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초대형 기업의 인재 채용법..."고교·대학교육 망가뜨려"
졸업장 버린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 본받아야

우리나라의 모든 시스템이 그러하듯 교육분야도 근대교육에서만큼은 어김없이 미국의 것들을 대부분 원형화해 가져왔다. 교육과정은 말할 것도 없고 수업 및 평가방법, 각종 시설과 기자재, 심지어 지우개 하나까지도. 그러나 편리한대로 취식하다보니 이런저런 순서와 아귀가 맞지 않은 것도 많다. 21세기 4차산업 시대, 온라인 디지털 리터러시의 세상이 왔다. 구글로 모든게 가능해진 현 시대, 짧지만 가볍게 미국 연수에서 보고 듣고 공부한 대로 그 차이와 생각들을 11회에 걸쳐 옮겨보고자 한다.

정성윤 대구 심인고 교사는 경북대 국제관계 및 미국학 석사를 졸업하고 계명대 영어교육 박사를 수료했다. 현재 20년간 고교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교육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한국교육개발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등 여러 국가교육기관에서 쌓은 출제, 검토, 연구 보고 활동으로 그 전문성을 인정받아 학생부종합전형 및 온라인 과정중심평가 등 새로운 입시, 수업, 평가 방법론 등으로 최근 전국적인 특강과 컨설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2015개정교육과정 영어교과서(YBM) 해설서 및 평가문제집, 학생부종합전형 고교백서(넥서스), 영어독해 ‘특단’ 시리즈(넥서스), 얇고 빠른 수능영어 독해 기본, 실전편(능률영어) 등이 있다.
정성윤 대구 심인고 교사는 경북대 국제관계 및 미국학 석사를 졸업하고 계명대 영어교육 박사를 수료했다. 현재 20년간 고교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교육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한국교육개발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등 여러 국가교육기관에서 쌓은 출제, 검토, 연구 보고 활동으로 그 전문성을 인정받아 학생부종합전형 및 온라인 과정중심평가 등 새로운 입시, 수업, 평가 방법론 등으로 최근 전국적인 특강과 컨설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2015개정교육과정 영어교과서(YBM) 해설서 및 평가문제집, 학생부종합전형 고교백서(넥서스), 영어독해 ‘특단’ 시리즈(넥서스), 얇고 빠른 수능영어 독해 기본, 실전편(능률영어) 등이 있다.

'인서울'이 목표인 학생과 고등학교, 이를 이용하는 대학교

학기 초 우리 고등학생들에게 자신의 꿈을 말해보라 하면 ‘인서울요’ 하는 학생들이 제법 있다. 그런 그들에게 “인서울은 왜 해야 하는데?”라고 재차 물어보면 이내 아이들은 기계음처럼 툭 내뱉는다.

“삼성이나 현대 같은 아주 큰 대기업에 취직하려고요! 일단 돈을 많이 주잖아요.”

그렇다. 씁쓸하기 전에 우리는 현실적으로 자유민주주의보다는 자본주의가 훨씬 더 뿌리 깊고 익숙한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고, 신자유주의자들의 아이들이다 보니 저리 말하는 것은 꽤 당연한 일일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나라 대학들도 그 옛날 진부했던 상아탑 사골 타령은 물론이고, 점점 자본주의 신애물단지로 전락 중인 곳들이 많은 듯하다. 고등학교는 이미 대입 준비기관이며, 대학교는 취준생 양성기관으로 불리는 게 전혀 낯설지 않다. 전국 최상위 1% 상당수 아이는 자신의 적·인성도 잘 모른 채 그저 잘 나온 성적의 매몰 비용에 갇혀 의치한으로 영혼몰이 된다. 인문학, 기초과학 학과들의 비인기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여기에 뜨거운 감자인 ‘수능 Vs 학종’ 전형논란에서부터 공·사교육의 첨예한 입시관 대립 그리고 최근 불 지핀 ‘2015 개정교육과정 vs 국제 바칼로레아’ 논란까지.

이쯤 되면 나라교육이 고속도로 역주행에 버금가는 느낌 아닐까?

결코 가상현실이 아니다.

결국 제 자식을 명문대 보내고 싶은 부모의 사심과 애정을 이기적 학벌 위계 사회로 이어가고 싶거나 이어나가야 할 것 같은 조바심과 의무감이 끊임없이 작동한다. 이와 함께 작금의 괴리적 현상을 부단히 동조시키고 무한 경쟁을 주입하는 대형학원과 관련 기업들 그리고 그들의 자본주의적 전략에 우리와 우리 아이들은 쉴 새 없이 세뇌되고 뇌동 당한다.

그러나 구멍없는 마지막 셔츠단추의 주범은 실상 따져보면 중고교나 대학이 아니라 바로 우리나라의 초대형 기업들일 수 있다.

