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에듀인뉴스] 교육부는 매년 11월이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발표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6월에 실시한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는 발표를 미루다가 지난 3월 28일이나 되어서 공개했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일부 과목에서는 대폭 증가했고 이에 대한 대책인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과 함께 발표하기 위해 발표가 늦어졌다는 것이 교육부 설명이다. <에듀인뉴스>에서는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의 '교육부의 학력 관리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과 보완할 점'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 사진제공=교육부
박백범 교육부 차관. 사진제공=교육부

기초 학력 미달에 대한 교육부의 분석과 대응의 문제점

지난 3월 28일 박백범 교육부 차관과 기자들의 질의응답 내용을 살펴보면 교육부의 기초 학력 미달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분석과 대응을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원인>

- 지금 중3, 고2 학생들은 중학교 시절 자유학기제나 자유학년제를 겪은 점

- 토론 중심의 교육 또는 프로젝트 학습의 강화와 같은 수업방식이 학업성취도평가란 지필고사와의 관련성이 낮은 점

- 전집평가를 할 때 학교 간 비교·경쟁의 분위기가 있어 교사들도 학업성취도평가에 대한 주의를 기울였으나 표집을 하게 되면서 객관식 지식 위주의 검사인 이 평가에 대한 주의를 덜 하게 되었을 가능성

※ 기초 학력에 대한 개념에 대해 “교과지식 위주의 성취도를 기초 학력으로 볼 것인가, 정의적 영역까지 포함하여 볼 것인가”에 대해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중임을 언급함.

<대안>

기초학습부진에 대한 위의 원인에 대한 교육부의 대안은 아래 4가지이다.

1) 기초 학력 진단 체제 개편: 모든 학생의 기초 학력 진단 및 지도·관리/기초 학력 진단-보정 시스템 활성화/ 국가 수준의 학업성취도평가 개선

2) 학교 안·밖 기초 학력 안전망 내실화: 학교 안 학생 맞춤형 학습 결손 보충/ 학교 밖 심층 지원 확대

3) 평등한 출발선 보장을 위한 초등 저학년 집중 지원: 입학 단계 학교 적응 지원/ 읽기·쓰기·셈하기 책임 지도/ 교원 지도 역량 강화

4) 국가-시도-학교 책무성 강화: 국가 수준의 제도적 기반 마련/ 시도 및 학교 권한·책임 확대

기초 학력 미달 비율 증가에 대한 교육부의 원인분석은 한마디로 구태의연하고 미시적이다. 기초 학력 미달 증가 원인의 피상적 분석과 대응에만 머물지 말고 학력이 저하되고 학포자가 늘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의 분석과 제거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학포자 양산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다음과 같을 수 있다.

▲학생 개개인의 흥미·강점·목표·준비도가 다 다른데 이를 존중하지 못하는 교육시스템

▲출발선 격차를 3학년 이전에 평평하게 만들 실효성 있는 조기개입 프로그램의 부재

▲예방과 조기개입보다는 낙제 점수를 받을 때까지 기다렸다가(Wait to Fail) 보정하려는 접근

▲학습량 과다로 인해 많은 교사가 진도빼기 수업을 하는 점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한 것으로 간주하고 수업을 진행하는 점

▲학교가 멀쩡한 환자(중상위권)만 돌보고 진짜 환자(하위권)는 소홀히 하는 이상한 병원과 같이 된 점

▲교직자들이 ‘모든 아동은 성공적으로 배울 수 있다’와 ‘격차를 줄인다’로 요약되는 도덕적 교육목적(Moral Purpose)과 신념의 결여

▲신인류인 21세기 아동·청소년들에게 20세기 학교교육을 제공하는 점

▲무엇보다도 학교 수업에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점

자유학기제나 토론 중심의 교육 또는 프로젝트 학습의 강화와 같은 수업방식의 변화에 원인을 돌리는 것도 잘못된 분석이다. 토론 중심 수업이나 프로젝트 수업의 경우도 교과지식의 습득이나 심화와 긴밀히 연계해 설계해야 한다. 역량 함양을 위한 수업과 지식 습득을 위한 수업을 별개로 보는 한국 사회의 잘못된 인식은 하루 속히 시정되어야 한다.

진보교육의 일각에서 정의적·사회적 역량도 학력으로 봐야하기 때문에 교과 성적이 하락한 것만으로 학력이 저하되었다는 비판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은 괴변이나 무지에 가깝다.

뇌과학적 근거나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의 사례들을 보더라도 정의·사회적 역량이 향상되면 인지적 역량도 향상되어 교과지식의 성적은 향상되게 되어 있다.

