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긴급 성희롱 예방교육 실시

서울교대 총장의 담화문 일부. 사진=서울교대 홈페이지 캡처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서울교육대학교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교내 긴급 성희롱 예방교육을 하기로 했다. 남학생들이 여학생 후배들의 얼굴을 평가하는 등 성희롱 자료를 만들어 돌려봤다는 폭로가 학교에 접수된지 나흘 만에 나온 대책이다.

김경성 서울교대 총장은 18일 담화문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김 총장은 담화문에서 “일부 학생들의 문제 제기로 시작된 것이지만, 이미 다른 학생들도 유사한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등 사태가 더 확대되는 양상을 보인다”며 “이 문제가 지니는 긴박성과 심각성을 고려해 총장을 위원장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내 교수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위원회에서 신속하고도 철저한 조사를 시행할 것”이라며 “조사결과 명백히 문제 있는 행동을 한 학생들은 응분의 책임을 지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현직 교사로 근무하는 졸업생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총장은 “졸업을 하고 교사가 된 졸업생의 조치는 현재 소속 학교나 단체 등과 적극적으로 협조해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조처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2차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원칙과 정도에 따라 조사되고 해결되어야 한다. 학생들 사이에 불필요한 갈등이 증폭되지 않도록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서울교대에서는 이달 초 남학생들이 여러 해 동안 여자 후배들의 얼굴을 평가하는 등 성희롱 자료를 만들어 돌려봤다는 폭로가 학생 커뮤니티를 통해 나왔다. 

14일 서울교대 국어교육과 여학생들은 학교에 정식으로 고충사건 접수를 했고, 같은 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학생들을 집단 성희롱한 남학생들이 초등교사가 되지 못하게 막아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은 19일 오전 7시 현재 6만30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15일에는 교내에 ‘서울교대 국어과 남자 대면식 사태에 대한 명확한 진상 규명을 촉구한다’는 대자보가 붙기도 했다. 

반면 가해자로 지목된 남학생들은 "사실과 완전히 다른 내용"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모 학과 남자 재학생들이 참여한 2016년과 2017년, 2018년 진행된 남자 대면식에서 새내기 소개 자료로 얼평, 몸평 등 품평을 비롯한 성희롱을 했다는 건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며 "남자 재학생 일동은 이런 주장들이 사실인 양 전파되고 있는 것에 매우 큰 정신적 충격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교대만의 문제 아냐...교대 특수 환경 등 근본적 논의 필요 주장도

한편 이 같은 성적 대상화가 서울교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성비 불균형이 탄생시킨 ‘남자모임’이 교대 특유의 폐쇄성과 맞물린 결과라는 설명이다. 규모가 작은 특수목적대학인 교육대학에서 같은 과 친구들과 4년 동안 수업을 듣고, 졸업 후에도 지역에서 선후배로 얽히는 경우가 많아 응집력이 매우 높고, 대열을 이탈했을 때 느끼는 심적 압박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

교사들도 sns 등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는 등 이번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송원재 전교조 서울지부 교권상담실장은 “관습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생각을 멈추게 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며 “하지만 교사는 생각을 멈춰서는 안 된다. 학생들을 가르쳐 세상을 바꿔나가는 교육을 하는 사람이지 않냐”며 안타까워했다. 

김현희 대전 상지초 교사는 “성희롱 사건 가해자들에 대한 일벌백계를 넘어 근본적 논의가 시작되었으면 한다”며 “예비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학교가 다양한 인격이 존중되고, 젠더감수성과 사리분별력이 있는 시민으로 성장하기에 적합한 환경인지 등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