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초사회 교대서 성 소수자된 남성의 왜곡된 문화...문제의식 없어
"시대에 반응하지 못한 학생회 문화, 뒤처진 대학 적응 속도 문제"
선발: 적·인성 검사, 면접 개선, 양성: 적성보다 인성교육 강화해야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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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지난 14일 서울교대에 접수된 미투 사건이 대구·청주·경인교대로 이어지며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될 예비교사의 성 인식이라는 점에서 '선발' 과정의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교대에서는 지난 14일 남자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이 대면식에서 여자 신입생의 외모를 등급 매긴 책자를 만들어 공유하는 등 집단 성희롱이 이뤄졌다는 국어교육과 재학생들의 고충사건이 접수돼 충격을 줬다.

이어 15일 대구교대 대나무숲에는 자신을 16학번 학생이라고 밝힌 여학우가 “지난 2016년 남선배들이 x파일이라는 이름으로 남신입생들과 함께 여선배들과 여신입생들의 얼굴 순위를 매겼으며, 신입생환영회에서는 강제로 손에 뽀뽀하는 게임이 있어 여신입생들이 남선배의 손에 뽀뽀를 하는 등의 행위가 있었다”는 익명 글을 올라와 이목을 집중시켰다.

18일 청주교대 대나무숲에는 한 남학생이 “신입생 환영회에서 동기 중 가장 예쁜 사람 3명을 말하라는 선배들의 강요에 못 이겨 외모품평을 했다”고 밝혔으며, 19일 경인교대 대나무숲에는 체육교육학과 남학생들이 단체 채팅방에서 삼일한(여자는 3일에 한 번 맞아야 한다)이라는 표현을 쓰는 등 발언을 한 카카오톡방 게시물이 폭로됐다. 이후 20일에는 그 수위가 더욱 강해져 ‘휴가 때마다 00랑 성관계 하면서 군대 한 번 더 VS 대학 내내 성관계 안하기', (여성을)'사먹는다'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대한민국 10개 교육대학교 중에서 4개 교대에서 일어난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여학생들을 집단 성희롱한 **** 남학생들, ****가 되지 못하게 막아주세요'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26일 오전 8시 현재 6만8000여명이 서명했다. 특히 재학생의 90% 이상이 초등교사로 임용된다는 점에서 교대의 학생 선발 및 교육과정에 문제가 있지 않냐는 지적이 나온다. 

권재원 실천교육교사모임 고문은 교직 과정에 '직업윤리' 과목이 없는 점을 지적했다. 권 교사는 “교육평가·과정·철학·공학·행정 등 과목은 있지만 교직 윤리라는 과목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교대에서 직업윤리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만든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초사회로 이루어지는 교대의 특성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며 “입학하면서부터 소수가 된 남성들이 자기들끼리만 뭉치면서 왜곡된 남성상이 강화되지만 교육 당국 및 교대 관계자들은 이 같은 문제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학생들이 성장하면서 겪지 못한 소수자가 되는 상황으로 인해 숫자로 자기들을 위축시킨 여성을 평가절하하고 사물화하면서 위안받으려 하는 심리가 함께 작용해 나타난 문제라는 설명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교대 학생들만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을 경계하며 시간적 기준이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꾼다는 점을 강조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이 과거에는 용인되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성추행이 되는 사회라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과거에는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던 것이 이제는 문제가 되는 시대가 된 것도 요인”이라며 “이번 사건이 교대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교대 학생들의 인성에 문제가 있다거나 교사로서의 자질이 있는 지 여부를 문제로 삼는 것은 오히려 문제”라며 “바뀐 시대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한 학생회의 문화, 상황에 뒤처진 대학의 적응 속도를 문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제 구실을 못 하는 적·인성 검사와 면접 개선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박 교수는 “현재 교대 학생 선발 시 적·인성 검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성감수성을 측정하는 항목은 없다”며 “면접 역시 학생 1인당 10분 정도에 불과해 시간 내에 초·중등학교에서의 생활을 모두 파악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김이경 중앙대 사범대학 학장은 교대에 국한된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적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학장은 “우리 아이들은 초중등 과정에서 각종 사이버 범죄에 노출돼 있고, 직장에서도 여성을 비하하는 문화가 아직 존재한다”면서 “단지 교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에 만연한 잘못된 성의식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될 교대생들에겐 좀 더 엄격한 성의식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며 “선발과정뿐만 아니라 양성과정에서 적성만 따지지 말고 인성 교육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