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재 전교조 서울지부 교권상담실장

송원재 전교조 서울지부 교권상담실장
송원재 전교조 서울지부 교권상담실장

[에듀인뉴스] 서울자율형사립고(자사고) 학교장 연합회는 지난 25일 ‘운영성과 평가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평가보고서는 자사고의 재지정 심사에 필요한 법정 서류다. 자사고 교장들이 평가보고서 제출을 거부한 이유는 평가지표가 지나치게 높아 합격점을 받기 어렵고, 재지정 절차가 ‘자사고 죽이기’ 요식절차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사고 재지정 절차는 서울시교육감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관련 법령에 따라 교육부가 공통표준안을 만들어 평가지표와 기준점수를 정하고, 서울시교육청이 여기에 재량평가를 일부 반영한다. 자사고가 이 기준에 맞춰 보고서를 만들어 제출하면, 서울시교육청이 1차 평가하고 교육부와 협의하여 재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그런데 자사고가 평가보고서를 내지 않으면 이 절차를 진행할 수가 없다. 서류미비를 이유로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수도 있지만, 서울의 모든 자사고가 집단행동으로 나온다면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이점을 잘 알고 있는 자사고들이 집단의 위력을 빌어 서울시교육청을 겁박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상 ‘반란’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재지정 평가 안내를 위해 세 차례의 교감 회의와 한 번의 교장 회의를 소집했지만, 자사고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평가지표를 낮춰주지 않으면 들어보나 마나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북은 교육부가 권고한 평가 기준보다 높은 80점을 적용했는데도, 자사고인 전주 상산고는 평가에 응하기로 하고 평가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번에 서울시교육청이 적용하는 평가 기준은 교육부 권고기준인 70점이다. 서울 자사고 교장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지 않는 이유다.

이것은 마치 시험문제가 어렵다고 시험을 거부하겠다는 격이다. 나아가 문제를 다시 내지 않으면 집단으로 자퇴하겠다고 학교를 협박하는 꼴이다.

평가 기준 70점이 너무 높다면 서울시교육청이 아니라 교육부에 항의할 일이다. 그 기준은 이전에 이미 정해져 있었는데, 왜 여태 가만히 있다가 재지정 평가를 코앞에 둔 지금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는지 궁금하다. 서울시교육청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의심했다면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의심이다. 서울 자사고 중 지금까지 재지정이 취소된 경우는 스스로 재지정을 포기한 극소수 외에는 없었다.

서울 ‘자사고 반란’의 배경에는 그들만의 특권의식, 법이 정한 공적 통제에 따르다간 특권을 빼앗길 지도 모른다는 피해의식이 도사리고 있다. 그런 점에서 자사고 교장연합회는 한유총과 소름끼치도록 닮은꼴이다.

서울시교육청에 당부한다. 최소한의 공적 통제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자사고는 더 이상 공교육 기관이 아니다. 한유총 사태 때 그랬듯이, 자사고 교장연합회를 협상 테이블에 앉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 헌법은 특권과 계급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공교육도 마찬가지다.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에 공공연하게 도전한 것도 모자라, 법으로 정한 재지정 절차를 거부한 자사고에 대해서는 재지정 취소로 응답해야 한다. 부당한 특권을 해체하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 교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