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원 전주 완산고등학교 교사

박제원 전북 전주 완산고 교사

[에듀인뉴스] 전북 소재 자사고인 상산고의 자사고 재지정문제는 지역의 갈등을 넘어 전국적 이슈다. 작년 연말부터 상산고는 전북교육청과 재지정기준점수와 사회통합전형점수로 갈등을 보이더니 급기야는 지난 15일(금) 전북교육청 앞에서 상산고 동문을 비롯한 학부모들이 전북교육청이 상산고 재지정자격기준점수를 80점으로 정한 것은 ‘상산고 죽이기’라고 대규모 집회를 강행했다. 

이처럼 그 양상이 극한적인 까닭은 서울의 22개를 비롯해 전국의 42개 자사고 중에서 올해 전국적으로는 24개, 서울은 13개 학교가 재지정평가를 받는데 상산고의 자사고 자격 폐지나 재지정이 여론의 풍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쟁점은 뚜렷하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재지정 기준점수로 정한 80점이 교육부 권고점수인 70점을 초과하는데 다른 시도교육청의 70점과 비교할 경우에 공정한가?”와 “자사고는 입학정원의 10% 이상을 사회적 배려대상자로 뽑는데 지난 평가에서 그 점수가 2점이었는데 14점으로 올린 일이 합법적인가?”이다. 

김승환 교육감이 재지정 기준점수를 80점으로 정한 일은 합법적이고 정상적이다. 더구나 그 근거도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교육감은 법에 근거를 두고 교육감의 권한을 행사했으며 이에 대하여는 대통령이나 교육부장관이 권고할 수 있지만 간섭하거나 강제할 수 없다. 

또 그 점수가 높다는 타 시도와의 비교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상산고는 전북소재의 자사고이지 강원의 민족사관고가 아니며 전북교육감은 김승환이지 강원도교육감 민병휘가 아니다. 즉 타시도의 기준점수와 상산고 기준점수와는 일치해야 할 까닭이 없으며 공정성을 어기지도 않았다. 

공정성이란 ‘같은 것을 같게 다른 것을 다르게 대우하는 성질’인데 보편적 공정성(정의)는 그 법이 악법이 아닐 경우에 법을 지키는 행위이다. 따라서 교육감에게 재지정점수권한을 부여하는 현행 법령이 악법이 아니라면 교육감의 권한행사는 당연하고 정의롭다. 특수적 정의를 따르더라도 전북교육청이 옳다. 

특수적 정의인 분배적 정의는 각자의 가치에 따라 권력, 명예, 상품 등을 비례하여 나누는 행위인데 최소한 지난 5년 동안 상산고가 재지정기준점수가 70점이 되어야 하는 교육적 가치를 추구했다고 볼 수 없다. 

상산고는 타 시도의 어떤 자사고보다도 국가교육과정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사고 설립취지를 따르는 교육과정을 다양하게 운영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그러니까 전북교육청의 재지정점수 80점이 부당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결론적으로 일반적 정의나 특수적 정의를 적용할 경우에 전북교육청의 재지정점수 80점에 대한 이의제기는 수긍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전북교육청이 사회통합전형에 대한 기여도를 평가하는 사회통합전형점수를 14점까지 올린 것은 과다하다. 전북교육청이 “상산고라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답변은 옹색하고 법적 파장이 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부칙 제5조에 의하면 “자사고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입학 정원의 10% 이상을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뽑아야 하지만 상산고처럼 자립형사립고에서 자사고로 지정된 경우 적용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 비중을 급격하게 올린 것은 교육감의 권한이라도 법적 안정성이나 그 적용의 보편성을 고려하면 논란의 소지가 많고 국민적 상식에도 어긋나며 상산고가 재 지정되든, 그렇지 않든 두고두고 정당성 문제를 벗어날 수 없다. 김승환 전북교육청의 선의를 인정해도 먼저 자사고재지정과 관련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부칙 5조를 개정하려고 했어야 했다. 

