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28조1항 "문리적으로만 해석할 수 없어"
자료제출 관련 민원은 "교육청과 교육감에게"

박제원 전주 완산고 교사
박제원 전주 완산고 교사

최근 교육계에 유행하는 어떤 이에게는 당연하지만 교직문화에서 달갑지 않은(?) 정서를 짚으려고 한다. 즉 교직사회의 소시민적 경제주의나 감성매너리즘에 대해 성찰하려고 한다. 교사가 ‘행정잡무’나 ‘민원소송위험’에 대한 부당함을 지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교사나 교육계가 지적하듯이 학교폭력에 대한 민원소송위험은 사실이며 공감한다. 교육 당국과 전문가의 숙고와 대책이 시급하다.

행정잡무를 둘러싼 갈등에는 따져볼 점이 여럿 있다. 어떤 단체나 교사는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의 자료제출요구가 있을 때마다 과다하며 특히 자료제출의 절차적 부당성을 지적한다. ‘교사들이 얼마나 시달렸으면 그처럼 말할까?’라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심정을 갖지만 그 정도가 넘어섰고 지나치다.

이 문제를 말하는 것은 특정교사단체를 일방적으로 비난하거나 ‘인간의 얼굴’을 교육하는 다수의 교사를 비난하려는 몸짓이 아니다.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자료제출업무의 개선 및 특정인의 정치적 남용이나 개인적 보신에 활용하는 부도덕한 행위를 지적하려는 의도이다.

법 조문의 문리해석과 유권해석 그리고 입법해석

최근 모 교사단체에서는 지속해서 국회법 제128조 ①항과 교육기본법 제5조(교육의 자주성 등)를 거론하며 “입법부가 학교에 과다한 자료제출을 요구하며 교사는 피해자”라고 하소연한다. 국회법 제128조(보고·서류 등의 제출 요구) ①항에는 ‘국회는 청문회, 국정감사 또는 국정조사와 관련한 서류 등의 제출을 정부나 행정기관에 요구하는 경우에는 상임위나 소위원회의 의결 또는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로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또한 교육기본법 제5조(교육의 자주성 등) ①항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보장해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국회법만이 아니라 어떤 법규든 문리적으로만 해석하지 않는다. 그 법이 갖는 법의 이념과 목적 그리고 사회적인 가치합리성에 기초한 입법의 정신 등을 객관화하고, 목적론적으로 해석한다. 그렇기 때문에 법적 해석에는 국가의 권위 있는 기관(우리나라는 법제처)의 유권해석과, 법학자 및 법관의 학리해석이 있다. 또한 유권해석에는 입법해석·사법해석·행정해석이 있고, 학리해석에는 문리해석·논리해석이 있다.

이 단체는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이 국회법 제128조 ①항이나 교육기본법 제5조의 조문을 따르지 않고 자료를 요구한다고 여러 차례 비난한다. 언뜻 보면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독단적 해석이고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어떤 국가나 사법부도 법을 문리적으로만 해석하지 않는데 ‘수학 공식’처럼 문리해석만 고집한다. 그런 태도는 각자가 갖는 지식의 한계를 악용하는 대중조작이다. 다시 말해 법의 이념과 목적 그리고 사회적인 가치 합리성을 고려하지 않는다.

법제처나 국회 사무처도 국회법 제128조 ①항에 대해 문리해석보다는 유권해석과 그중에 입법해석을 하고 있다.

이 단체처럼 조문을 문리적으로 해석하면 해방 이후 반민족적인 단독선거에 의해 구성된 초대 국회부터 지금까지 거의 모든 국회의원은 국회법 제128조 ①항을 지키지 않고 자료를 요구하였으니 범법자이다.

문리해석만이 해석이라면 그들을 비난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국회의원인 입법자가 오히려 불법적 행위를 죄의식도 없이 하고 있으니까 모두 교도소에 보내라는 국민청원을 시작해야 한다.

