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학교는 살짝 ‘군대’ 같아요!”
“한국 학교는 살짝 ‘군대’ 같아요!”
  • 한치원 기자
  • 승인 2019.03.19 10: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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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열(Rank) 아닌 역할 중심(Role driven) 학교를 꿈꾸다

[에듀인뉴스] 우리나라의 모든 시스템이 그러하듯 교육분야도 근대교육에서만큼은 미국의 것들을 대부분 원형화해 가져왔다. 교육과정은 말할 것도 없고 수업 및 평가방법, 각종 시설과 기자재, 심지어 지우개 하나까지도. 그러나 편리한대로 취식하다보니 순서와 아귀가 맞지 않은 것도 많다. 21세기 4차산업 시대, 온라인 디지털 리터러시의 세상이 왔다. 구글로 모든게 가능해진 시대, 짧지만 가볍게 미국 연수에서 보고 듣고 공부한 대로 그 차이와 생각들을 11회에 걸쳐 옮겨보고자 한다. 

“It’s like each different military system!" 
(미국과 한국 학교의 차이는 마치 ‘미군과 한국군’의 차이 같아요!)

1년 넘게 교류해 온 주한미군 소속 대구중‧고교(DMHS-Daegu Middle High School)에 근무하는 미국인 교사의 말이다. 

지난 1월 일주일 간 진행된 한국어-영어 상호몰입수업 행사를 함께한 그와 한국과 미국 학교 및 입시 차이에 대한 짧은 간담에서 나온 뜻밖의 은유에 필자는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한동안 페이스북에서 화제가 된 ‘미국 vs 한국군 비교’ 웹툰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웹툰은 같은 군대라도 지시와 명령이 어떤 체계와 순서를 갖느냐에 따라 그 실행과 효과 및 책임의 범주가 얼마든지 달라진다는 내용을 재미있게 표현했다.   

출처=http://m.inven.co.kr/board/powerbbs.php?come_idx=2097&l=1147302
출처=http://m.inven.co.kr/board/powerbbs.php?come_idx=2097&l=1147302

서열중심 조직(Rank driven Organization) vs 역할중심 조직(Role driven Organization)  

우리나라 학교와 미국 학교의 차이도 우리 군과 미군 정도의 차이로 인식하면 엇비슷하다. 일단 같은 군대라도 미국군은 상하만 있는 게 아니라 좌우 수평관계도 잘 발달되어 있다. 용병제, 의무병제를 떠나 인위적이 아닌 인간적 질서와 흐름에 대한 이야기다. 

얼마나 수평적인 시간과 공간에서 서로 나누고 협업하는가에 대한 문제만 볼 때 아직도 우리나라 학교는 상하적이다. 주관적 차이는 있겠지만 필자는 그 차이가 꽤나 크다고 느낀다. 일명 상하관계나 수평관계냐가 가장 큰 차이인데 이에 대해 좀 더 살펴보자. 

경제발전 과도기부터 관성화되어 온 공장 같은 제조업이나 소단위 사업장주의 경우 주로 서열중심(Rank-driven)으로 유지된다. 이는 사장이 알아서 다 결정하고, 밑에 사람은 시키는 일만 잘하면 되니 특별한 창의적 아이디어 제안 같은 시도를 할 이유가 없다는 단점도 있지만, 사업장 전체로 흐르는 의사결정을 빠르고 편하게 진행하거나 선택사업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데 효율적이기 때문에 서열식 구조가 꽤나 어울리는 곳도 많다. 

출처=구글 이미지-실리콘밸리를 그리다
출처=구글 이미지-실리콘밸리를 그리다

이와는 반대로 역할 중심(Role-driven)은 말 그대로 각자 역할(Role)과 해야 할 일을 찾아 행하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회사로 말하자면 프로젝트 매니저, 엔지니어, 기획자, 디자이너, 운영자 등 각 전문가들이 팀별로 모여 끊임없이 과제에 대해 연구하며 자기주도적이고 자가결정권이 있는 지속가능한 의사결정과 창의를 공유하는 형태로 의미를 확장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구성 등이 큰 장점이다.

실리콘밸리 같은 역할 중심 조직구성의 장점은 더 이상 각론의 여지가 없음을 우린 알고 있다. 15년 전 세계 1~5위의 회사들이 모두 자동차, 석유화학, 제철제강에 몰려 있다가 현재는 실리콘밸리의 IT 관련 기업들에게 모두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가?   