다시말해 서두의 장래희망을 답하는 고교생들처럼 그들이 입시를 치르거나 대학을 졸업해야 하는 근본적 이유와 본위를 최종 기업들이 다 쥐고 있다 보니 대학과 고교의 주 역할은 과장 좀 보태 그저 줄 세우기, 나누기, 구분하기 그래서 차별하기가 돼 버린 것이다. 이에 취업을 담보로 엮인 대학들의 학위 장사와 그런 유수의 대학에 보내야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가 교문에 걸리는 9등급 체제의 아이들 그리고 한참 꼬인 실타래 속에 방황하기만 하는 2015 개정교육과정과 수업과 평가의 실제까지 엮여있다.

이런 현실적 바탕에서 당연히 수능은 손 안 대고 코 풀 듯 정량·정수안에 아이들을 가둘 수 있는 최고의 평가 플랫폼이다. 더군다나 부유층 아이들에겐 인근 유명 학원에서 끊임없이 트레이닝하며 억 소리 나는 돈질로 매우 손쉽게 성적을 올릴 수 있어 그들 부모에겐 무척이나 효과적인 제도임은 아무튼 자명하다. 게다가 대학입장에서는 전형료까지 뭉치로 들어오니 재원상 전혀 나쁠 리 없다. 이런데도 수능의 공정성과 공평성만 외치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실리콘밸리의 힘?...‘줄 세우기보다 다양성의 기회 보장된 사회’

미화할 생각은 일념도 없지만 아래 미국 기업들을 한번 보기로 하자.

작년, 미국 CNBC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구글, 애플, IBM, 코스트코, 스타벅스 등 우리 일상과도 전혀 무관하지 않은 미국 탑랭크의 대기업들이 더는 대학졸업장을 채용의 최소조건으로 삼지 않겠다고 대대적으로 선언하였다. 실제 인터넷상 구글 채용(Google Careers)에 들어가 보면 채용 최소조건에 ‘학사 혹은 그에 상당한 실질적 경험을 갖춘 자(BA/BS degree or equivalent practical experience)’로 명기되어 있거나 아예 학사 자격조건이 빠져 있다.

CNBC에서는 구글, 애플 등 13개 미국회사들이 더이상 학위를 보고 채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기사를 냈다. 출처:CNBCAugust 16, 2018, 2:01 PM GMT

 연말, 이 뉴스가 나오기 수년 전부터 구글, 페이스북, IBM 등은 학력과 관계없이 실력(Skillset)만 갖추면 수시로 인재등용을 해왔다. 그러나 더 큰 의미를 둘 점은 이러한 룰과 관행이 IT업계에선 공공연했으나 이젠 이종 기업으로까지 번져나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실 그 배경에는 캘리포니아에서 ‘소수집단 우호정책(Affirmative Action)’의 미도입도 한몫했다. 이 정책은 1961년 케네디 대통령때 성, 인종, 종교 등 사회적 약자들이 대학입시, 취업, 승진에서 상대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쿼터제로 보호하려 한 장치인데, 그와는 반대로 약자들이 일정 할당 안에 묶여, 되려 역차별을 받도록 악용되었다.

특히 오늘날에는 재력있는 백인들 중심의 기득권력유지를 위해 대학에 기부입학을 하는 형태로 변질하였다. 미국 동부의 아이비리대학들은 이러한 자본가들의 학벌유지가 큰 문제로 대두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기여입학제(Legacy Preferences)라는 비공식적 언어로 운영한다. 입시 요강에는 없지만 음성적인 양성화 제도다.

출처:에펨코리아
출처:에펨코리아

다른 주에서는 대부분 적용하는 이 기여입학제를 유독 서부 캘리포니아 대학들만 강제적용하지 않았다. 한시적이거나 유연하게 열린 사고로 다양한 인종과 각기 다른 색깔의 인재들을 대입선발 한 것이 오늘날 캘리포니아 소재 대학들과 실리콘 밸리의 기업들이 상생발달할 수 있는 큰 디딤돌이 되었다. 이는 그들 기업 스스로 차별성을 억제하고 자율성을 강조하며 기업윤리를 실천해 나갈 수 있는 토대와 문화를 이루게 했다.

만약 캘리포니아에서도 똑같은 ‘소수집단 우호정책(Affirmative Action)’의 역작용이 존재했더라면, 그래서 기여입학제로 백인중심의 폐쇄집단(Inner Circle)이 존재했다면 아마도 오늘날 구글, 애플 같은 기업들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나라 대학들의 역할은 무엇인가? 우리나라의 거대기업들의 역할은 무엇인가? 요즘 유행하는 게임 은어로 ‘어그로(Aggrresive; 공격적인) 끄는 격’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컴퓨터 배틀게임에서 댓글창에 게이머들끼리 싸움을 붙여놓고 자신은 쏙 빠져 구경하는 행태를 빗댄 것이다.

