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정치중립, 교사 직무 관련 없는 정치적 행위 금지할 수 없어

3.1 운동과 건국 100주년을 앞두고 특별사면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사면대상에 선거법 위반으로 교직에서 쫓겨난 교사들도 포함될 지 관심거리다.

ILO 권고와 국제기준을 근거로 당연히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교육의 정치중립’에 대한 굳건한 믿음 때문이다. 사실 ‘교육의 정치중립’과 ‘교사의 정치기본권’은 서로 연관이 있는 문제지만, 그렇다고 양자택일의 모순적 관계는 아니다.

‘교육의 정치중립’은 공교육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공교육은 사회구성원 모두의 교육받을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므로, 당대의 사회가 합의할 수 있는 최대공약수 수준의 지식과 가치를 담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교육의 내용과 방식은 특정 정치집단의 이념이나 주장으로부터 일정하게 ‘안전거리’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교육활동을 담당하는 교사들에게도 그와 동등한 수준의 기준을 요구한다. 그것이 바로 ‘교육의 정치중립’의 출발선이다.

그러나 ‘교사의 정치기본권’은 이것과는 범주가 좀 다른 문제다. 공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도 주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일반 국민과 마찬가지로 헌법이 보장한 정치적 기본권을 향유한다. 그 본질적 내용은 어떤 이유로도 침해할 수 없다.

그러나 미성년자인 학생을 교육하는 직무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특수한 경우에 한하여 그 권리를 예외적으로 제한할 수는 있다. 예를 들어, 교사가 수업시간에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피력하거나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교육의 정치중립’을 위협하므로, 제한할 수 있다.

또 교사라는 직분을 이용하여, 선거 때 담당학급 학부모에게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선거운동을 하는 것 역시 ‘교육의 정치중립’을 흔들 수 있다.

그러나 교사의 직분이나 직무와 아무 관련이 없는 정치적 행위까지 금지하는 것은 ‘교육의 정치중립’의 범위를 과도하게 해석하여 적용한 것이다. 이것은 ‘교육의 정치중립’을 통하여 얻고자 하는 공공의 이익을 넘어, 헌법적 권리인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의 본질을 부정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법 해석과 적용은 여기에 머물러 있다. 역대 군사정권이 이 논리를 빌어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박탈했고, 정작 자신은 공무원과 교사를 권력의 나팔수로 내세웠다. 진보좌파 진영의 일부에서 ‘교육의 정치중립’이라는 말만 나오면 격렬한 반감을 보이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더 생각할 것 없이,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프로파간다로 보는 것이다.

역대 군사정권이 ‘교육의 정치중립’을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박탈하는 이데올로기로 악용한 것은 맞다. 그 때문에 ‘교육의 정치중립’ 개념이 심각하게 오염됐다는 지적도 타당하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교육의 정치중립’ 용어를 폐기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또 반대로 ‘교사의 정치기본권’ 주장을 전략적으로 약화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얼핏 들으면 상반된 주장처럼 들리지만, 문제의식의 출발은 동일하다. 담론 지형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그러나 공교육을 포기하지 않는 한, ‘교육의 정치중립’이 지향하는 본질적 내용은 여전히 타당하고, 그것을 대체할 다른 용어가 등장할 때까지는 이 논쟁을 피할 수 없다.

요약하자면, 내 생각은 이렇다.

▲ ‘교육의 정치중립’은 타당하고 또 필요하다.

- 직무와 관련된 정치활동은 제한할 수 있다.

- 직책을 이용한 정치활동은 제한할 수 있다.

- 학교내 정치활동은 일부 제한할 수 있다.

▲ ‘교사의 정치기본권’은 헌법적 기본권이다.

- ‘정치중립’을 이유로 부정할 수 없다.

- 교사의 정당가입, 선거출마, 정치후원금 기부를 보장해야 한다.

- 온·오프라인을 이용한 정치적 발언을 보장해야 한다.

송원재 전교조 서울지부 교권상담실장
송원재 전교조 서울지부 교권상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