유권해석과 입법해석의 필요성

우리나라 중앙행정부처는 18부 5처 17청으로 그 이외에 특별법에 의해 만든 정부투융자기관을 제외해도 30개 조직이 있다. 그런데 300명인 국회의원이 30개 기관에 한 건씩만 자료를 요구하면 900건이고, 각각 100건을 요구하면 90,000건이 된다. 이 사안을 처리하기 위해 개별적 사안이라면 국회의 본회의나 상임위를 그 숫자만큼 열어야 한다. 쉽게 말해 국회를 1년에 90,000번이나 열어야 한다.

이 단체에 질문한다.

그 경우에 상임위나 특별소위원회, 국회 본회의를 합쳐 최소 90,000번을 여는 것이 가능하고 합리적인가?

정부와 행정기관을 감시하는 목적보다 국회의 개원횟수가 앞서는 ‘목적전치현상’을 일으키는 데 상식적인가?

국회의 국정감사나 국정조사와 관련된 자료요구는 이보다 훨씬 많다. 단호하고 분명하게 말하지만 국회나 국가는 바보나 멍청이가 아니라 국회법 제128조 ①항에 대해 문리해석을 할 경우에 현실적으로 지킬 수 없기 때문에 유권해석이나 입법해석을 한다.

그러면 “국회법 제128조를 의원 각자가 자료를 요구하도록 개정하는 것이 맞지 않나?”라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 문리 해석에 맞게 개정하면 국회의원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는 더욱 커진다. 국회의원이 정부나 행정기관에 자료를 365일 요구해도 정부와 행정기관은 거부할 근거법이 없다. 법제처나 국회사무처가 무지해서가 아니라 지금처럼 두는 것이 국회법의 입법 취지에 맞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국회나 행정부는 국회법 제128조 ①항을 그대로 두고 국회의원이 정부나 행정기관에 자료요구를 하면 그 형식과 내용을 조율한다.

국회법 제128조 ①항의 역사적 평가

이 단체가 학생의 지성과 시민성을 기르겠다면 기억해야 할 역사가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국회법 제128조 ①항이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사실이다. 한둘이 아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정권하에서 민주주의가 처참하게 유린당할 적에 야당 의원들이 국회법 제128조 ①항을 신줏단지 모시듯 지켰다면 한국 민주주의는 성장하지 못했다. 멀리 볼 필요도 없다. 지난 박근혜 정권 때에 세월호 참사만 봐도 알 수 있다. 박주민 의원을 비롯한 여러 의원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자료제출요구에서 보듯이 국회법 제128조 ①항을 지키겠다고, 상임위나 특별 소위원회를 열겠다고 하면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당시의 새누리당이 자료제출에 동의했다고 보는가?

그보다 더 잔인한 학살자인 전두환, 노태우 군부독재정권하에서 이보다 더 많은 사례가 있다. 그 당시에 노무현(노동위, 전 대한민국 대통령), 이해찬(노동위, 현 민주당 대표), 이상수(노동위, 전 노동부장관), 이철(문광위, 전 코레일 사장) 국회의원 등이 어떻게 전두환과 노태우 정권의 5.18 광주학살을 비롯해 민주주의와 노동운동을 탄압하는 실증적인 자료를 정부와 행정기관으로부터 받았고 폭로했나? 꼬마 민주당 박계동 의원은 1995년 10월 19일 국회에서 전두환과 노태우의 구속으로 이어진 수천억 원에 달하는 ‘노태우 비자금 사건’을 폭로할 때에 어떻게 비자금 은행계좌를 받았나?

국회법 제128조 ①항을 조문대로 지킨 것이 아니라 어기고 또 여겨서이다. 즉 그가 자주 언론에게 말하는 국회법 제128조 ①항에 대한 해석은 법적 취지를 벗어난 왜곡적인 해석이며, 실효성도 없고, 국회의원이 실제로 법을 어기지도 않았다.

