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과 수능은 '공정성, 적합성, 주체성'만으로 평가할 수 없어

[에듀인뉴스] 지난 25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 주도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현실과 개선방향’ 정책토론회가 있었다. 최근 3년간 사교육비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학생부종합전형 관련 비리로 신뢰성과 공정성이 크게 흔들리자 그 대안을 찾아보려는 취지였다.

의미를 오독한 '공정성'과 '주체성'

그동안 교사, 학부모, 시민단체 등이 공통으로 ‘학종의 불공정성’을 지적했다. 그중에는 공정성의 뜻을 세세하게 모르거나 대입 수험생 자녀를 두지 않는 국민마저 동의했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토론회에서 학종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며 “대입 당사자인 학생들마저 다수는 학종이 수능보다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학생부종합전형을 옹호하기도 한다.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경기도교육청 유재 장학사는 “학종이 단순히 대학 입학생 선발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하며 공정성이 아닌 적합성의 관점에서 볼 때 대입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이 수능보다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념적으로, 현실적으로 믿기 어렵다.

유재 장학사는 “학종은 학생들이 주체적 역량을 키운다”고 말한다. 즉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자유롭고 자주적으로 어떤 일을 실천하거나 그 의지를 기르게 한다는 뜻이다. ‘주체적’의 의미를 과잉해석하거나 오독한다고 본다.

‘주체적이란 선택의 자율성을 인정하지만 선택지가 무한한 상태를 말하지 않는다.’ ‘주체적이란 주관적 의지로 객관(객관적 현실)에 상대적이며 그에 맞춰져 있다.’ 즉 주체가 선택할 수 있는 여러 안들이 있는데 외부적 간섭 없이 그중 하나를 자율적으로 고른다는 뜻이다.

학종과 수능 "주체성과 적합성 기준으로 비교할 수 없어"

주체적이라는 용어를 학생의 학교생활에 적용하면 2015 개정교육과정을 봐야 한다. 교사와 학생의 학교에서 교육적 활동은 교육과정을 따르는 까닭이다. 2015 개정교육과정은 그 어떤 교육과정보다도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한 교육과정이다. 다양한 진로선택을 위해 공통교과를 줄이고 선택교과를 늘렸다. 고등학교의 경우 총 이수단위는 204단위인데 교과의 경우에 공통과목 94단위, 학생의 적성과 진로를 고려한 자율편성은 86단위, 비교과활동인 동아리나 체험 및 자율 활동인 창의적 체험활동은 24단위이다.

학생들은 이러한 학교교육과정에서 주체적 선택을 하며 학생부종합전형은 부수적이고 파생적이다.

즉 2015 개정교육과정을 바탕으로 학교에서 교과와 비교과인 창의적 체험활동에서 효율적인 선택을 하는데 그 행위와 과정이 주체적 역량을 키우고 있는 것이지 학생부종합전형 탓이 아니다.

그런데도 다른 대입제도와 비교하여 학종만이 그 기능을 수행하는 것처럼 말하면 사실적이지도 않고 과잉해석이다. 교수학습과 평가의 일관성을 고려하면 초·중·고 교육과정이 핵심이며 학생부교과, 학생부종합, 수능, 논술이 모두 학생의 주체적 역량을 키운다.

학생부종합전형과 수능을 ‘적합성’의 기준을 들어 비교하지만 옳지 않다. ‘적합성은 상황에 맞는 성질이다. ’적합성'의 뜻이 모호하지만 둘 중 하나인 듯하다. 2015 개정교육과정의 목표인 바람직한 인성을 갖춘 창의 융합형 인재를 키우거나 여러 교육문제가 혼재되어있고 갈등 중인 한국의 교육적 현실을 해결하는 대입제도일 것이다. 그 점에서 학종이 수능보다 더욱 옳다는 뜻이다. 유 장학사의 이런 주장은 사실적으로나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막스 베버는 적합성을 어떻게 분류하나

근대 사회학자인 막스 베버에 의하면 적합성은 ‘의미적 적합성’과 ‘인과적 적합성’이 있다.

