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치를 벗어나야 '국가교육위원회'가 성공한다"
[기고] "정치를 벗어나야 '국가교육위원회'가 성공한다"
  • 정하늘 기자
  • 승인 2019.03.1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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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연 전 평택교육지원청 교육장
김기연 전 평택교육지원청 교육장
김기연 전 평택교육지원청 교육장

유은혜 장관의 말을 믿어도 될까?

[에듀인뉴스] 우리나라는 정권이나 장관, 교육감이 바뀌면 교육이 요동친다. 중심가치가 흔들리다 보니 가지가 요동치는 격이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고자 역대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국가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기구를 공약으로 내세우곤 했다.

지난 12일 당·정·청은 국회에서 ‘국가교육위원회’를 올 하반기 설치하기로 합의하였다. 동 위원회는 국가 인적자원정책, 학제, 교원, 대입정책 등 중·장기적 방향을 정한다. 그리고 교육부 기능이던 교육과정의 연구·개발·고시 기능을 수행한다. 단계적으로 유·초·중등 교육은 시·도 교육청으로 이양하고, 교육격차 해소, 학생의 건강과 안전 보장 등 국가 수준의 관리가 필요한 사업은 예외로 하였다.

구성은 대통령 지명5명(상임위원2명 포함), 국회추천8명(상임위원 2명포함), 교원단체추천2명, 대교협·전문대교협 추천2명 당연직 2명(장관 차관) 등 총 19명으로 구성할 예정이라고 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동 위원회는 대통령 소속의 ‘합의제 행정 위원회’로 직무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향후 교육정책의 집행기관이 되는 교육부가 동 위원회 결정사항에 기속(羈束)되도록 하고, 특별한 경우만 재심의를 할 수 있게 한다고 하였다.

유은혜 부총리는 “동 위원회가 설치되면 초정권·초당파적 합의에 의한 정책결정을 통해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일관된 교육정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물 포장이 아무리 화려해도 내용이 초라하면 실망하듯 언어적 유희보다 ‘본질’이 중요한 것이 세상 이치다. 임명 당시부터 자질 시비를 불러 일으켰던 유은혜 교육부 장관의 말을 과연 믿어도 될까?

동 위원회 구성 인사들이 유은혜 장관이 말 한대로 초정권·초당파적 정책결정을 위해서는 먼저 헌법가치에 명시된 교육의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인사가 발탁되어야 한다. 이는 필요조건이며 충분조건이다. 한데 그게 가능할까?

야당과 시민단체가 지적한대로 옥상옥이 될 우려가 많고 선거 공신에게 의자를 나누어 주는 의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게 아닐까?

현재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의 설립목적에는, ‘한국교육의 당면과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미래교육체제 개발을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는 신설하고자하는 기구와 기능이 거의 유사하다.

'굳이 국가 예산으로 중첩 기관을 만들 필요가 있는가?'라는 의문을 갖기에 충분하다. 어느 면에서는 ‘한국교육개발원’의 우수한 연구 인력이 신설하고자 하는 ‘국가교육위원회’의 구성 인사보다 더 전문성 있고 이념과 정치권력에서 초연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진심으로 국가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기구가 필요하다면 한국교육개발원을 확대·개편하여 세계적인 전문가를 충원하는 것이 취지에도 맞고 국민들의 동의도 구하기 쉬울 것이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성공하려면?

그래도 정부가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을 강행한다면, 그 성공조건은 무엇일까?

첫째, 대통령 소속이 아닌 정책 이행의 구속력을 갖는 명실상부한 독립기구로 한다.

둘째, 곡학아세(曲學阿世) 학자, 정통 연구교수가 아닌 아류(亞流)를 맴도는 사이비 교수 및 전문가들은 제척사유를 두어야 한다.

셋째, 상임위원 및 모든 위원에겐 정당 가입 등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위원회 활동을 징검다리 삼은 정무직 및 정치권 진출도 10여년 간 제한해야 한다.

넷째, 전문성과 대표성을 지닌 다양한 교육당사자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다섯째, 충분한 공청회와 여야 합의로 입법이 되어야 한다. 정권이 바뀌면 코드 정책의 유혹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안전 장치가 있다하여도 존속을 장담할 수 없는 요인은 부지기수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막강한 권력구조 상 ‘국가교육위원회’는 정권의 입맛대로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이 정치와 특정 이념에 오염되면 이는 국가적으로 재앙수준이다.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역대 정부는 교육적 시각보다 정무적 시각으로 접근한 것을 장삼이사(張三李四)도 알고 있다.

신설되는 동 위원회는 보수와 진보의 가치를 융합해 보편적인 민주적 가치의 ‘등대기구’로 주조(鑄造)되어 열하일기처럼 길 잃은 시대의 이정표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도 대학입시의 수시·정시 비율 혼선, 초등 1~2학년 영어교육의 오락가락 등에서 보듯 교육적 접근보다는 유권자를 의식하다 보니 신뢰 추락의 빌미를 제공한 면이 없지 않았기에 국민들은 더욱 불안하다.

교육부의 존재 이유가 희미해 지는 것은 필자만의 기우(杞憂)일까?

김기연 전 평택교육지원청 교육장

정하늘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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