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성 경기 대부중 교사

가족계획 포스터 변천사.
가족계획 포스터 변천사.

[에듀인뉴스]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아들 하나 때문에 …’,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표어 문구는 60년대, 70년대 출산정책이었다.

최근 출산 장려 표어는 ‘다정한 첫째, 똑똑한 둘째, 장난꾸러기 셋째, 애교 쟁이 넷째’, ‘다둥이가 행복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품어주세요’로 변화되었다.

지난달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자녀 출산실태와 정책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15∼49세 기혼여성의 자녀 출산실태를 조사한 결과 국내 기혼 여성 중 절반이 경제적 부담으로 출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배우자가 있는 유배우 여성의 향후 출산 계획은 '계획 없음'(84.8%)이 대부분이었다. '계획 있음'은 10.4%, '모르겠음'은 4.8%였다.

앞으로 출산 계획이 없는 유배우 여성의 출산중단 이유로는 '자녀교육비 부담'(16.8%), '자녀양육비 부담'(14.2%), '소득·고용 불안정'(7.9%), '일·가정 양립 곤란'(6.9%), '자녀 양육을 위한 주택마련 곤란'(1.3%) 등이었으며 이처럼 경제적 이유가 응답의 비율이 47.1%로 거의 절반에 달했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출생·사망통계 잠정결과’에 따르면, 2018년 출생아 수는 2017년(35만7800명)보다 8.6% 감소한 32만6900명이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88년 63만명의 반 토막 수준이다.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2002~2016년 사이 15년 가까이 40만명 대를 유지했지만 2017년 처음 30만명대로 낮아진 이후 2년 연속 급감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2018년 합계출산율(0.98명)은 역대 최저였던 2017년(1.05명)보다 더 낮아졌다. 합계출산율이 1명을 밑도는 것도 사상 처음이다. 

그동안 출생률이 사망률 보다 높았지만, 앞으로 역전이 될 것으로 학계에서는 보고 있다. 합계출산율인 0.98명은 한국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나라의 경우, 전쟁이나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합계출산율이 감소했다가 회복하는 부분이 보였지만, 한국의 경우는 그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사진=ytn캡처
사진=ytn 캡처

출산율이 저조한 이유는 일단 '3포 현상'에 기인한다. 3포는 연애, 결혼, 출산을 묶어서 3가지 포기한 것을 말한다.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해서 출산으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지만, 취업이 힘든 현실에서 연애를 꿈꾸는 것으로 사치로 여겨진다.

지난 2월 실업자 수는 130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8000명 늘었고, 2017년 2월(134만2000명)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청년층이나 3040세대가 고용시장에서 취업이 되지 않는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이 반복되다보니 저출산의 여파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결혼적령기에 있는 2030, 3040세대들이 안정적인 직장을 바탕으로 결혼을 하고 출산계획을 세워야 정상이지만, 자녀 양육에 들어가는 양육비와 교육비 부담으로 수십 년간의 부모로써의 역할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저하는 것이다.

30대 미취업 청년을 둔 부모 K씨는 “적령기의 젊은이들이 살아오면서 대학졸업과 동시에 취업도 되지 않고 백수로 지내다보니 연애, 결혼, 출산은 이미 포기한 것 같다”며 “결혼이나 출산장려정책보다는 실질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정부에서 지원했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래가 불안한 사람이 결혼을 하고 출산까지 무리하게 추진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미출산으로 결혼해 자녀 없이 살거나 미혼으로 살기 원한다. 그 이면에는 사회현상을 뜻하는 ‘워라밸’이나 ‘욜로족’의 영향을 클 듯하다.

문제는 무엇일까? 자녀를 낳기 어렵게 만드는 환경이 원인으로 뽑힌다. 출산하는 순간부터 수많은 양육비와 교육비가 수반되는 현실에서 그 모든 것을 짊어지는 젊은 부모에게는 곤혹스러운 현실이다.

저출산 대책은 결혼이나 출산장려로 1회성의 수당을 지원하는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자녀 출산과 더불어 양육을 위한 재정적인 지원과 일과 가정이 동시에 양립할 수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경제적인 뒷받침을 기초로 해서 자녀를 안심하고 낳아 키울 수 있는 견고하고 튼튼한 사회안전망 확보가 중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한 삶의 질을 원한다. 결혼과 출산이 삶의 질을 떨어지게 한다면, 앞으로 저출산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사회는 단순한 출산장려정책이 아닌 지속적인 대책이 필요하며, 개인의 삶의 질과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방안이 우선되어야 한다. 

최우성 경기 대부중 교사
최우성 교육칼럼니스트는 현직 중등교사로 재직 중이며, 언론학 및 교육학 석사다. 교직에 입문하기 전 출판사 편집업무와 출판잡지에 조예가 깊어 언론학석사를 취득했으며, 2001년부터 꾸준히 교육변화를 이끌기 위해 교육칼럼을 쓰고 있다. 현재 한국교사학회 정책실장, 전국선플교사협의회 홍보국장, 전국교육연합네트워크(비영리시민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과정중심평가(교육과실천) 공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