전주 상산고 총동창회와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는 15일 오전 전북교육청 앞에서 총궐기대회를 열어 자사고 재지정 평가지표 시정을 촉구했다. (사진=상산고 총동창회)
전주 상산고 총동창회와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5일 오전 전북교육청 앞에서 총궐기대회를 열고 자사고 재지정 평가지표 시정을 촉구했다. (사진=상산고 총동창회)

더욱 우려되는 지점은 상산고가 재지정평가점수인 80점에 미달하고, 교육부가 동의하여 자사고 자격을 박탈해도 상산고가 헌법 재판소에 헌법 제 31조 1항과 2항(균등한 교육과 한계, 학습권), 헌법 제 4조(자유민주적 기본질서), 헌법 제 10조(행복추구권), 교육기본법 제 3조(학습권), 교육기본법 제 8조(의무교육)를 들어 권한당사자가 헌법과 관련법의 본질과 자격절차를 위반했다고 청원할 경우에 위헌이 될 수 있다. 

자사고가 법적으로 특권학교인가도 쉽게 정하기 어렵다. 특권개념은 맥락적이고 조작적인 정의의 한계로 특권학교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또 이 문제는 자사고만의 문제도 아니다. 한국교육에서 오랜 병폐인 여러 교육문제와 맞물려 있으며 크게 보면 사립학교 문제까지 이어진다. 그리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 15일 상산고 동문과 학부모가 전북교육청을 상대로 상산고의 자사고 자격기준이 부당하다고 강행한 집회는 우려를 넘어 반교육적이다. 그 행위야말로 주최 측 의도와는 다르게 다수 국민에게 상산고를 특권학교로 만드는 행위다. 상산고를 자사고로 유지하려는 의도에서 벌인 시위라면 자충수이며 교육의 공공성을 무시하고 집회의 자유를 남용한 기득권적인 이기적 행위였다. 

즉 그 집회는 상산고를 특권학교로 만들며, 스스로 인정하는 자살적 행위로 얼마 전에 사립유치원들이 불법적인 부정회계를 막을 수 있는 정상적 회계시스템을 수용하라는 교육부와 교육청의 지침에 유치원 문을 닫겠다는 행위와 비슷하다. 

설령 자사고 유지에 찬성하는 국민이라도 다수는 상산고 동문과 학부모가 거리로 나가 ‘상산고 죽이기’라고 말하는 시위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백번을 양보해서 주최 측이 ‘상산고 죽이기’, ‘보수와 진보의 이념갈등’이라고 말하려면 지금 상산고의 교육과정을 검토하고 상산고에 획일적인 교육과정을 개선하려고 청원했어야 했다. 

마치 사립유치원들이 교육부와 교육청이 사립유치원을 죽이기라고 말하기 전에 정상적인 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 의무화’를 수용하고 여타의 쟁점에 대해 협의했어야 할 사안과 비슷하다. 무엇보다도 전북 지자체의 일부 고위층 인사들이 상산고 동문이라는 이유만으로 상산고가 일반고와 거의 다르지 않은 획일적인 교육과정을 갖고 있는데도 이 문제에 대해 “전북지역인재를 양성하지 못하게 하거나 지역의 교육열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비난하며 뛰어드는 상황”은 공직자로서의 올바른 처신이 아니다. 

정말 상산고 동문과 학부모가 상산고와 지역의 발전을 원하면 이와 같은 반교육적이고 반민주적인 집회를 더 이상 계속하지 않기를 호소한다. 그리고 전북교육청과 상산고에 대화를 촉구한다. 두 당사자는 강자와 약자, 가해자와 피해자가 아닌 아이들의 삶과 전북교육을 넘어 한국교육을 위해 대화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상대를 자극하기보다는 건설적인 대안을 찾는데 주력해야 한다. 

“상산고의 자사고 자격을 박탈하면 일반고 전성시대가 도래한다.”(이미 전북의 일반고도 상당한 서열화가 이루어져 있다)거나 “상산고가 지역인재의 요람으로 전북발전에 필수적이다”와 같은 비합리적인 이야기를 중단하고 오직 교육적 본질과 법적 테두리에서 합리적인 대안을 찾는데 주력해야 한다.

그 원칙은 분명한데 ‘교육과정의 다양화’이다. 혹자는 2015 개정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를 말하며 지금이나 앞으로 일반고에서도 교육과정 다양화가 이루어지니까 자사고 존립근거가 없다고 말하지만 세계적 교육추세, 한국의 교육제도나 교육적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비실용적인 담론이다. 

지금 논의되는 고교학점제의 전면적 시행시기도 정해졌지만 그렇게 된다고 아직 단정하기 어렵고,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는 미국이나 독일, 핀란드, 프랑스, 영국 등 서구유럽의 여러 교육제도를 검토하면 고교학점제가 교육과정의 다양화를 갖추고 정착하려면 보충해야 할 점이 상당하다. 

