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정권적 교육기구?...대통령, 교육부 영향력 최소화해야
19명 대규모 위원...합의, 토론으로 결과 도출 한계 우려
사회적 타협기구에 가까운 성격..."실익 없을 것"
교육 부총리와 위상 차이로 인한 '업무 혼선' 예상

조흥순 중부대학교 교수
조흥순 중부대학교 교수

[에듀인뉴스] 정부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방안을 발표했다. 근거 법률안을 여당 의원이 발의하여 올해 말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는 1990년대 이래 교육계 뿐 아니라 학부모단체들도 주장해왔던 것이고, 대다수의 대선후보가 이를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어 일면 당위성이 있고 교육계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초정권적 기구가 될 수 있을까

정부가 내놓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방안을 보면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먼저 이 기구의 전제라 할 수 있는 초정권적 기구가 될 수 있을 것인가가 우려된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정권교체 시마다 반복되는 잦은 교육정책 변경 등 과도한 교육의 정치화를 억제하고, 교육부의 권위적이고 독단적인 행정 행태를 불식하여 교육의 안정적 발전을 도모하자는 데 있다.

그동안 교육영역이 입법·행정·사법 영역을 벗어나 제4부로 독립되어야 한다는 비현실적 주장마저 광범한 공감을 받아온 것은 정치·행정의 하부구조로 전락한 교육현실에 대한 통절한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초정권적 기구로 정립되지 못하면 또 하나의 행정기구 증설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될 것이다. 별도 기구설치로 인한 행정력과 혈세 낭비, 교육행정 이원화에 따른 행정체계 혼란, 정치적 논쟁과 갈등 심화 등 부작용이 훨씬 크게 부각될 것이다.

형식적 차원보다는 실제적 측면에서 국민 다수가 초정권적 기구로 인식하도록 구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합의제 기구의 정치적 중립성은 기본적으로 위원 구성에서 확보된다. 그 판단은 정부·여당의 영향권 하에 있는 위원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가에 초점이 두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의 설치방안은 대통령 추천 5명, 당연직으로 교육부차관과 시도교육감 1명, 국회 추천 8명, 교원단체 추천 2명, 대학협의회 추천 2명 등 19명으로 구성하게 되어 있다.

대통령 추천 5명과 여당 추천 인사, 교육부 차관 등의 위원 수를 고려하면 대통령과 교육부 의중에 반하는 정책결정을 하기는 어려운 위원 구성이다.

그동안 정부 위원회의 운영사례에서 보듯이 정부 내 합의제 기구가 정부나 정권의 입장에 반하여 의사결정을 하거나 정책노선을 취하기는 본질적으로 쉽지 않은 현실을 고려하면 더욱더 그러하다. 이런 점에서 현 정부의 교육정책 노선에 반대하는 정당이나 단체 입장에서 이를 쉽게 수용하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

진정으로 초정권적 교육기구를 설치하여 범사회적 합의의 토대 위에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국가교육 발전을 도모하고자 한다면 정치적 색채를 최대한 빼야 한다. 교육 또는 관련 학계 및 현장의 전문가 위주로 구성하되 대통령과 교육부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19명으로 위원수를 정한 것은 위원의 대표성 등을 고려한 측면으로 이해되지만 원만한 회의와 합의의 도출이 어려운 과도한 규모라 보인다. 위원 간 활발한 협의와 토론을 통한 공감대 확보와 합의가 어렵게 되면 표결로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유사한 정치성향을 가진 위원끼리 결집하는 등 내부 정치가 활발해져 정치적 경쟁의 장으로 변질할 염려가 있다. 이러한 모습이 반복되면 극단적으로 정부의 정책방향을 정당화하는 전위기구로 매도될 수 있다.

위원의 정당가입 제한, 신분보장, 부당한 외부 간섭 배제 규정을 둔 것은 위원회 운영의 독자성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당연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교육단체 추천 인사를 제외한 위원들이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위원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는 우리나라 정치문화에서 가능할지 의문스럽다. 최초 위원회 구성 시 대통령과 국회의 추천인사는 임기를 달리하여 영속성을 보장하고, 정치적 편중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합의제 행정위원회인가, 사회적 타협기구인가

위원회의 성격과 기능에서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설치 법률안에 의하면 위원회의 소관사무는 국가교육 비전 및 중장기 계획 수립, 인적자원 정책, 학제, 교원정책, 대학입학정책의 장기적 방향 수립, 교육과정의 연구·개발·고시, 지방교육자치 강화 지원 및 조정, 교육과 지역사회 연계 지원 사항, 국민 의견수렴 사항 등이다.

국가교육의 중장기적 발전계획에 초점을 두면서, 정책집행 및 직접적 교육행정 업무를 수행하는 교육부와 업무중복 혹은 충돌을 막기 위한 설정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렇게 기능을 설정하게 되면, 합의제 행정위원회라기보다는 국책 연구기관이나 노사정위원회와 같은 사회적 타협기구의 성격에 더 가깝게 된다.

대부분의 정부 합의제 행정위원회가 갖고 있는 규제, 결정, 심판 등의 실질적 행정권이나 정책집행권이 없는 정부위원회를 합의제 행정위원회라 할 수 있을 것이며, 굳이 법률 기구로 구성할 실익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고, 그동안의 정부위원회 설치·운영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또 중장기적 정책방향 설정이나 계획은 보통 5년 또는 10년 이상의 기간을 단위로 수립하는 것이 통례다. 이 기구가 설치되어 10년 정도의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나면 상당기간 동안 역할 축소가 불가피하다. 관계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의 시행계획 점검과 실적 검토, 계획의 수정 및 변경 등 후속 업무가 설정되어 있지만 이는 상당한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는 독립 행정부처의 역할로는 미흡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물론 그 적절성 여부의 판단은 정부조직 총괄부처나 법제처 등의 몫이다.

교육부와의 관계 설정에 헛점이 보인다

지방교육자치 강화 지원 및 조정이나 교육과 지역사회 연계 지원 등의 업무 설정은 상당히 포괄적이고 업무내용이 교육부와 중첩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런 업무는 교육부의 주요 행정업무와 밀접히 관련될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방교육자치의 ‘조정’이라는 업무도 구체적인 법적 절차와 구속력이 담보되지 않으면 주요한 기능이 되기 어렵다. 업무의 세부적 사항은 대통령령에 위임하도록 했지만 주요한 기능과 역할은 법률에 명료하게 포함해야 할 것이다.

교육부장관이 국가교육위원회가 결정한 교육정책 방향의 주요 사항을 변경하고자 할 경우에는 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관련 업무를 추진해야 하는 부처 장관이나 지방자치단체장에게는 시행계획 및 실적보고의 의무를 지우고, 이행이 어려울 경우 재심 요청을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장관급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과 사회부총리로서의 교육부 장관의 정부 내 위상 차이가 업무갈등과 혼선의 소지는 없을 것인지 검토가 필요하다.

또 집행과정에서 직면하는 정책문제들은 즉각적인 정책수정 및 보완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정책집행과정이 곧 정책결정과정이라는 정책학적 시사는 정책결정과 집행기관 분리의 비효율성을 지적한다. 국가교육위원회의 심의결정과 집행 부처의 유기적 관계와 협조체제의 여부가 국가교육위원회의 실효성을 평가하는 또 하나의 관점이 될 것이다.

조흥순 중부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