정작 입시입결의 극단적 경쟁화와 표점화는 단순히 최상위 인서울 대학들의 리그전이라기보다는 대기업들의 폐쇄적 대학서열화에 의한 인재등용이란 사실은 만천하가 다 안다. 그럼에도 거대기업들은 아직도 대학 채용할당 리스트를 돌리며 대학들의 리그전을 열심히 관전 중이다.

실리콘밸리의 '인재 선순환법' 배워야

미국 기업들은 대학에 직접 투자한다. 그들은 고교에도 투자한다. 단순히 한 해에 몇 녀석 머리 쓰다듬어주고 그 후, 자신의 회사를 인정상 위하게 하는 충성 장학금이 아니다. 단순히 특별교실 몇 개 지어주고 사진 찍고 가는 생색용은 더욱더 아니다.

저들 기업들은 분명한 로드맵속에서 원칙적인 후지원을 행한다. 예를 들어, 수년 전 애플은 상당수의 학교에 저단가로 맥북이나 아이패드를 공급하고 애플학교 학사시스템도 구축했다. 구글도 이에 질세라 학내 교수학습지원 시스템망(LMS)을 에듀테크 회사로부터 단체구매하기 버거운 단위학교들을 위해 지스위트(G-suite) 기반 구글클래스룸을 만들어 공짜로 캘리포니아에 뿌렸다. 이젠 전 세계에 퍼져 있다.

이 지스위트 사설용 30테라짜리 저장옵션 하나가 한해 350만원이 넘어가는 비용임에도 학교와 교사에겐 무료로 무제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샌프란시스코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크롬북을 만지고 아이패드도 원하는 만큼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투자된 시스템 속에서 직접 코딩을 짜고 로봇을 작동시키며 배가된 창의를 배운 뒤 다시 그 기업들에 합류해 환원된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나라 기업들은 앞으로만 뚫어지라 나아가는 정량적 포워딩만 걱정할 게 아니라, 현재 기업이 흘러온 공시적·통시적 관점과 관성과 인문적 통찰을 포함한 정성적 백워딩도 함께 염두에 두고 설계해야 한다.

인류보편성과 타당성을 가르쳐 전인적으로 나아가야 할 중고교와 대학교에 대기업의 위계와 서열을 앞세워 대학과 사람을 편 가르기 하고 높낮이를 나누는 짓을 윗내림하는 것부터 자제시켜야 한다.

기업은 명문대 출신을 골라 뽑고, 대학은 최고득점자를 뽑으며,

고교는 그런 고득점 학생들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서열화해야 한다면,

교사들은 아이들을 기계적으로만 가르치고 수치적 객관식 사고만 교육하는 악순환이 일어날 뿐이다.

이 선형적인 고리를 먼저 끊어야 할 곳은 고교현장이 아니라 바로 기업과 대학들이다.

앞으로 대학은 그러한 기업들의 필요에 움직이고 줄을 대는 전근대적인 행태를 끊고 새로운 상아탑으로서 아성과 근본을 스스로 찾아 다시 쌓아야 한다. 고교는 입시양성기관의 헌 간판을 떼어내고 국가든 지역이든 주어진 교육과정대로 교사들이 스스로 수업과 평가를 매핑하고 실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기업문화의 혁신과 대학의 정체성 확립만이 학교다운 학교를 만들 수 있다.

이 단순하고도 간결한 문구가 어떻게 이리도 심히 복잡한 입시 알고리즘으로 꼬여버렸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급기야 입시정책은 교육구성원들 스스로 정리하지 못해 정치적 교착 상황까지 다다라 버렸다. 이 무리수를 어찌 감당할 것인가?

이제 기업과 대학들은 서로의 인과관계에만 머물지 말고 좌고우면하에 영향 미칠 상관성을 먼저 나누고 협업하며 동등하게 대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대학은 고교에 모범을 보이고 기업은 대학의 올바른 출구역할을 함과 동시에 채용서열화의 악연을 끊어서 고교와 대학의 학생들이 서로 싸우고 경쟁하는 대신 다양하고 색다른 생각으로 상호협력하는 홍익인간적 참인재로 커나가는 바탕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실리콘밸리처럼 고교-대학-기업들도 서로 선순환적 원형 관계로 다시금 거듭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최고(最高)의 교육은 최상(最上)의 교육이 아닌 최선(最善)을 다해 교육하는 것이다.

졸업장 버린 미국기업을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우리나라 대학들과 기업들도 최선(最善)의 교육혁신이 가능함을 함께 기대하길 바란다.

다음은 <미국학교의 온라인 교사(校舍)-교수학습관리시스템(LMS; Learning Management System)과 구글클래스룸(Google Classroom) 상륙>편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