이 단체의 언행은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을 방해하는 반민주적인 폭언이고, 미래 한국의 실질적인 민주주의마저 위협한다. 정부나 행정기관이나 교육감도 그 조문을 몰라서 국회의원의 자료제출에 응하거나 학교로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보내는 상황도 아니다. 그런데도 교사로서의 성실성이나 교육의 공공성을 외적으로 거론하며 그 조항을 문리적으로만 해석하고 마치 미리 짠 각본처럼 사실의 일부만 편집하여 보도자료까지 내는 행태는 오히려 ‘새로운 학력이 추구하는 교육과정의 지성, 감성, 시민성’을 파괴하며, 교사의 정치적 소시민주의를 심화시키고, 경제적 자족주의를 부추기는 행태이다.

자료제출 시한에 쫓기는 교사들...과연 누구 탓인가??

교사들이 자료제출시한 때문에 정상적인 교수학습이 어렵다는 의견도 지나치다. 국회법 제128조 ⑤항은 ‘제1항의 요구를 받은 정부, 행정기관 등은 기간을 따로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요구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보고 또는 서류 등을 제출하여야 한다’고 명시한다.

절대 짧지 않다.

시일이 촉박한 상황은 교육청이 전달체계를 효과적으로 다듬지 못한 귀책 사유이지 국회의원의 탓이 아니다.

더구나 교육기본법 제5조 ①항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보장하여야 한다’를 근거로 말하지만 부당한 사례이다. 자주성은 교육기본법 제6조의 교육의 중립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전문성은 교사의 교사로서의 지위에 따른 전문성과 교육과정의 전문성(특수성)을 말한다. 즉 자료제출과 큰 관련이 없다.

교사와 교육청은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이 요구하는 모든 자료를 제출해야 하나? 그렇지 않다. 그중에서 다른 법과 상충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교육과정에 관련된 자료만 제출하면 끝이다. 가령 교육청의 장학사들이 아무리 자료를 보내라고 강권해도 ‘교육기본법’, ‘개인정보보호법’, ‘초중등교육법’, ‘헌법’ 등 다른 절차법이나 상위법에 어긋나는 사항은 제출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장학사 및 관료들에게 교사와 시민으로서 국회법 제128조 ①항의 적용 범위와 타법과의 상충성에 대해 말해야 한다. 결국 지금까지 자료제출과 관련한 잡무행정 문제의 핵심은 교육청의 잘못이 크다. 교육청이 입법부 요구 자료를 여러 법령을 참고하여 분류해서 학교에 내려보냈어야 했다. 교육청이 학교에 전체 자료를 검토 없이 내려보냈고 무조건 따르는 관료제적 관행이 잘못되었다.

자료제출 민원은 '교육청'과 '교육감'에게

이 단체는 자꾸 국회법 제128조 ①항을 들어 자료제출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까닭이 민주시민이자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당사자로서 교육의 공공성을 회복하려는 선한 의지라면 입법부의 탓을 하지 말고 교육감과 교육청에게 잘못된 자료를 무조건 학교에 보내는 관행을 없애달라고 촉구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이미지 관리를 위한 정치적인 얄팍한 꼼수이자 위선이다. 

교육청의 관료적인 행태를 지적하고 직선교육감에게 개선을 촉구해야 한다.

그와 별개로 지금 당장이라도 교육청은 시급하게 국회법 제 128조의 ①항이 실효성을 지니기 위해 자료제출과 관련된 업무처리방법을 개선해야 한다.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적 사안이 아니라 상식과 합리이다.

최근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교육감과 교육청에 입법부의 자료제출에 대해 분류하고 학교에 적절한 자료만 보내라고 요구한 성명서는 반가운 일이다. 전교조의 진정성이 돋보이는 사건으로 전교조에 거는 기대가 그 어느 때, 누구보다도 크다. 전교조가 한국교육운동사에서 독보적이며 실재적인 공익적 결사체였으며 제 몫과 자리를 찾아가는 기념비적인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