교수인원이나 교육시설은 그만두고라도 ‘고교졸업시험(고교졸업자격시험)’, ‘학력저하의 문제’ 등 예민한 사안도 수면 아래에 있다. 더구나 교육과정의 다양화를 지속하려면 교과목이나 학제간의 체계를 재구성해야 하고 국가교육과정 대강화(교사의 교과목 편성운영권의 자율화)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상산고는 입시위주 교육과정을 버리고 교육과정 다양화해야 

교육과정의 다양화는 한국교육이 성장하고 지향해야 할 근본적 가치이다. 한국과 교육제도나 사회적인 문화가 유사한 일본마저 지난 2010년에 설익은 ‘유도리교육과정’을 폐기하고 체계적인 ‘교육과정 다양화’에 매달리고 있는데 한국교육의 전환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그렇기에 이번 갈등이 김승환 교육감이 이끄는 전북교육청과 홍성대 이사장과 박삼옥 교장의 상산고가 교육과정의 다양화를 위해 더 많이 대화함으로써 한국교육에 기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 해법은 상산고는 이제부터라도 입시위주의 교육과정을 그만 운영해야 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지금 당장이 어렵다면 우선 중지 입장을 선언하고, 조만간 향후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상산고는 학교운영비의 20%를 재단이 부담하는 사립학교로서 모범 사례를 보여주지만 국가가 자사고의 자격을 인정하고 상산고가 그 자격을 부여받은 취지는 국가교육과정의 획일성을 보완하는 교육과정의 다양화에 있다.

지금 제주와 대구에서는 교육청이 교육의 질적 성장을 위해 교육과정의 다양성을 현실적으로 구현하는 IB교육과정(인터네셔날 바칼로레아)에 박차를 가한다. 즉 2015 개정교육과정이 지향하는 역량중심교육을 체계화하고,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를 함양하며, 지역교육과정인 새로운 학력(전북은 참 학력)이 제시하는 ‘지성’, ‘감성’, ‘시민성’의 취지를 모두 살릴 수 있는 선진교육과정을 공교육에 도입하려고 한다. 상산고가 그 선도학교로의 역할을 맡아주기를 기대한다. 

그 경우라면 상산고는 자사고의 자격을 유지해도 사회적으로 정의롭다. 그 누군가가 상산고를 자사고이기에 특권학교라고 비판해도 국가와 교육청은 공공의 이익과 현실과 이상을 고려한 미래교육을 위해 마땅히 사회적으로 상산고에 자사고 자격을 주고 지원해야 한다. 진보의 역사란 한 알의 불씨가 그 몸을 태워 온 광야를 불사르듯이 지양의 역사였으며, 교육적 본질과 가치를 구현하며 전북의 인재뿐 아니라 한국의 인재를 세계적으로 양성할 수 있다. 

아직 시간이 있다. 상산고는 교육발전에 공적이 있지만 이제는 입시위주의 교육과정을 그만두며 시대와 삶에 기여하는 자사고 설립의 취지를 살려 세계적인 선진교육과정을 경험하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 전북교육청은 그 교육과정을 지원함으로써 학생들의 선택을 확장하고 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전국과 전북의 학부모와 학생은 국제적 위상을 갖는 IB교육과정을 갖는 상산고와 입시위주의 교육과정에 치중된 현재의 일반고 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하고 지원하며, 자사고와 일반고의 이중지원을 금지함으로써 교육의 기회균등을 보장하면서도도 수월성을 무시하지 않는 실질적 평등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처럼 창의 지성적 사고인 메타적 사고로 상산고를 둘러싼 자사고 갈등을 바라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행태가 바보 같지만 원칙이며 정도이다. 또한 노무현 정신이다. 더구나 인간의 역사에서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지만 교육도 예술만큼이나 긴 까닭이다.” 

부디 지금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인간이 성장할 수 있는 최고의 상태를 니체는 ‘어린아이의 삶’이라고 말했듯이 김승환 교육감과 홍성대 이사장, 박삼옥 교장이 아이들과 한국교육에 어둠을 밝히는 ‘정의와 선의의 촛불’이 되기를 간절하게 기원한다. 대화할 시간은 많다. 그리고 반드시 대화해야 한다. 당신들이 우리이며 우리 모두는 인간의 무늬를 띤 한국교육의 역사를 만드는 주체인 까닭이다. 

박제원 전북 전주 완산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