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일기] "어서 와~ 이런 '고3 교실'은 처음이지?"
[수석교사일기] "어서 와~ 이런 '고3 교실'은 처음이지?"
  • 정하늘 기자
  • 승인 2019.04.06 10:1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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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애 경기 안양 관양고 수석교사
고영애 경기 안양 관양고 수석교사
고영애 경기 안양 관양고 수석교사.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 연구회 부회장. '수업이 즐거운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2018년)' 공저자

 

고등학교 3학년을 위한 수업은 어떤 수업이어야 할까?

고3 교과를 담당하면서 드는 고민이다.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 수시를 준비하는 학생 그리고 대학입시가 아닌 다른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이 모두 모여 있는 고등학교 3학년의 교실, 교사에게는 어려움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또 정시를 준비로 내가 수업하는 과목을 모든 학생이 선택한 것도 아닌 경우가 많다.

자는 학생을 깨우면 “저는 이 과목 선택 아니에요”, “저는 고등학교 2학년만의 성적으로 대학가요”, “이미 인강으로 내용을 듣고 와서 오늘 내용은 다 알고 있어요”라고 한다.

이런 상황은 나를 내가 가르치는 사회문화라는 과목의 정체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했다. 그리고 많은 고민 끝에 생각을 정리했다.

학생들이 적어도 고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갔을 때 상식이 부족하여 무시를 당하거나 손해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다양한 문제에 부딪혔을 때 쉽게 포기하지 않고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고3 교실에서 모둠활동을?..."생각하는 근육 키우는 기회"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생각하는 힘이다. 다시 말하면 생각하는 근육을 키우는 기회를 제공하는 수업이 사회문화 수업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에 고3의 수업에서도 토의와 토론, 비주얼싱킹 수업, 협업 수업, 프로젝트 수업 등을 적용했다.

고3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여 교사의 개념 설명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가는 모둠활동 그리고 문제 풀이라는 큰 틀에서 수업이 진행된다. 물론, 내용에 따라 순서는 바뀌기도 한다. 이때 모둠활동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사례를 생각, 과제 해결, 그리고 주제에 대한 간단한 토론, 이미지화 등으로 구성한다.

얼마 전에는 사회문화 현상을 보는 다양한 관점을 설명한 후 “현재에도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다”라는 주제로 학생들과 모둠토론을 하였다. 모둠 안에서 생각을 모아 찬성이나 반대 의견을 정리해 반 전체와 공유하였다. 그런 후 각 모둠의 구체적인 의견들을 다양한 관점과 연결했다. 이론으로만 알던 기능론, 갈등론, 상징적 상호작용론이 학생들의 의견과 접목된 것이다.

사회문화 개념은 수능에도 개념을 직접 묻는 문제보다는 사례를 통해 어떤 개념인지를 파악하여 그 특징을 확인하는 문제가 많이 나온다. 교사가 제시한 사례보다 자신들이 찾은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하였을 때 학생들의 집중도는 매우 높아진다.

그리고 개념에 적절한 사례찾기, 사례에서 개념을 찾는 과정 등을 통해 자신이 정확히 알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연습을 통해 학생들은 개념을 이해하게 된다.

사회문화현상의 탐구 방법 중 양적 연구에서 사용하는 개념의 조작적 정의라는 개념은 매우 어려운 개념이다. 이를 간단히 설명하고 학생들에게 직접 성취도를 개념의 조작적 정의로 나타내도록 모둠과제로 제시하였다.

모둠원과 상의 후 제시한 것으로는 수능성적, 교과 성취도와 같은 일반적 내용과 일주일동안 자신의 계획을 이룬 횟수, 목표 성공 횟수 등의 내용도 나왔다. 모둠내용을 칠판에 부착한 후 전체와 공유하며 오류여부를 확인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양적 연구 시 왜 개념의 조작적 정의를 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알게 되었다.

사회문화현상을 보는 관점을 이해하기 위한 학생들의 모둠토론 후 학생들의 의견을 담아 도식화하여 칠판에 붙였다. 사진=고영애 수석교사
사회문화현상을 보는 관점을 이해하기 위한 학생들의 모둠토론 후 학생들의 의견을 담아 도식화하여 칠판에 붙였다. 사진=고영애 수석교사

 

이런 모둠활동 수업은 교사와 학생과의 신뢰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학생들에게 활동이 유의미하게 느껴져야 가능하다.

또또또 하고 싶은 '또둠활동' ...'수업 피드백'으로 함께 만드는 수업 

임기범 학생은 사회문화 시간에 자주하는 활동이라 또 하는 모둠활동이라는 의미로 “또둠활동”이라고 자주 말한다. 처음에는 또둠 활동이라는 의미가 “또 해요?”, “안 하면 안 되나요?”라고 들렸다. 그러나 “사회문화 시간에 하는 모둠활동은 선생님이 개념을 설명하고 그것에 맞는 예시를 찾아 공유하면서 오류 여부를 확인하고 함께 정리하는 과정으로 진행되어 이해가 잘되고 기억에 오래 남아 이 활동을 앞으로도 ‘또 또 또’ 계속했으면 해서 또둠활동이라고 정했다” 알려 주었다.

이유정 학생은 “사회문화를 인터넷 강의로만 들었을 때는 암기하고 이해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 어렵다고만 생각했는데 모둠원과 직접 토론하고 예시를 만들면서 불확실한 부분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며 “모둠원에게 설명하기 위해 준비하면서, 그리고 말로 설명하면서 저도 모르게 개념이 이해되는 것을 느꼈다”고 수업 피드백을 해주었다.

최미선 학생과 김하늘 학생은 “고3 수업에서 모둠활동을 할 필요가 있을까.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어 비효율적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것은 기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며 “혼자보다는 함께 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알게 된 수업”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학생들의 이런 지지와 수업에 대한 신뢰로 나의 수업 방향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느끼고 있다. 수업을 마치면 꼭 2~3명의 학생에게 피드백을 받는다. 설명이 어렵지는 않은지, 오늘 핵심 개념이 이해가 되었는지, 그리고 오늘 활동이 배움이 도움이 되었는지를 확인하다. 학생들의 피드백은 수업의 방향을 잡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수업이라는 것은 교사 혼자만의 활동이 아님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학생들이 모둠과제를 협력해 해결하는 모습. 사진=고영애 수석교사
학생들이 모둠과제를 협력해 해결하는 모습. 사진=고영애 수석교사

문제풀이 만이 아닌 문제풀이를 할 수 있는 수업으로

주 3회 수업으로 만나는 고교 3학년 학생들에게 매번 10분이라도 스스로 또는 함께 생각하게 하는 유의미한 활동을 하고 싶다.

주입식의 수업이 아닌 ‘왜 그럴까?’, ‘어떻게 친구들에게 설명해야 할까?’, ‘이 문제의 해결방법은 무엇일까?’, ‘나의 생각과 다른 지점은 어디일까?’ 등에 대해 잠시라도 생각하는 기회를 주고 싶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학생들 생각의 잔근육과 속근육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언젠가 학생들 생각의 대근육이, 그리고 단단해진 생각의 겉근육이 만들어질 것이다.

고3 수업은 문제풀이만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문제풀이를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수업에 대한 방법을 함께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다.

정하늘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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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사랑 2019-04-06 23:03:42
쌤의 좋은글 잘 읽었어요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감사드려요^^

행복교사 2019-04-06 18:15:40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과 모둠활동을... 정말 대단하세요. 잔근육을 키우는 생각의 확산!!! 좋은 글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