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진 경기도 교육공무직 사서

권혜진 경기도 교육공무직 사서

[에듀인뉴스] 학교도서관진흥법 개정으로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전국의 학교도서관에 전문 인력인 사서나 사서교사를 의무적으로 배치하게 되었다. 전국에서 가장 발 빠르게 경기도교육청이 ‘2019년부터 모든 학교에 전문 인력을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많은 도서관인들이 희망을 품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그 계획이란 것은 전문인력 미배치교에 한시적으로 1년 계약의 ‘정원 외 기간제 사서교사’를 채용하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전국 도서관인들의 오해와 핑크빛 희망은 사그라질 줄 모르고 있다.

경기도내 학교현장은 1년 한시적 계약의 기간제 사서교사 수급의 어려움으로 대혼란 상태에 빠져있다. 전 학교의 사서교사 배치가 실제로는 빛 좋은 개살구였다는 것을 안 이상 사서교사 자격증을 가진 많은 이들이 망설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2019년 2월 경기도교육청 인력관리심의위원회는 교육공무직 사서의 퇴직, 의원면직의 자리마저 정원 외 기간제 사서교사를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든 자리는 모르지만 난 자리는 안다’고 했다. 새 학기 학교도서관은 학생 진급처리, 운영계획, 교육과정연계 계획 등으로 가장 바쁜 시기임에도 정작 교육청은 학교현장을 제대로 모르는 정책으로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 인력인 사서가 배치되지 못한 학교의 교사, 실무사들이 추가 업무를 감당하고 있으며,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이 당하고 있다.

비정규직 양산하면 안 되니 ‘정원 외 기간제 사서교사’ 채용한다고? ​


정부와 교육청은 ‘무기계약직’을 고용이 안정된 ‘정규직’이라고 말해왔고,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도 사실상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일 뿐이다. 무기 계약직은 ‘무기한 계약직’일 뿐이며 제대로 된 정규직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언제나 묵살되었다. 

그런데 경기도교육청은 이제 와서 무기계약직은 비정규직이니 더 이상 늘릴 수 없기 때문에 교육공무직 사서의 빈자리라도 교육공무직으로 채용할 순 없다고 한다. 그래서 내놓은 정책이란 게 무기계약직보다 더 열악한 1년 계약의 정원 외 기간제교사 채용이다. 

학교도서관진흥법과 시행령도 어겨가며 도교육청이 얻으려는 것은 무엇일까? 무기계약직보다 더 유연한 일자리, 자르고 싶을 때 자르고, 시키고 싶은 일은 다 시키는 인력의 확대, 노동조합과 싸우지 않고 부려먹기 편한 노동자가 아닐까. 정원 외 기간제 교사가 바로 그런 일자리이다.​

한술 더 떠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8일 기간제 사서교사 채용이 생각만큼 되지 않자 자격 요건을 대폭 수정하였다. 사서교사 1, 2급 자격증 소지자만 가능하던 것을 유초중등 교원자격증과 사서자격증을 동시 소지한 자라면 채용이 가능하도록 변경한 것이다. 사서자격증과 타 교과 교원자격증 동시 소지자의 사서교사 채용은 학교도서관진흥법 위반이다. 

학교도서관 전문 인력 홀대부터 반성해야
 
1400명 남짓한 경기도 교육공무직 사서 중 약 500여 명 정도가 사서교사 자격증도 소지하고 있지만 현재 기간제 사서교사 채용에 지원하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여러 번 지적했듯 이번 채용은 1년 계약의 한시적 고용이라는 것이 그 첫 번째 이유이다. 

이미 사서, 사서교사 자격증 소지자들은 오랫동안 반복된 해고와 재계약, 학교현장에서의 차별을 견디며 교육공무직사서로 근무해왔다. 교육청이 사서의 인건비를 학교의 학생 수별로 차등 지급하는 통에 사서들은 학교 예산 잡아먹는 하마처럼 눈치 보며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하는 수모까지 겪어왔다. 이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 고용안정을 이뤄낸 역사는 말 그대로 눈물의 역사이므로, 섣불리 ‘교사’라는 간판만 쫓아 기약 없는 1년 계약직교사로 떠날 수는 없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차별이란 문제다. 가장 수평적이어야 할 교육현장이 사실은 가장 차별적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교사와 비교사 간에 보이지 않게 계급을 나눈다. 처우 차별은 물론 인격적 수모와 모멸감을 느껴 사서라는 자부심과 희망을 찾지 못하고 아예 학교도서관계를 떠난 이들도 많다. 따라서 교사라지만 비정규직이고, 고용까지 불안한 1년 계약직 비정규직인 점은 도교육청 채용에 응시할 마음을 가시게 한다.

이번 정원 외 기간제 사서교사 채용 대란의 원인은 결국 사람을 홀대하고 가능한 모든 인력을 비정규직으로 쉽게 쓰고 쉽게 버려 온 교육당국에 책임이 있다고 보아야 옳다.

사서와 사서교사, 실기교사 모두 학교도서관진흥법이 인정하는 전문인력

학교도서관진흥법은 ‘학교도서관에는 사서, 사서교사, 실기교사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서자격증 소지자, 사서교사 자격증 소지자, 사서 실기교사 자격증 소지자가 구분 없이 학교도서관 운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도교육청은 어째서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기간제)교사’를 채용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학교에는 사서교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협소한 말만 진리처럼 통용되는 것일까?

전문 인력으로서 역량을 강화하는 것과 사서로서의 전문성은 필수다. 그러나 진정한 전문성은 ‘교원자격증’을 가졌다고 해서 증빙되는 것이 아니다. 전문성이란 경쟁적 시험, 일회성 시험으로 갖춰질 수 없다. 

사실상 전문성은 학교 현장에서 비로소 함양되는 것이다. 사서 노동자 간의 협력, 경험과 지혜를 공유하고 서로 배우는 것이 진정으로 전문성을 키우는 첩경이다. 때문에 교사와 사서들도 다양한 연수의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하고, 독서교육의 촉진자로서 자기 성찰과 철학적 고찰도 할 수 있어야 교사이고 사서다. 

이것이 바로 기억의 기록을 관리하고 지식과 사람을 연결하는 문헌정보인이 주장해야 하는 최선의 전문성이다.

"사서교사의 수준을 뛰어넘는 학교도서관은 없다.“(2019.3.11.에듀인뉴스 기고글) 맞는 말이다. 사서교사가 학교도서관진흥법을 인정하지 않고 동료 전문인력인 사서를 인정하지 않는 한, ‘교사’라는 간판이 붙었다고 무기계약직보다 더 나쁜 일자리인 기간제 사서교사 채용을 환영하는 한, 사서교사 채용 자격 변경을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며 허용하는 한, 학교도서관의 수준은 제자리를 맴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