의미적 적합성은 이론적으로 논리적이거나 일관적이라는 뜻인데 교육과정과 관련지으면 수능은 주로 교과적 지식이나 역량을, 학종은 비교과적 지식이나 역량을 평가하기 때문에 의미상으로 적합하지 않다. 비록 학생부의 과목별 세부능력특기사항에 교과별 교육과정을 기록하니까 교과역량도 평가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극히 제한적으로 교과역량을 총체적으로 평가했다고 볼 수 없다. 더구나 적합성을 의미적 적합성만으로 해석할 수 없다. 그 개념이 현실적 상황을 배제하고 이론적으로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인과적 적합성은 현실을 고려하여 적합성을 의미적으로만 이해하지 않고 현실에서 의미적 적합성이 합리적으로 작동하는가를 본다. 그렇다면 학종의 취지는 현실에서 합리적으로 작동하고 있나. 

어떤 교사들은 ‘교육과정과 수업 및 평가의 일체화’ 및 ‘교수학습과 평가의 일관성’을 말하며 창의적 인재를 기르는 대입제도로 학종을 내세우지만 다수의 국민은 불공정하다고 말한다. ‘금수저 전형’, ‘서류조작’, ‘학종 평가요소의 편파성’을 거론하는데 그 취지가 어떻게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나.

공정성과 적합성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

법철학자인 알프레드 슈츠(Alfred Schütz)는 ‘의미적합성’을 강조했지만 “그 해석이 정당하려면 해석자를 포함해서 그 주변 인물까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해 국민이 이해하고 있나’, ‘이해당사자인 학부모나 다수의 학생이 수긍하나’, ‘심지어 학종을 옹호하는 교사들과 함께 근무하는 주변교사들의 다수가 전폭적으로 이해하고 동의하나.’ 그런데도 ’적정성‘이라는 기준을 들어 학생부종합전형을 수능보다 우월하게 평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더구나 공정성과의 비교는 적절하지 않다. 공정성과 적합성은 대등하지 않다. 적합성은 공정성의 하위개념으로 공정성을 구성하는 한 요소에 불과하다. 즉 적합해야만 공정하지만 공정성은 적합성으로만 되어있지 않다. 아무리 의미상으로 적합해도 현실에서 공정하지 않으면 인과적이지 않다.

공정성은 평등이나 정의의 한 요소지만 구별되며 공평하고 올바른 것으로 ‘기회의 공정성’, ‘조건의 공정성’, ‘결과의 공정성’을 뜻한다. 기회의 공정성은 ‘기회의 형평성’이다. 개인들이 상대와 절차적으로 같은 대우를 받는 경우이다.

조건의 공정성은 인간이 탐욕스럽다고 보고 여러 선택지를 두고 규칙을 통해 선택조건을 균등하게 하는 경우이다. 가령 두 명에게 바나나를 나눠줄 경우에 한쪽은 바나나를 자르게 하고, 다른 쪽은 바나나를 먼저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결과의 공정성은 분배된 몫을 비슷하게 맞추는 경우이다.

이처럼 공정성은 세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는데 그 어느 사회나 시대에서도 공정성은 완벽하지 않다. 실재적인 판단기준이 타인과의 상대적 격차나 몫에 대한 만족도인 까닭이다. 한국사회에서 교육적 공정성을 둘러싼 갈등은 상당하고 다양한 해법이 난무하지만 쉽게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 현상만 봐도 알 수 있다.

특히 교육에서 제기되는 공정성 쟁점이 다른 분야보다 심각하고 협상, 타협, 조정이 어렵다. 이런 현상은 그 갈등이 당사자를 넘어 다음 세대인 자녀의 사회경제적 삶과 맞물리는 까닭이다.

그런데도 기회의 공정성과 절차적 공정성에 어긋나며 인과적으로 부적합한 학생부종합전형을 적합하다고 말하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박제원 전북 전주 완산고 교사 

박제원 전북 전주 완산고 교사
박제원 전북 전주 완산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