아직도 상당수 우리나라 회사들은 제조업 중심의 서열(Rank-driven)적 경험과 사고방식이 여전하다. 대사회적으로 기업건전성 측면에서 취약점이 크지만, 기업은 어디까지나 기업일 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이슈는 바로 교육현장의 학교들이 수십년 동안 이런 서열중심의 조직구조로 인해 몇몇 교장과 교감 등 관리자의 제왕적 권력과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많은 교육자가 주장하듯 교육은 군대나 제조공장처럼 단순히 빨리빨리 뭔가를 만들고 의사결정을 수직 집중화해 생산 극대화를 이루거나 판에 짠 두부마냥 획일적인 제품생산을 필요로 하는 영역이 절대 아니다. 교육이란 각기 다른 시대적, 지역적 상황 적용에 대한 이해만 다를 뿐 그 본질적 문제접근은 시공간을 막론하고 만국 공통이다. 

어떻게 보면 실리콘밸리는 어떤 제조업보다 더 빠른 의사결정과 정확한 판단 그리고 지금은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같은 몇몇 브레인과 CEO에 의해 더 효율성 있게 돌아갈 수 있음에도 시간이 더 소요되는 수많은 토론과 다양한 생각을 공유 협업하는 형태로 지속해 나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공유와 협업을 통해 결국 원하는 아이디어를 맘껏 뽑아내는 그들의 모습이야말로 우리 교육이 지향해야 할 지점이다. 이는 이미 정해진 패러다임이나 다를 바 없다.  

필자: 뉴텍고등학교는 어떻게 젊은 교장선생님과 나이 많은 교사들이 서로 친구처럼 지내시나요? 본인만의 교육철학적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교장: 학교는 기업 같은 수직적 환경이 불필요하지요. 수평적 조직(Role-driven Organization)이므로 서로 친하게 얘기나누면 필요한 일은 얼마든지 함께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에서 나라별 전통과 구질서가 걸림이 되어야 할 이유는 하등 없습니다.

- 2019. 01. 26. 대구교육청 수업개선팀, SF, 뉴텍고등학교 교장 인터뷰 중에서  

다시 우리 교육현장으로 돌아와서 꼭 필요한 소리를 한번 읊어 본다. 
 
1. 공장도 아닌 학교란 시공간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얼마나 자신의 자율의지를 선택하고 표현하며 살아갈 수 있고, 그런 여유와 정신적 바탕은 지니고 있는가? 

2. 강제 보충이나 자율학습 시키기에 앞서 학생 스스로 지적 호기심을 품고, 공부하고 싶은 과목을 스스로 시간표처럼 정할 수 있고, 그 필요와 책임에 맞게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가? 

3. 법령에도 없는 교사 행정업무를 벗어나 마음 편히 수업준비와 평가계획 등을 본인 자율의지대로 스스로 결정하고 판단하며 실행해 나갈 수 있는가? 

4. 모든 인사권, 행정권, 학습권 등을 설정하고 이를 실행할 교사들을 한 두 사람이 직접 통할 독점하는 형태의 현 교육시스템이 향후 우리 교육에 지속적이고 적정한가? 

5. 수능으로 점철되는 평가의 부정적 환류를 단순히 교육과정 재설계와 수업개선 그리고 평가기록의 일체화만으로 교육의 제도개선과 일선 교사들의 효능감이 살아날 수 있는가?  

이상의 5가지는 현재 우리나라와 미국의 학교를 비교할 때 이미 한 때 논의 되었거나, 지금도 여전한 구질서적 관행의 우리학교 모습들이다.

지난 1년간 관찰해 본 DMHS와 샌프란시스코 일대 미국학교들의 여러 면면을 토대로 상기 제시된 내용을 하나씩 비교해 살펴 보며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안한다. 

1. 미국학교처럼 우리 교사들, 아이들에게도 교육목적상 맞다면 얼마든지 그들 자율의지 하에 생산적으로 설계 및 실행 될 수 있도록 그 방법과 논의를 창의하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비체계적인 부분이 많다.  

2. 미국학생들처럼 본인들이 하고 싶고, 해야 하는 공부나 활동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그 시스템과 시간 및 공간 등의 바탕을 학교가 제공하는 데 경주해야 한다. 

3. 행정실의 역할과 인원확충을 현재보다 두 배이상 강화해 교사들의 행정업무를 대폭 줄여 미국교사처럼 교수 학습활동에 전적으로 시간을 쓰게 하여야 한다.

4. 미국처럼 자유로운 교장임용 진입이 되도록 교장자격의 경계선이 낮아지고 넓어져야 하며, 교사인사권과 수업권에 대한 통할권 수위는 현재보다 대폭 낮춰 교사들이 승진이 아닌 수업을 향해 날개짓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5. 무엇보다 수능의 부정적 환류(Negative Washback effect)를 막아야 교사와 학생들이 제대로 된 수업환경을 맞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평가원’이 아닌 ‘교육과정원’으로 더 많이 호명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미국과 우리나라 교육의 차이는 태생적으로든 경제 인문학적으로든 많이 다르다. 필자가 이를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교육이란 큰 범주에서 그 공통성을 본다면, 막연한 호불호를 떠나 우리에게 현실적 반면교사임은 충분하지 않을까? 