또한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평가와 별도로 도입하는 ‘기초 학력진단평가’가 기초 학력성취여부(20% 도달 여부)만 가리겠다는 정책의 문제점도 지적하고 싶다. 진단평가의 정의와 목적을 생각할 때 제대로 된 진단평가를 개발하여 활용할 필요가 있다.

미국 공교육에서 많은 주가 공통으로 사용하는 두 가지 형성평가 성격의 진단평가 SBAC(Smarter Balanced Assessment Consortium)과 PARCC( Partnership for the Assessment of Readiness for College and Careers) 시스템은 표집방식이 아니라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물론이고, 매우 정교하고 제대로 진단을 위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진단평가의 결과를 실시간으로 교사와 학부모가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이 새로 도입하는 고등학교용 ‘기초 학력진단 테스트’의 경우 그 취지를 ‘학생 각자의 능력 차이에 따라 기초 지식과 기능, 사고력, 판단력, 표현력을 습득하고 개별적 성취도에 맞추어 학생의 능력 향상’으로 잡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도 학업성취도 평가를 전수평가 방식으로 실시한다.

이렇게 하지 않고는 개인별로 진급·졸업 요건을 갖추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고 성장관리를 제대로 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안대로 진단평가를 통해 20% 미만인 학생만 선별해서 보정교육을 시행한다면 50% 이상의 범위에 들 수 있는 학생 즉 보통 학력 이상이나 80% 이상의 우수 수준의 학생들은 괜한 들러리를 서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런 시험을 보통 학력 이상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수용할 수 있을까?

교육부 관련 자료는 ‘지역·학교별 진단 결과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되 기초 학력 정책 수립 등을 위한 자료로 활용 가능’이란 단서를 달고 있다.

이럴 거라면 두 가지 검사를 하는 대신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평가를 초등 1학년부터 고교 2학년까지 전수평가하고 평가결과를 철저히 비공개로 하면 학교간 비교나 지나친 경쟁도 막을 수 있지 않겠는가.

현재 중3과 고2를 대상으로 실시 중인 표집 방식의 학업성취도평가와 초등1~고등1 학년을 대상으로 새로 도입하려는 기초 학력진단평가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재디자인할 필요가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16년 내놓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의 결과 활용도 제고 방안 연구보고서(RRE 2016-1)도 아래와 같은 연구 결과를 밝히고 있다.

“평가결과지표들의 유용성과 활용도 측면에서는 기초 학력 미달 학생 비율과 향상도 지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낮은 유용성과 활용도를 보였다. 현재 제공되는 평가 결과 외에 추가로 제공되기를 바라는 정보로는 학급별 성취수준 비율과 영역별 성취율, 학생의 학업성취도에 대한 상대적 위치 등을 선택하였다. 평가결과 활용도 제고를 위한 평가 개선방향으로는 평가 결과를 활용하고 보정교육이 가능하도록 평가시기를 3∼5월로 앞당기고, 고입, 대입에 대한 부담감을 완화시킬 수 있도록 평가 대상 학년도를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1학년으로 낮추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상과 같은 연구 보고를 해놓고도 이번 개선안에서 이를 반영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끝으로 하나 더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기초학습미달 비율을 줄이기 위한 교육부 정책 기조가 실패할 때까지 기다렸다가(Wait to Fail) 보정하려는 방식이다. 이는 잘못된 접근이다. 기초학습부진에 대한 대응을 잘하는 국가들의 경우 이렇게 하지 않는다. 층위별 교육과정(Layered Curriculum) 운영을 통해 예방과 조기 개입을 하는 식의 접근을 한다.

이런 접근의 대표적인 예가 ‘개입에 대한 학습자반응중심접근법(Response to Intervention: RTI)’이다. 한국의 경우도 개별화 지도와 뇌기반교수학습원리 등을 바탕으로 하는 보편적 학습설계(Universal Design for Learning: UDL) 등의 교육 인프라를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

이런 것들은 캐나다 주요 주, 핀란드, 미국의 주요 주 등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고 성공사례가 많이 축적된 것들이다. 특히 수포자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대책 마련에 뇌과학적 접근을 할 것을 적극 추천한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기초 학력에 대한 정의, 대폭 보완되어야

기초 학력에 대한 교육부의 아래 정의를 보자.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갖춰야 하는 읽기·쓰기·셈하기와 이와 관련된 교과(국어·수학)의 최소 성취기준을 충족하는 학력’으로 정의”(기초학력지원 내실화 방안 5쪽)

‘기초학력’이란 학생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갖춰야 하는 읽기·쓰기·셈하기 등을 포함한 최소한의 성취기준을 충족하는 학력(박경미 의원 대표 발의안에 대한 일부수정안) (기초 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 5쪽)

기초 학력에 대한 이런 정의는 세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최소 성취기준을 충족하는’과 ‘최소한의 (성취기준)’이란 표현의 애매함이다.

