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평생교육기관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거리에 나앉을 판
재단 연구원과 법적 분쟁, 사무실 강제집행...교육계 "안타깝다"

한국지역사회교육회관 모습.(사진=한치원 기자)
한국지역사회교육회관 모습. (사진=한치원 기자)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올해 50주년을 맞은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이하 협의회)가 재단법인 한국지역사회교육연구원(이하 연구원)과 한국지역사회교육회관 사용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어 조속한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협의회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평생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해 지난 1969년 1월24일 비영리민간단체로 창립해 초대회장을 맡고, 이후 연구원 설립과 함께 이사장을 맡은 교육단체다.

이후 정 명예회장은 1994년 협의회의 안정적 사업전개를 위해 방이동 소재 건물(지하2층 지상 5층)을 매입, 지역사회교육회관으로 기증하고 건물을 중심으로 업무수행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계 인사들은 이 점을 고려할 때 협의회와 연구원이 분쟁을 벌일 것이 아니라 설립초기 정신으로 돌아가 갈등을 조속히 해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쟁점은 지역사회교육회관 건물의 임대료 지급 여부다. 양측은 법쟁분쟁 중이고, 협의회 직원들은 시위와 농성에 나서는 등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협의회에 따르면, 협의회와 연구원은 그간 서류상 별개 기관이지만 사실상 하나의 몸처럼 운영돼 왔다. 연구원은 비영리단체인 협의회를 대신해 지역사회교육회관을 등기상 소유하고, 외부 지원금을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맡아왔다는 주장이다.

회관 건립초기에는 소유권은 연구원에 있었지만, 정 명예회장의 뜻에 따라 협의회가 무상으로 사용해 왔다. 협의회 관계자는 “정주영 회장이 회관을 지을 때 건물 전체를 협의회가 사용하도록 했다”며 “건립 초기에는 건물을 임대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명예회장이 타계한 후 2007년부터 연구원은 협의회로부터 임대료를 받기 시작했다. 협의회는 연구원에 임대료를 지급하고, 연구원은 회관운영 필요비용을 제외한 수익을 협의회에 다시 지원했다. 임대료 갈등은 2014년께 연구원이 재정난을 이유로 회관건물 신축을 주장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관계자들이 재단법인 한국지역사회연구원 간의 갈등 해결에 서울시교육청이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사진=한치원 기자)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관계자들이 재단법인 한국지역사회연구원 간의 갈등 해결에 서울시교육청이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치원 기자)

협의회 관계자는 “당시 협의회가 ‘정주영 회장의 유산인 회관을 허물 수 없다’고 반대하자, 연구원은 ‘회관의 실질적 소유주’라고 주장하며 신축을 밀어붙이려 해 갈등이 촉발됐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협의회 기금 사용을 두고 기관 간 입장 차이가 벌어졌고, 협의회는 임대료 거부로 맞섰다.

결국 연구원 측이 추진한 회관 신축은 서울시교육청의 미승인으로 무산됐다. 그러나 연구원이 협의회를 상대로 임대료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적 공방이 시작됐다. 현재 임대료 청구 소송에서 1심은 연구원 측의 손을 들어준 상태다.

협의회와 연구원 간 갈등에는 상대에 대한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즉 표면적으로는 회관 신축과 임대료 지급 등 문제가 있지만, 협의회 측은 8년 간 협의회 회장직을 맡았던 인사가 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양측 갈등이 고조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협의회가 지목한 인사는 두 기관의 법적 분쟁이 시작된 뒤로 자리에서 물러나 지난해 퇴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도 협의회 측은 퇴임은 했지만,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신하고, 연구원도 협의회 사무실(5층)에 대한 강제집행까지 강행해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태다.

교육계 한 인사는 "협의회는 우리나라에서 50년이라는 역사를 지닌 가장 탄탄하고 자발적이고 순수한 NGO로 평가받고 있다"며 "교육부 제1호 평생교육기관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라며 안타까워 했다. 그는 "누가 분쟁을 일으키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관할청인 서울시교육청이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도 지난 18일  서울시교육청에 관리 감독을 촉구한 바 있다. 협의회는 연구원의 부당한 탄압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22일 현재 2252명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