://news.v.daum.net/v/20190129070300602

이범 씨 주장에 대한 1차 칼럼 : <이범 제안 '대학공동입학제'? "국가주의로 가자는 것인가">

http://www.edui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8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