교육이 백년지대계이면 이런 교육관료 체계부터 그 물길을 대폭 바꿔야 한다. 교육감은 교육부를 바라보고, 학교장은 교육청을, 교사들은 학교장 입만 쳐다보게 만드는 이 막강한 질서들. 결국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없도록 현장의 교사와 아이들을 강하게 제한하고 부자유스럽게 만드는 이러한 두터운 순위와 복종들이 어쩌면 우리 국력을 가장 빨리 떨어뜨리는 첩경이 아닐까?

대한민국 교육은 하루빨리 교사들의 자율성과 자기 결정권을 허용해 주는 역할중심(Role driven) 학교 체제로 빨리 옮겨가야 한다.

"교장선생님, 이 추운데 혼자 마중 나오셨어요?”

본인(左).  Mr. Grade, DMHS Principal (中).   홍진우 교사(右)  
왼쪽부터 필자.  Mr. Grade DMHS Principal. 홍진우 교사. 사진=정성윤 교사  

동장군이 살을 후벼파는 듯한 작년 2018년 1월. DMHS 미국학교에 초대받아 부대 위병소에 도착했더니 미국학교 DMHS의 Mr. Grade 교장선생님이 혼자 마중을 나오셨다. 

필자: 죄송스럽게 어찌 이리 추운 날 혼자 마중을 나오셨습니까?
(Oh.. I'm sorry to have you come out to meet us on such a cold day.) 

Mr. Grade 교장: 괜찮습니다. 제 일인걸요. 교사들은 본인 일들이 있어서요. 제가 시설구경 시켜드리고 올해 스케줄을 직접 논의할게요. 전혀 걱정하지 마세요! 사실 이런 게 교장인 제가 원래 하는 것들이랍니다.
(No. I'm fine. It's my job. Teachers have their own affairs. It's OK. I'll show you around the facilities and discuss the schedule this year. Don't worry at all! In fact, this is usually what I have done as a principal.) 

모든 미국학교가 이렇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경험해본 미국본토의 여러 학교와 미군부대 내 학교가 적어도 민간 우리나라 학교보다 관리자, 교사, 학생들이 더 자유스럽고 민주, 친화적이며 개인의 자율성과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물론 현재 대다수 우리나라 학교 관리자를 폄훼하는 역발언은 절대 아니다. 개인적으로 경험한 학교 중 우리나라 학교들도 서열(Rank) 중심이 아닌 역할 중심(Role driven)의 학교들도 여럿 보았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희망과 열망 섞인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정성윤 영어교사는 1999년부터 현재까지 대구 심인중‧고교에서 20년째 근무 중이다. 경북대 국제관계 및 미국학 석사 졸업 후 계명대 영어교육 박사를 수료했으며 교육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한국교육개발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대구교육청 등 국가교육기관, 대학교와 함께  출제, 검토, 연구논문 발표 등 다양한 활동으로 전문성을 인정받아 학생부종합전형 및 과정중심평가 등 연구 자료들을 개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AI 클라우드 기반 온라인 수업 및 과정중심평가 방법을 담은 구글클래스룸 적용방법으로 전국 특강과 컨설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2018 전국창의융합수업대회(비상)에서 영어과 1등상를 수상했고 현재 한국멀티미디어학회 교육이사,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협회 전문위원 및 GEG 구글 에듀케이터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2015개정교육과정 영어교과서(YBM) 해설서 및 평가문제집, 학생부종합전형 고교백서(넥서스) 등이 있다. jsykorea1808@gmail.com

정성윤 영어교사는 1999년부터 현재까지 대구 심인중‧고교에서 20년째 근무 중이다. 경북대 국제관계 및 미국학 석사 졸업 후 계명대 영어교육 박사를 수료했으며 교육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한국교육개발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대구교육청 등 국가교육기관, 대학교와 함께  출제, 검토, 연구논문 발표 등 다양한 활동으로 전문성을 인정받아 학생부종합전형 및 과정중심평가 등 연구 자료들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AI 클라우드 기반 온라인 수업 및 과정중심평가 방법을 담은 구글클래스룸 적용방법으로 전국 특강과 컨설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2018 전국창의융합수업대회(비상)에서 영어과 1등상를 수상했고 현재 한국멀티미디어학회 교육이사,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협회 전문위원 및 GEG 구글 에듀케이터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2015개정교육과정 영어교과서(YBM) 해설서 및 평가문제집, 학생부종합전형 고교백서(넥서스) 등이 있다. jsykorea1808@gmail.com

 

한치원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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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바리 2019-03-27 22:15:27
살짝~아니고 마이 군대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