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표 경기 소안초등학교 교무부장

연못을 관찰하는 학생들. (사진=조원표 교사)
연못을 관찰하는 학생들(사진=조원표 에듀인뉴스 객원기자)

[에듀인뉴스=조원표 객원기자] 아름다운 봄꽃들이 봄의 향연을 펼치고 있다. 활짝 핀 진달래꽃이 마음까지 설레게 한다. 산기슭 그늘에는 꽃 몽우리들이 바깥세상 구경을 하려고 저마다 달리기 선수처럼 출발 준비를 하고 있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여린 봄꽃이 성장으로 다가선다.

매일 아침 아이들과 하이파이브로 인사를 나눈다. 좀 내성적인 아이들과는 내가 먼저 아는 체를 한다. 아침인사를 나누다보면 기분이 언짢아서 시무룩해져있는 아이도 있고 명랑하고 활기차게 인사를 하는 아이도 있다. 인사를 통해 그날 아이들의 기분을 알 수 있어 참 좋다.

오늘도 아이들이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에 조금 더 귀 기울여보기로 한다. 아이들이 즐거움으로 시작된 자발성을 토대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그러한 경험이 성장에 필요한 밑거름이 되리라 믿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아이들과 생활하다보면 나이를 잊을 때가 많다. 마침 교정에 아이들과 함께 놀기 좋은 곳이 있다. 바로 연못과 학교 숲이다. 각박한 도시생활에 그나마 학교에 작은 숲이 있다는 게 큰 위안이 된다. 한창 자연과 더불어 마음껏 뛰어 놀아야 할 아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고 귀한 존재가 아닌가 싶다. 금붕어들이 뛰놀고 물방개와 우렁이들이 여기저기서 움직일 때마다 아이들은 탄성을 지른다.

"선생님, 저기보세요.”

아이들이 가리키는 쪽을 보니 제법 큰 물고기 여러 마리가 잽싸게 움직이고 있다. 자그마한 금붕어 새끼만 보다가 신기한 녀석들을 처음 보니 깜짝 놀랄 만도 하다. 물풀 밑을 잘 관찰해보면 다양한 종류의 작은 생물들도 살고 있다.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곳이 왜 연못인지 알 것도 같다.

어디서 날라 왔는지 모를 벌들과 나비 같은 녀석들이 이곳저곳의 꽃과 나무에 앉아 그들만의 향연을 펼친다. 이 녀석들은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가끔씩은 교실까지 날아와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야단법석을 떠는 아이들의 모습에 잠시 수업을 중단해야 하는 돌발 상황이 오기도 한다.

“얘들아, 저기 거미줄에 거미 좀 봐.”

한 녀석이 신기한 보물을 발견하기라도 한 듯 왕거미를 보면서 호들갑을 떤다. 다른 녀석들도 어느새 한 무리가 되어 거미를 관찰한다.

역시 자연은 위대한 교과서다. 오늘도 학교 숲에서 자연과 호흡하며 꿈을 가꾸고 키우는 아이들이 있기에 행복하다.

살다 보면 가끔은 글을 쓰고 싶을 때가 있다. 부슬부슬 내리는 봄비에 낙숫물이 지며 방울꽃을 피우는 모양을 보고 있노라면 시상이 떠오른다.

봄이 봄일 수 있는 것은 추운 겨울을 이긴 뒤 어둡고 두꺼운 지표를 뚫고 싹튼 새싹이 있기 때문이다. 또 그런 새싹을 소망하는 우리의 간절함이 있기 때문이리라.

겨울이 떨궈 낸 꽃과 잎이 씨앗이 되고 거름이 되어 화창한 봄을 열 듯 아낌없이 나눠주는 사랑이 아이들의 봄을 꽃피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