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 남학생, 정준영...가해자들은 왜 문제의식 못 느낄까?
성(性)적 기득권자의 농락..."당연한 것 당연하다고 말해야"

이다예 숙명여대 학생
이다예 숙명여대 학생

 [에듀인뉴스] 가부장제 사회 속에서 많은 이들이 갖은 차별과 폭력을 방관해왔다. 이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 공기처럼 우리의 일상을 옭아매었다. 그래도 되는, 허락의 위치에 있는 자를 우리는 권력을 가진 기득권자라 칭한다.

우리는 권력이 어디서 와 어디로 향하는지 고찰하고, 이를 통한 사회의 변화를 원한다. 이 권력이, 문화가 당연하지 않다고 말한다. 사회의 잘못을 꼬집고 함께 나아가고자 한다.

앞에서 표현한 주어 ‘우리는’을 ‘페미니스트는’로 바꾸어 봐도 당신은 공감하는가? 젠더의 문제는 너의 문제, 혹은 나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문제이다.

서울교대 성희롱 사건..."젠더 권력의 본질을 보이다"

서울교대 어느 과에서 남학생들이 새내기 여학생들의 신상정보와 얼굴을 넣은 PPT를 만들어 졸업생들에게 바쳐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교육대학의 경우 90% 이상의 학생이 초등 교사로 임용한다. 장차 아이들을 가르치게 될, 혹은 가르치고 있다는 교사들이 위와 같은 행동에 문제의식조차 갖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분노한다.

또한, 이번 사건은 사회적 소수자가 수적으로 소수이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대부분의 교대는 여초 사회이고, 수적으로 다수는 여성이지만 젠더 권력을 지닌 남성들에 의해 성적 대상화를 당했다. 여성을 상품이나 물건처럼 생각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젠더 권력은 물리적인 수와 상관없이 작용한다. 가해자들은 왜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을까? 그들에게는 그저 그래도 되는 일이었다. 여성은 오롯이 남성들만의 유희를 위한 자료로 만들어져 졸업생들에게 바쳐져도 되는 존재였다.

이와 같은 성적 대상화 문제는 비단 교대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주변 여성들을 품평하고, 성희롱하는 일은 당연하게 여겨져 왔다. 작년만 해도 ‘OO대 단톡방 성희롱 사건’으로 이 대학 저 대학 할 것 없이 사이좋게 반열에 올랐다.

성희롱은 강간모의로 이어졌고, 우리는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용인하는 강간문화를 지적했다. 성폭력을 혈기왕성한 남성의 성적 호기심으로 포장하고, 대중과 미디어는 가해자를 동정한다. 피해자를 탓하고, 성폭력 사건을 성적으로 소비하는 2차 가해자들은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강간이라는 말은 심하지 않냐”며 단어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사회는 당연하지 않다. 온갖 프레임을 씌워 우리의 발언권을 앗아간다 해도 부당한 사회가 바로 서지 않는 한 페미니스트는 다시 돌아온다.

정준영 사건..."당신도 2차 가해자가 될 수 있다"

한국사회 강간문화의 현주소를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정준영 사건’이었다. 정준영을 포함한 구성원들이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자신의 성관계 사실을 알리고, 관련된 동영상을 올려왔다. 성적 대상화뿐만 아니라 불법촬영까지 범죄의식 없이 자행해온 것이다.

그런데 정준영이 사건 터지고 올린 사과문을 보면 첫 문단부터 본인에게 관심을 주고, 기회를 줬던 분들께 사과를 한다. 정준영이 가장 먼저 죄송해야 할 사람은 피해 여성이다. 본인의 범죄를 인정했다지만 문제의 본질을 깨닫고 뉘우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자들이 ‘정준영 동영상’을 인기 검색어에 오르게 하고, 피해 여성에 대한 찌라시를 찾아다닌다. ‘이 정도는 되겠지’라는 생각을 기반으로 하는 행동이 2차 가해가 된다. 지금 당장, 당신이 멈춰야 한다.

"다양함이 가치가 되는 세상을 위해"

본인은 이 일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가? 별걸 가지고 예민하게 구는 페미니스트들이 못마땅한가? 우리는 가치의 재정립을 원한다. 예민함은 힘이고, 여성스러움은 약함이 아니다. 세상의 권력을 예리하게 볼 줄 아는 것이야말로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힘이다.

비판적인 시각을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것이다. 지배자들은 어떤 논리로 피지배자들은 억압해 왔는지, 피지배자들의 가치는 어떻게 폄하되어왔는지 우리 모두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사회 제도의 변화에 앞서 선행돼야 하는 것은 개인의 변화이다. 당신이 변하면 사회가 변한다. 예전엔 맞지만 지금은 틀린 것들이 많아지고 있다. 아직 멀었지만 지금도 계속해서 사회는 변하고 있다. 다양함이 가치가 되는 세상을 함께 꿈꿔보는 것이 어떤가?

이다예 숙명여자대학교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