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태 경북영광고등학교 전문상담교사

[에듀인뉴스] 처음 교단에 섰을 때부터 지금까지, 교육부에서 다양한 정보 관리, 나이스, 전문상담 등 관련  정책이 나올 때마다, 내가 가장 먼저 검토하는 것이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배되지 않는가이다.

특히 학교를 비롯한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보안은 대부분 행정안전부와 국가정보원의 협력 아해 시스템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들 시스템 가운데 가장 뒤처져 있는 시스템이 학교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 교무업무시스템(이하 나이스), 학교회계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나이스는 학생 생활 대부분을 전자기록화해 가족관계, 출결, 학적, 수상, 자격, 진로, 봉사활동, 교과성적, 독서기록,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에 이르기까지 학생에 대한 모든 것을 빼곡히 기록한다. 이는 학생과 학부모가 보통 열람할 수 있는 학교생활기록부에 대한 내용들이다. 

하지만 교무업무시스템에는 이 외에도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가 잘 알지 못하는 학교폭력, 학업중단, 상담 등 내용도 포함되어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교무업무시스템이 학생들의 다양한 정보를 서버에 집적화해 활용하고자 하는 교육부 입장에서 좋은 의도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그 법적 근거와 보안이 100% 완벽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특히 학년말 졸업처리 후 다음 학년 진급처리 과정에서 학생들의 사진이 서로 바뀌기도 하고, 출결 사항이 삭제되기도 하는 경우가 아직도 종종 일어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학교가 종합감사를 받게 되면 직전 담임교사 또는 담당자가 출결문서를 인쇄해 미리 보관하지 않으면 비법정장부인 출석부와 통계가 맞지 않아 감사관으로부터 당황스러운 일을 겪고 징계를 받게 될 수도 있다. 

필자는 9년 정도 나이스 총괄 업무를 맡아 이런 경험들을 했다. 물론 이 시스템이 줄 수 있는 효용들도 존재하지만, 100% 믿을 수는 없어 불신을 갖게 되었고 항상 정보 확인에 신경을 쓰게 된다. 

가끔 학교의 교무업무시스템, 교육행정정보시스템, 학교회계업무시스템 개발에 참여한 지인들의 말을 들을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대부분 시스템을 개발하는 사람들은 공공기관 뿐 아니라 민간기관(은행 등)의 시스템도 같이 프로젝트 형식으로 개발하게 되는데, 비슷한 돈이 소요된다고 해도 그 퀄리티가 매우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중에서도 교육부 시스템이 가장 보안에 취약하고, 그 품질 또한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시스템을 멋진 제품처럼 해외 개발도상국에 수출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 한 편이 안타깝기만 하다.

안 그래도 이렇게 안타까운데, 요즘 일선학교 전문상담업무를 담당하는 전문상담교사와 전문상담사들 사이에 아주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 그것은 바로 학생상담 정보 집적화를 위한 상담시스템을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에서 개발하고 전면 운영을 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7년 전 수학교사에서 전문상담교사로 전직했다. 그러면서 새로 알게 된 사실은 전문상담인력에게는 교무업무시스템 등 기존 시스템 외에도 다른 시스템을 운영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우선 기존 교무업무시스템에는 학생들의 상담기록을 학생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게 저장하는 통계 활용 의미의 ‘상담현황’ 메뉴가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기존 오프라인으로 저장했던 상담기록(상담일지, 업무일지)을 일반병원의 환자기록처럼 전산화시킨 Wee 상담 시스템을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함께 개발해 일선학교에서 운영하도록 한 것이다. 

이 시스템은 내담자 정보가 담긴 파일을 전문상담인력의 개인 컴퓨터에 백업해 저장되도록 하고, 시스템을 사용할 경우에만 그 자료를 시스 템상에 보여주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그 백업 파일은 언제든 컴퓨터 오류로 인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불안 요소를 가지고 있어 따로 오프라인으로 출력해 보관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교육부는 컴퓨터 오류로 인한 손상 등 다양한 위험으로부터 상담 정보를 지키겠다는 명분을 가지고 더욱 업그레이드된 Wee 상담 시스템을 전면 운영하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 의도와는 달리 일선학교 전문상담인력들은 그 운영 방식에 대해 많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는 상담 당사자인 학생, 학부모, 교사 뿐 아니라 각 시도교육청에서도 위법적 요인들이 없는지 이대로 받아들여도 되는지에 대한 고민들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다음 사례를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떤 개인(내담자)이 심리상담을 위해 상담실에서 운영하는 상담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상담 전 상담사는 상담에 대한 기록이 남을 수 있으며, 나중에 삭제를 요청할 시 기록을 삭제할 수 있다고 고지했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시간이 지나고 내담자는 상담기록을 삭제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상담실에서는 ‘정신보건법’에 있는 10년간 상담 기록 보존 의무와 ‘공공기록물법’에 관한 규정 등을 들며 삭제 요쳥을 거부했다. 

