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쓸고,선생님은 물걸레질하고...내 습관 고치는 법
학부모 상담주간 마무리...칭찬만 쏙쏙 뽑아 충전하는 삶

2019학년도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언제나 그렇듯 올해도 선생님과 학생들은 교실과 교실 밖에서 하루하루 추억을 쌓아가며 1년을 보내게 된다. 이 추억을 소중히 오래 간직하기 위해 교단일기를 기록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에듀인뉴스>에서는 작년부터 190여편의 교단일기를 써온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 교사의 교단 일기를 연재,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에듀인뉴스] “여러분이 쓸어주면 내가 물걸레질할게”

벌써 다섯 번째 이벤트다. 첫날, 즉흥적으로 매주 목요일 분리수거 날마다 물걸레질을 해준다고 약속을 해버렸다. 아이들은 구석에 있는 책상 위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기도 하고 열심히 일하는 나를 쳐다보며 사진도 찍는다. 어떤 학생들은 미안한지 복도를 열심히 청소한다.

나는 원래 더럽다. 청소도 안 하고 물건을 냅다 쌓아둔다. 처음에는 깨끗해도 며칠만 지나면 책상 위가 난장판이 된다. 이런 습관을 바꾸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래서 방법을 찾았다.

아이들 앞에서 공언하기

20명의 눈초리가 날 향해있기 때문에 꼭 해야 한다. 이렇게 다섯 번째 물걸레질 이벤트가 끝났다.

120쪽을 돌파했다.

매일 아침 조금씩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다. 책을 덮으면 아이들은 조금 더 읽어달라고 한다. 훗. 이게 바로 일일연속극의 재미지.^^

“오늘은 안경소녀가 사진 좀 찍어줘라~”

매번 아이들 사진만 찍다가 언제부턴가 학생들에게 내 사진을 부탁한다. 매번 다른 학생이 돌아가면서 사진을 찍어주는데 그 느낌이 전부 다르다. ‘자신만의 앵글로 나를 기억하고 세상을 바라보겠지?’ 그 순간 학생들이 느끼는 감정과 모습을 투영하니 모든 사진이 예술이다. 아이들도 즐겁고 덕분에 나도 즐거운 교실이다. 

최창진 교사는 자신이 꽃이 되어 아이들과 꽃반을 만드는 수업을 진행했다. 사진=최창진 교사
최창진 교사는 자신이 꽃이 되어 아이들과 꽃반을 만드는 수업을 진행했다. 사진=최창진 교사

“밖에는 봄이 왔지만 우리 학교는 아직 겨울인가 봐요. 꽃도 나무도 아직 필 낌새가 없네요. 대신 우리 반을 꽃반으로 만들어 봅시다. 스마트폰을 켜고 검색도 하시고 마음에 드는 꽃을 마음대로 만들고 교실에 아무데나 붙여봅시다.”

그리기도 하고, 접기도 한다. TV에 붙이기도 하고 거울에 붙이기도 한다. 글씨를 쓰기도 한다. 같은 색지와 색연필이지만 활용법은 참 다르다. 우리 반의 감성으로 교실을 화사한 봄으로 예쁘게 꾸미기는 개뿔, 덕지덕지 돼지우리다. 그래도 나만의 꽃을 만들고 데코까지 하니 즐겁다.

‘모두 다 꽃이야’ 노래를 튼다. 꽃을 만들면서 꽃노래를 듣는다. 가사도 적어본다.

“선생님~그 노래를 왜 듣고, 그 가사는 왜 적어요?”

날카로운 질문이다. 마음에 든다. 내가 아이들에게 교사의 말을 무조건 따르지 말고 질문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맹목적인 수용은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머릿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질문해야 하나라는 약간의 서운함도 생긴다. 나도 아직 멀었다.

“응~보면 기분 좋고 행복해지는 단어와 문장을 자주 보면 우리 마음도 기분 좋고 행복해지니까”

오늘은 이 노래 가사에 푹 빠져본다.

‘모두 다 꽃이야’

산에 피어도 꽃이고 들에 피어도 꽃이고 길가에 피어도 꽃이고

아무데나 피어도 생긴대로 피어도 이름없이 피어도

봄에 피어도 꽃이고 여름에 피어도 꽃이야 몰래 피어도 꽃이야

모두 다 꽃이야

-류형선

드디어 학부모 상담 주간이 끝났다.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각기 다른 사연을 접한다. 교실에서는 20명 중에 1명이지만, 가정에서는 하나밖에 없는 자녀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 떠오른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고 한 유홍준 교수의 말이 떠오른다.

학교에 오는 학생들이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존중받고 다른 사람의 아름다움도 인정하며 함께 행복한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아이들과 만난 지 25일밖에 안 되었는데 좋게 봐주시고 응원해주시니 힘이 난다. 칭찬만 쑥쑥 뽑아 편식하며 일주일의 피로를 날린다.

“선생님 수업이 무척 재밌다.” “집에서 말이 없었는데 학급 밴드 사진 보라며 학교 이야기를 많이 한다.” “판을 잘 깔아주시니 용기와 자신감을 갖고 2학기 회장선거에 도전한다.” “선생님 수업만으로도 공부가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학원을 끊었다.” “아이가 선생님을 좋아한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믿고 맡깁니다.”

부모님들이 나에게 보내는 신뢰와 믿음은 온전히 아이들에게 간다. 누군가를 좋게 봐주고, 칭찬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군가에게 좋게 보이며 칭찬을 받을 수 있다. 학생과 교사 사이, 교사와 학부모 사이, 부모와 자녀 사이.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며 장점을 찾아주고 격려하며 칭찬하는 긍정의 선순환이 가득한 학교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