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국회의원 26명, 자사고 기준 수정 촉구, 학부모 교육부 앞 침묵시위
전교조 등 시민연대 “입시 전문기관 전락”...이범 등 "평가는 교육감 권한"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전주 상산고등학교가 전북도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는 일단 받기로 결정했다. 평가결과가 기준점(80점)에 미달돼 일반고로 전환되면, 도교육청을 상대로 소송을 하겠다고 밝혔다. 

상산고는 20일 법인 이사회를 열고 이같이 의결했다.

상산고는 “이번 자사고 평가가 타 시도 자사고와의 형평성 문제, 법적 근거의 취약성, 자사고 운영의 자율권 침해 등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다만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미치는 불안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평가는 받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 지역으로 학교를 이전하는 건은 홍성대 이사장의 뜻에 따라 제외됐다. 

이에 따라 상산고는 자사고 ‘운영성과 보고서’를 이달 내 제출할 계획이다. 전북교육청은 운영성과 보고서를 토대로 서면과 현장평가를 실시해 6~7월께 일반고 전환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상산고 이사회가 열린 이날 전북지역과 국회, 교육부 앞 등에서는 '나홀로' 재지정 기준 상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상산고 학부모 150명은 교육부 앞에서 ‘상산고는 적법한 평가 원한다’고 적힌 노란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학부모들은 ‘재지정 기준 조정’을 요청하는 2만여명의 서명지를 교육부에 전달했다. 

정운천, 김관영, 유성엽 등 전북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 26명도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에게 자사고 재지정 평가기준 수정을 촉구했다.

의원들은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자율형 사립고 폐지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임을 내세워 상산고의 자사고 재지정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 자사고를 평가하는 전국 11개 시도교육청이 모두 평가 기준 70점을 커트라인으로 한 데 비해, 전북만 유일하게 10점 더 높은 80점으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평가 기준 80점은 30개 평가지표에서 평균 우수등급을 받아야 하고 여기에 감점도 없어야만 가능한 수준”이라며 “이는 사실상 자사고를 평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취소하기 위한 기준을 전북교육청 독단으로 정해놓은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언제부터 대통령의 공약이 교육의 원칙이 되었는가”라며 “그렇다면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자사고 설립은 원칙에서 어긋난다는 말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재지정 기준 점수 상향 등 점수는 교육감 고유권한이라는 주장도 팽팽하다.

이범 교육평론가 이날 전북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전북만 80점 상향 문제의 형평성은 법리를 따져보면 합리적 주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타 지역과 비교해서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하는 건 교육감의 권한에 대한 법률적, 표준적인 해석을 따라 본다면 합리적 주장은 아니다"라며 "법치의 기준과 원칙을 생각해보면 교육감의 권한이기 때문에 어느 쪽 편을 들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주 완산고 박제원 교사도 같은 주장의 글을 본지에 기고한 바 있다. 박 교사는 기고문에서 "교육감은 법에 근거를 두고 교육감의 권한을 행사했으며 이에 대해 대통령이나 교육부장관이 권고는 할 수 있지만 간섭하거나 강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다만  "전북교육청이 사회통합전형에 대한 기여도를 평가하는 사회통합전형점수를 14점까지 올린 것은 과다하고 상산고라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답변은 옹색하고 법적 파장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9일에는 ‘공공성강화 전북교육네트워크’와 ‘전북교육개혁과 교육자치를 위한 시민연대’는 전북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고는 2010년에 고교다양화 명분으로 만들어졌지만, 고교 평준화 근간을 흔들고 경쟁교육을 부추겼다”며 “결국 본래 취지와 달라 입시 전문 기관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