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선진 교수법에 적합한 평가 시스템 갖춰
"외국교육과정 도입...부담 있지만, 열린 마음 가져 주길"
2023년 대구 최초 IB 인증학교 탄생 예정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교육과정 도입을 두고 지난해부터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이는 토론논술형 교육과정으로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비영리 교육재단 IB 본부(IBO, 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에서 운영하는 교육과정 및 대입시험 체제로 대구교육청과 제주교육청이 도입을 선언하고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11일에는 청주교대에서 1일의 시간을 모두 할애한 IB 도입 관련 세미나가 열렸으며, 이 자리에는 실제 일본에서 도입해 운영하는 관계자 및 우리나라 교육청 관계자들이 북새통을 이뤄 관심의 크기를 짐작케 했다. IB 도입을 진두지휘하는 이혜정 교육과혁신 소장에 따르면 IB의 한글화를 위한 계약 체결이 임박했다. 강은희 대구교육감은 4월 시범학교 운영을 위해 3월 내 계약을 체결하겠다고 ‘에듀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대구교육청에서는 왜, 선제적으로 IB를 도입하려는 것일까. IB의 무엇에 주목하고 있는지 강 교육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강은희 대구교육감.
강은희 대구교육감. 사진=지준호 기자

“공정한 평가제도 도입은 이제 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그간 다양한 외국 교수학습법을 들여와 시행했지만 결국 우리나라의 평가 시스템을 넘지 못해 효과가 반감됐다. IB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평가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강은희 대구교육감은 IB 도입의 주된 이유로 '공정'한 평가에 방점을 찍었다. 강 교육감은 수업방식 개선과 평가의 정교화가 수업혁신을 이루는 두 개의 축이지만 지금까지 초중고 교육과정과 새로운 수업방식을 평가할 평가기제의 부실로 혁신을 이뤄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해진 정답 찾기 교육에서 탈피해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를 길러내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는 강 교육감은 “토론중심 수업방식의 혁신과 타당도·신뢰도를 갖춘 공정한 평가제도 도입에 대한 교육공동체의 열망에 응답하기 위해 대구교육청이 앞장선 것”이라고 말했다.

부정적 시선 인정..."새로운 것 받아들여야 진화한다"

그러나 교육청 차원의 도입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2015개정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바와 무엇이 다른지, 로열티를 들여가면서까지 도입할 필요성이 있는지, 기존 선생님들의 내신 평가권과의 충돌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등 현장 교사들의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하브루타 수업, 거꾸로 교실, 프로젝트 수업 등 다양한 교수법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에 맞춰 평가의 다변화를 하나씩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새로운 교육과정을 들여오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시선에 대해 강 교육감은 “외국교육과정을 받아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는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고 진화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받아들일 마음이 있어야 한다”며 열린 태도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인정해야 배울 수 있다”며 “만약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대안을 나에게 제시하면 IB가 아니라 그것을 도입하겠다”며 자신은 열려있음을 강조하는 한편, IB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강한 자심감을 내비쳤다.

4월 IB 시범학교 운영..."현장에 스며들도록 서두르진 않겠다"

강 교육감의 의지에 맞춰 대구에서는 신청을 받아 오는 4월부터 IB 시범학교를 운영할 계획이다. 그전에 IB 한글화를 위한 IBO와의 계약을 완료할 예정이지만 서두르진 않을 심산이다.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교육현장에 안정적으로 스며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구교육청은 IB 교육과정 한글화 도입을 위해 지난해 9월부터 IBO와 협의를 진행 중이며, 현재 협약 체결을 위한 세부 내용을 조율 중이다. 이를 위해 교육청 차원에서 지난해 4월부터 초중등 교원, 교육전문직 및 IB 교육 전문가와 대학교수 등 56명으로 구성된 IB 교육과정-수업-평가 도입 추진 TF팀을 운영하고 있다.

또 지난해 10월부터 IB 관심학교 20교(초 6교, 중 5교, 고 9교)를 지정해 운영 중이며, IB 교육과정의 이해를 위한 다양한 교원 연수(15개 과정, 1000여 명) 및 국내외 IB 학교(11교) 탐방을 하기도 했다. 현재는 IB 교육과정 현장 적용 방안 모색을 위한 연구 용역이 진행 중이다.

2023년께 대구 최초의 IB 인증학교가 탄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IBO는 인증 절차 엄격히 두고 있어 후보 학교가 IBO로부터 인증을 받는데 최소 18개월에서 24개월 이상 시간이 소요된다. 교사뿐만 아니라 학생, 학부모의 자율적인 참여 의지도 인증을 받기 위한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학교 구성원 모두의 공감대가 없다면 인증학교가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강은희 대구교육감은 2023년 대구 최초 IB 인증학교 탄생을 예고하면서도 교육현장에 안정적으로 스며들게 하기 위해 서두르지 않겠다고 계획을 알렸다. 사진=지준호 기자
강은희 대구교육감은 2023년 대구 최초 IB 인증학교 탄생을 예고하면서도 교육현장에 안정적으로 스며들게 하기 위해 서두르지 않겠다고 계획을 알렸다. 사진=지준호 기자

"생각을 꺼내는 수업 구현에 교사들이 앞장서 달라"

이런 문제에 동감하듯 강 교육감은 “학교 구성원과 지역 사회의 의견 수렴을 위한 토론회, 국제 포럼 등의 행사를 준비 중이며, IB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교사, 학생, 학부모, 시민 대상 특강 및 세미나 등도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간 대구는 하브루타 수업, 거꾸로 수업, 프로젝트 수업 등 선진 교육방법을 가장 선도적으로 받아들이고 수행해 온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교사들의 열정과 교육청의 든든한 지원이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 세간의 평이다. 그래서 강 교육감은 IB 도입을 하는 데 있어 현장교사들의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현장 교사들이 전문 학습 공동체를 중심으로 쌓아온 교실 수업 개선 성과를 공정한 평가 시스템과 접목해 새로운 공교육 패러다임을 구현할 때가 되었다. 교육과정-수업-평가를 일관성 있게 추진해 그간 교사들이 쌓아온 성과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도 IB 교육과정 도입은 필수다.”

그러면서 강 교육감은 "IB 교육과정 도입의 궁극적 목적은 지식을 집어넣는 수업이 아닌 생각을 꺼내는 수업을 구현하고 역량 기반 논·서술형 평가 체제를 구축해 미래를 살아갈 힘을 길러주기 위한 것"이라며 "특히 그간 새로운 교수법으로 학생들을 길러낸 현장 교사들의 노고를 객관적으로 인정하기 위한 것도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