내담자는 상담실의 상담기록을 완전히 삭제해 달라는 소를 제기했다. 내담자인 청구인은 ‘개인정보활용에 대한 동의’를 한 적이 없고, 자신의 상담기록은 공공기록물이 아니라 ‘개인의 사생활’이기 때문에 공공기록물이 아니므로 공공기록물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쳤다. 상담자인 피청구인은 앞에서 설명한 법 규정들, 그리고 학회 윤리 강령 및 보건복지부의 상담실 운영 가이드에 따라 삭제 요청을 거부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해 법원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내담자가 ‘개인정보활용에 대한 동의’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상담기록은 삭제되어야 한다고 판결하고, 다른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쟁점은 새로운 상담 시스템(학교 상담 정보 중앙 집적화)이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설명하는 ‘개인정보활용에 대한 동의 사항’과 ‘공공기록물법’에서 설명하는 ‘공공기록물의 정의’에 부합하느냐는 것이다.

먼저, 판례와 같이 ‘개인의 정보 활용에 대한 동의’가 없으면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 중앙 서버에 저장된다는 것 자체가 보안 이유를 떠나서 ‘위법’이기 때문이다. 

이는 학교상담 상황에서 상담을 시작하기 전 학생에게 ‘너와 함께 한 상담기록이 중앙 집적화되어 저장된다’고 사전 설명할 때 학생이 상담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 그 설명을 듣고 학생이 거부하면 그 학생은 상담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에 대한 문제, 그리고 학생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담 기록에 찬성하고 상담에 참여했다가 나중에 상담 기록을 지워달라고 요청하면(위 판례와 같이) 일선 학교에서 그 상담기록을 지워주겠느냐는 문제에 대한 고민을 낳을 수밖에 없다. 학교 상담실에 누가 올 수 있겠냐는 가장 커다란 문제를 떠안게 될 것은 안 봐도 뻔하기 때문이다.

둘째, 학교에서의 학생상담 내용 중 대부분은 학생 ‘개인 사생활 문제’인데, 이 것이 중앙 집적화 시스템에 넣을 만큼 ‘공공기록물’의 성격을 띠고 있냐는 것이다. 지금도 교육부에서 매년 시행하는 초1, 초4, 중1, 고1 대상의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 상담 기록, 선도위원회 기록,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기록, 기타 학교에서 상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상담 학생 상담 기록은 별도로 학교 내부에서 보관하고 있다. 

이런 사항들은 ‘공공기록물’의 성격에 어느 정도 부합하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상담실 이용 학생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인 사생활 문제’ 상담 내용이 과연 ‘공공기록물’이라서 ‘중앙 집적화 시스템’에 넣을 만큼 중요한 내용인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이해할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보안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먼저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정보보안 전문가들의 노고에 감사한다. 모든 공공기관처럼 교육부와 그 산하 기관도 시스템 정보보안에 관한 한 그 혜택을 입고 있다. 필자도 2년간 경찰 정보 업무로, 15년간 학교 나이스 및 상담 업무를 하면서 보안을 지키기 위한 그 노력에 정말 감사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공공기관은 모르겠지만 교육부의 교무업무시스템 운영에서 나타난 문제들에 대해서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래서 처음 한국교육개발원의 상담 시스템 보급 단계에서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보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 그런데 당황스럽게도 돌아온 답변은 ‘그건 보완하면 된다’는 담당자의 말이었다. 그래서 이번 시스템도 사실 색안경을 끼고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필자가 전국의 모든 전문상담인력을 대표할 수는 없지만, 한 마디 남기자면 ‘상담 과정도 정말 정성을 다하여야 하지만, 상담 기록은 더욱 민감한 문제이고 다른 정책처럼 뚝딱 나올 문제는 아니다.’라는 것이다. 

물론 시스템을 구안한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 Wee특임센터(상담)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겠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다른 해결 방법을 찾아 모두가 만족하며 일하는 상담 현장이 이루어지길 바랄 뿐이다. 

노병태 경북영광고 전문상담교사
노병태 경북영광고 전문상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