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의 하이패스? "내부형교장 공모 15년 경력 무시하지 말아야"
15년 경력 "군대 중령, 경찰 총경, 소방관 소방정, 대학 부교수급"

2018년 9월부터 15년 이상 경력 교사는 내부형교장공모제로 교장이 되는 길이 열렸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15년 이상 경력 교사가 내부형교장이 되는 것을 두고 ‘점프 교장’ 또는 ‘승진의 하이패스’라는 말을 한다. 과연 15년 경력 교사가 그런 이야기를 들어야만 하는 것일까? 15년 경력 교사는 어느 정도 수준인지 급수를 두고 따져 본다.

교사는 전문직이라는 자부심이 있고, 급수 따지는 것을 싫어해서 그런지 본인이 몇 급 공무원인지 잘 모른다.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무자격자라는 비난은 방어해야하기에 법적인 의미에서 교사의 위치를 알아보고자 ‘공무원보수 등의 업무 지침’이라는 공문을 열어보았다. 그 공문에는 ‘호봉획정을 위한 공무원경력 상당계급 기준표’가 잘 정리되어 있다.

2018년 전라북도교육청의 '공무원 보수 등의 업무지침 개정 알림' 공문 붙임 표. '호봉획정을 위한 공무원경력의 상당계급 기준표'로 이 표에 의하면 초중등교원 24호봉 이상이면 군인 중령, 경찰 총경 상당계급임을 알 수 있다. 자료=정재석교사
2018년 전라북도교육청의 '공무원 보수 등의 업무지침 개정 알림' 공문 붙임 표. '호봉획정을 위한 공무원경력의 상당계급 기준표'로 이 표에 의하면 초중등교원 24호봉 이상이면 군인 중령, 경찰 총경 상당계급임을 알 수 있다. 자료=정재석 교사

일단 교사는 교대와 사범대를 졸업하고 임용되기 때문에 7급 상당계급 9호봉부터 시작한다. 9호봉에서 10호봉(1~2년 경력)까지는 7급 상당계급이고, 11호봉에서 17호봉(3~8년 경력)까지는 6급 상당계급이고, 18호봉에서 23호봉은(9~13년 경력/1정 연수 수료자는 1호봉 가산) 5급 상당대우를 받고 있으며, 24호봉 이상(14년 경력)은 4급 상당계급이었다.

즉 14년 경력 이상 교사는 4급 상당계급으로 교사, 교감, 교장 등 직책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 표외에는 교사의 공무원 계급에 대해 언급한 공문은 없다. 교사는 영원히 7급대우 쯤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단지 교사를 폄하하기 위한 풍문일 뿐이다. 그리고 교감을 5급 대우, 교장을 4급 대우라고 말하는 것도 공무원과 구색맞추기를 하는 동시에 교사들과 차별하기 위한 발상이다. 단일 호봉제라 이런 이야기가 논리적으로 법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교감, 교장, 행정실 직원들은 호봉획정을 하는 담당자이기 때문에 이 표를 분명히 알고 있다. 하지만 교사에게 알려주지 않아 왔고 앞으로도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 교사가 4급 상당계급이라는 사실은 본인들 입장에서는 꽤 껄끄러운 정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적으로 4급 상당계급은 고위직으로 인식된다. 일반인들은 고위직은 소수여야한다는 의식이 있어 다수의 교사가 4급 상당계급이라는 것에 거부감을 느낄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이 표를 보고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일부 교사들 역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교사의 사회적 위치가 저평가되는 관성이 고착화하였다.

교사계급에 대한 오개념을 촉발한 건 시도교육청이 호봉 책정표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만든 강사료 책정표 때문이기도 하다.

그동안 교사는 무급 강사, 박사급 교사와 교감은 5급, 교장은 4급으로 대우해 강사료를 지급했다. 최근에 이 강사료도 실천교사와 서울교사노조의 이의 제기로 교사 강사비를 5급 대우까지 상향 조정하였고, 앞으로 4급 대우 강사료를 지급할 때까지 문제 제기할 예정이다.

학교 행정실장은 학교 규모에 따라 지방직 5~7급이다. 대부분 교사가 같은 경력이라면 행정실장보다 월급이 많은 이유가 교사는 9호봉부터 시작하고 동시에 위에 언급한 호봉획정에 따라 월급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전직의 개념인 장학사는 지방직 6급 대우이다. 호봉의 관점으로 본다면 14년 경력의 교사가 장학사 시험에 합격하면 국가직 4급에서 지방직 6급으로 오히려 급수가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학사가 교사보다 급수가 높다고 착각하는 이유는 장학사 임기가 끝나면 장학사 TO의 교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학관도 마찬가지 개념이다. 지방직 5급 대우이므로 그다지 높은 계급이 아니다. 하지만 장학관 이후에 교장으로 발령 날 수 있기에 그 자리에서 그 권위를 인정받는 것이다.

같은 호봉 4급 상당계급의 대우를 받는 군대의 중령, 경찰의 총경, 소방관의 소방정, 대학의 부교수는 4급 호봉만큼 사회적 지위를 보장받는다.

그런데 유난히 교사는 호봉만큼의 사회적 대우를 받지를 못한다.

앞으로도 교사들이 호봉 4급 상당계급이라고 해서 사회적 대우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최소한 교수처럼 전문직으로서 존중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부형교장공모의 지원 교사 경력으로 15년이 짧다거나 교감직을 거치지 않았다고 승진의 하이패스를 탄다고 비난하지 않길 바란다.

현재 자율학교에서는 신청학교의 50%만 15년 경력이상 교사지원 내부형교장공모제 학교가 될 수 있다. 교사가 교장 될 수 있는 내부형교장공모제 학교가 일반 학교까지 확대돼 교장이 행정실무를 담당하고 민주적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곳이 늘어나기를 소망한다.

요새 톨게이트마다 하이패스가 늘어나듯이 교사에서 교장이 되는 하이패스를 대한민국 학교마다 설치하자.

정재석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팀장
정재석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