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상피제 도입 앞두고 전북 전면 보류, 제주도 '난색'
서울, 광주, 대구, 경기 등 도입...충북, 강원 등 내년 도입
교원단체 "일률적 상피제 도입이 문제 해결 방법 아냐"

지난해 숙명여고 사태를 겪은 서울교육청과 경기, 대구·광주교육청 등이 올해부터 상피제를 도입했다. 경남·경북·충북·인천·강원교육청 등은 내년부터 상피제 시행을 추진 중이다.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교육부가 다음 달 교사 부모와 자녀가 같은 중·고교에 다니지 못하게 하는 상피제(相避制) 도입 전면시행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전북교육청이 반대 입장을 밝히고 도입을 전면 보류해 눈길을 끌고 있다. 

21일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상피제 도입은 교사를 '잠재적 범인'으로 몰아 교원의 자존감 훼손은 물론 학생의 학교 선택권과 교사의 직장 선택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도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북도내 고교 중 부모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인원은 작년 8월 기준 12개 시군 37교 교사 50명 학생 67명이다. 

전북교육청의 대안은 교사와 학생이 회피 여부를 택하는 것이다. 두 주체가 한 학교에 있길 원할 시 내부적으로 분리하고 따로 있기를 희망할 경우는 전보하거나 재배정하는 방식이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원하지 않았음에도 부모가 있는 학교에 배정된 학생은 올해 1명도 없었으나 만약을 대비해 구체적 조항을 넣을 예정"이라며 "아이가 회피했음에도 부모와 같은 학교로 간 경우 하 순위 학교로 재배정한다 등의 조항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 역시 상피제 전면 시행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제주도의 경우 서귀포 지역에 인문계 고교가 2곳 밖에 없고, 이 중 1곳이 사립이어서 교사 전보가 안 되는 상황이다. 또 교사가 섬 학교로 발령이 나는 경우 자녀를 데리고 가는 경우가 많아 상피제 전면 시행은 어렵다는 것. 다만, 같은 학교에 있는 경우 자녀의 성적 평가·관리에서 교사 부모를 배제하고 교사 전보 요청 시 자녀가 어느 학교에 있는지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할 방침이다.

반면 지난해 시험문제 유출 사건이 발생했던 서울, 광주 등은 적극적으로 상피제를 도입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자녀와 같은 학교에 재직 중인 공립 중·고교 교사들에게 전보 신청을 내도록 요청해 다음달 1일자 정기인사에 이미 반영한 상태다. 인사권한이 학교법인에 있는 사립학교는 상피제를 강제할 수 없어 같은 학교법인 내 다른 학교로 옮기거나 최소한 자녀가 속한 학년은 담당하지 않도록 했다. 교육감 선발 후기고 신입생 배정에도 교직원 자녀 96명을 부모가 재직하는 학교가 아닌 다른 학교에 배정했다. 

광주시교육청은 지난해 8월 현재 광주에서 교사 부모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고교생은 공립 2명(2개교), 사립 27명(18개교)이었다. 부모 교사 가운데 6명은 다음 달 1일자 인사에서 법인 내 다른 학교로 전보되며 단설 학교에 재직하는 3명은 공립 순회 발령됐다. 나머지 20명은 졸업했다. 최근 단행한 인사에서도 자녀와 같은 학교에 발령된 교사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교육청도 올해부터 공립 중·고교 교사 발령 시 상피제를 의무 적용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경기도에서 자녀와 같은 학교에 있는 사립 중·고교 교사는 166명이었다. 대구와 대전 역시 올해부터 상피제를 도입한다. 

충북은 내년부터 상피제 도입에 합류할 계획이다. 청주, 충주, 제천 등 시(市) 단위 공립고교에 적용할 방침이다. 이후 시행결과를 분석해 군(郡) 단위 고교와 중학교 등으로 제도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 밖에 경남·경북·인천·강원교육청 등도 내년 시행을 추진 중이다. 울산·부산 등은 이미 제도를 시행 중이다. 

교원단체는 상피제 시행을 신중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도교육청 차원에서 상피제 도입을 전면 보류한 전북지역 김형배 전교조 정책실장은 "상피제는 교사와 학생의 선택권이 침해당할 수 있는 문제이고 지역 특수성과 교사마다 입장이 달라 통일된 의견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교총 역시 어떤 시‧도는 시행하지 않고 다른 시‧도나 학교에는 이행하라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으므로 전국적인 통일성을 기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상피제 시행이 어려운 농·산·어촌학교, 자사고와 특목고에 대해서는 특수성과 여건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상피제 확산의 배경이 된 입시제도와 시스템 등 근본적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민애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경기지부장은 "상피제가 지금 당장 몇몇 학교에서 눈앞에 벌어진 사건을 해결하는 대안이 되겠지만 대입 위주로 운영되는 학교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며 "입시학원으로 전락한 학교를 바로 세우지 않으면 내신 조작이 아닌 다른 형태의 문제들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피제 도입을 거부한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사립학교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교육감은 지난해 자신의 SNS에 “교사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자녀에게 시험지를 앞서 유출하거나 자녀 학교생활기록부를 무단으로 고치는 건 극히 일부의 일탈행위고 이럴 경우 엄히 책임을 물으면 된다”면서 “사립학교 징계를 강제할 수 있도록 사립학교법을 바꾸는 게 더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