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점제 "문제 있지만 순기능 무시해선 안 돼"
관리자 되려면 기피 보직 헌신, 노력부터 해야 하지 않나
민주적 경영 "자율 뿐만 아니라 책임 강조해야"

박정현 한국교총청년위원장
박정현 한국교총 청년위원장

누가 보직교사를 해야 하는가

신학기마다 학교별로 보직교사를 누가 할지를 두고 진통을 겪는다. 보직교사는 1970년 문교부령으로 제안된 주임교사제가 2006년 개정된 것으로, 학교의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마련된 제도이다. 중간관리자의 성격으로 부서의 업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학교 업무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보직교사를 희망하지 않아 학교마다 어렵게 부탁하거나, 인정에 호소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보직교사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라 ‘보직수당’이 지급되고, 승진가산점을 주고 있다. 그런데 수당은 7만원으로 담임수당 13만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으며, 승진에 대한 인식이 예전과 같지 않아 보직 맡기를 기피하는 상황이다. 교육자로서의 헌신과 희생에만 의지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승진가산점을 강화하고자 하는 정책적 움직임과 함께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다. 현행 승진 체계는 가산점의 누적을 활용한 마일리지 방식과 공모 방식으로 나누어져 있다.(교감의 경우 마일리지 방식만 적용).

가산점을 받기 위해 불필요한 활동에 집중하고, 경쟁이 과열된다는 문제 지적은 일면 타당하다.

그렇지만 이에 대한 대안이 미비하고, 순기능마저 무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도별로 승진가산점의 기준을 마련하여 적용하고 있는데 다양한 경험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수업 능력의 향상을 위한 영역, 전문적 능력 함양을 위한 연구 등은 물론 학교 교육 발전에 관련된 유공교원, 학교폭력예방 기여, 교육실습 지도 등의 내용도 포함된다. 정책적인 차원에서 만들어진 가산점이나 불필요하게 교육력이 낭비되는 가산점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고 남아있다고 해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분위기이다.

승진을 준비한다는 의미는 다르게 이야기하면 다양한 영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헌신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자신만의 점수 챙기기에 급급해 다른 교사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없지는 않겠지만, 다면평가를 통해 제어되는 만큼 과거처럼 심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보직교사에 대한 가산점도 같은 맥락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외재적 보상만으로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보직교사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풍토의 조성과 함께 적절한 보상 체계가 마련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보직교사로서의 경험을 관리자 단계로 이어가는 것은 학교를 합리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관리자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

보직교사에 대한 승진이 왜 중요한 부분일까. 우선, 관리자에 대한 개념을 명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초중등교육법 제20조

①교장은 교무를 통할(統轄)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도·감독하며, 학생을 교육한다.

②교감은 교장을 보좌하여 교무를 관리하고 학생을 교육하며, 교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없을 때에는 교장의 직무를 대행한다.

위 조항에서 관리자의 역할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통할(統轄)’은 ‘모두 거느려 다스린다.’라는 사전적 의미로 ‘학교 업무 전반을 이해하고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교감 역시 교장에 준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일각에서 관리자에게 필요한 역량을 민주적 분위기의 조성과 대화를 통한 의사결정으로 정의하는 것은 한 면만을 바라보고 있는 편협한 시각이다.

학교 업무 전체를 관장하고 합리적인 의사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업무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교육과정의 편성과 운영, 교육연구, 학생생활지도 및 학교폭력에 관한 업무 등 학교 업무 전체에 대한 고른 경험이 필요하다.

또한 이론적으로만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할 때 빠르고 적합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학교의 업무는 법률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법률적 이해는 물론, 행정 처리의 절차와 재정의 편성과 지출에 관한 이해도 함께 필요하다.

혹자는 누구나 관리자의 위치에서 업무를 협력하며, 배워 가면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관리자의 결정은 시시각각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실험적인 도전이나 시행착오는 관리자의 경험적 측면에서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관리자는 학교 업무와 관련하여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갖고 실무를 수행했던 교사가 맡는 것이 타당하다.

교장 자격제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교장 자격을 엄정한 기준에 따라 설정하고 자격이 있는 교사를 임명하는 것은 학교의 관리자로서 충분한 능력이 필요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교장 자격제도를 기득권의 독식으로 치부하는 것은 논거가 부족한 일방적 비난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교장과 교감을 보직제로 바꾸자는 논리도 마찬가지로, 교장과 교감은 보직교사와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법률의 정의를 무시하는 논리이다. 수평적 교직문화는 분명히 우리가 지향해야 할 학교 문화인 것은 분명하다. 과거의 학교가 수직적이고 일방적이었던 부분도 사실이고 아직 그러한 문화가 남아있는 곳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대안 없는 비판은 공허할 뿐..."기존 제도 보완 속 합리적 대안 찾아 나서야"

그 어떤 제도도 완벽할 수 없는 만큼 문제점을 찾아가고, 해결의 방법을 모색해가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일 것이다. 교장공모제를 통해 학교의 특색에 맞는 관리자를 찾아가는 방안도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기본적인 자격과 충분한 소양은 학교의 중요한 의사결정과 책임을 져야 하는 필수적 요소이다.

학교 현장의 민주적 경영은 현재 시점에서 중요한 화두로 자리하고 있다. 그에 따라 마일리지 방식의 승진 방식을 없애고, 수평적인 선출을 주장하는 입장은 충분히 공감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민주적 경영의 핵심은

자율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책임 또한 상응한다는 것이다.

현재 체제의 문제를 보완해 가며,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동안 교육 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해 온 교사들의 노력을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폄하해서는 안 된다. 대안 없는 비판은 공허할 뿐이다. 교사로서의 열정과 본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그런 주장에 앞서 많은 이들이 기피하는 보직교사를 자청하여 헌신하는 최소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