도대체 ‘최소한’이 교육과정 목표의 몇 %를 달성하는 수준이란 뜻인가? ‘기초 학력’을 현행 학업성취도평가의 4가지 성취도 중 하나인 ‘기초 학력’과 동일한 뜻으로 해석하면 이는 교육과정 성취기준의 20%에 도달하는 것을 뜻한다. 교육과정성취기준의 20% 정도밖에 도달할 수 없다면 이는 낙제 점수며 완전한 실패다.

100점 만점에 20점을 받는 수준으로는 살아가며 마주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고 수업을 따라가기도 어려우며 대학진학과 직업세계 진출도 불가능한 수치다.

교육과정의 최저 성취기준을 ‘기초 학력(20% 이상)’이 아니라 ‘보통 학력(50% 이상~80% 이하)’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는 한국 학교교육의 질 관리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도평가에서 20점 이하 학생 비율을 제로(0)로 만드는데 초점을 두게 될 것이다.

둘째, 기초 학력에 대한 정의가 ‘무엇을 위한’ 기초 학력인지 밝히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아래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정의에 ‘무엇을 위한 (기초 학력)’에 해당하는 부분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처럼 우리도 기초 학력 즉 문해력을 새롭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있어야 ‘최소한의 (성취기준)’도 의미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문해력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고, 더 높은 수준의 지식을 터득하고 잠재력을 개발하며 사회 활동에 참여할 수 있기 위해, 또 교과 내용을 이해하고 활용하며 내용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 제대로 문제를 다룰 수 있기 위한 개인의 역량을 말한다.” 

http://www.edu.gov.on.ca/eng/literacynumeracy/paying_attention_literacy.pdf

미국의 경우도 누구나 갖추어야 할 기초 학력에 대한 목적이 명확하다. 미국 공교육이 지향하는 기초 학력보장법의 명칭은 ‘모든 학생 성공법’(Every Student Succeeds Act: ESSA)인데 이는 아동낙제방지법(NCLB)을 2015년 개정한 것으로서 법 제정의 목적이 ‘학생 성공’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때의 ‘학생 성공’은 ‘모든 학생이 대학 진학과 직장 생활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도록 충분히 준비시키는 것(Preparingall Students for Success in College and Careers)’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한국 교육부도 기초 학력을 정의할 때 그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렇게 할 경우 현재처럼 20%에만 도달해도 기초 학력을 갖춘 것으로 보는 현재의 제도가 크게 잘못되었고 세계 주요국에 비해 낯부끄러운 수준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셋째, 교육부의 기초 학력에 대한 정의의 또 다른 문제점은 기초 학력을 ‘읽기·쓰기·셈하기 등’이란 표현의 사용에서 보듯이 전통적인 문해력(Literacy)의 정의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세계 주요국들은 교육과정에 문해력(Literacy)의 정의를 확장한지 오래다. 앞에서 소개한 온타리오 주의 문해력 정의를 보더라도 ‘비판적 사고력’과 같은 기초역량을 문해력에 포함시킨다.

읽기·쓰기·셈하기 능력만으로는 21세기를 살아갈 수 없다. 자기 삶의 목표를 달성할 수도 없다. ‘읽기·쓰기·셈하기 등’이란 표현은 ‘읽기·쓰기·셈하기·비판적 사고력 등’으로 수정·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생각하는 능력은 기초학력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대학교수들은 대학생이 되어도 글을 쓸 줄 모른다고 아우성친다. 이는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생각할 때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뜻하는 바가 있어 2009년 8월 말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했다.국가교육시스템 재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뇌기반교육연구, 학습부진아 정책연구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 공교육의 변화 트렌드 연구를 통해 한국 공교육의 근본적인 대안을 찾는 데 시사점을 얻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뜻하는 바가 있어 2009년 8월 말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했다.국가교육시스템 재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뇌기반교육연구, 학습부진아 정책연구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 공교육의 변화 트렌드 연구를 통해 한국 공교육의 근본적인 대안을 찾는 데 시사점을 얻고자 노력하고 있다.

# 이 글은 '교육을바꾸는사람들'과 함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