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표 경기 소안초등학교 교무부장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에듀인뉴스] “이 녀석이 돈을 훔쳤어요. 교실 사물함에 숨겨 놓았다고 해서 혹시 여기 있나 해서요.”

아저씨 한 분이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며 훌쩍 교실을 나가버렸다.

퇴근 후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K의 도벽행동 때문에 부모님께서 걱정을 하고 계셨다.

그 일 이후, K는 학교에 오면 수업 시간에 꾸벅꾸벅 졸고 있거나 교실 천정만 멍하니 바라보는 일이 잦아졌다. 보건 선생님께 부탁을 하고 침대에서 잠을 자도록 했더니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야 교실에 들어왔다. 코를 골며 자는 바람에 차마 깨울 수가 없었다고 했다.

3교시 수업을 하려는데 “K가 우리 반 아이 돈을 훔쳤어요.”라며 아이들이 소란을 피웠다. 늘 경험하는 일이지만 아이들은 때로는 신뢰할 수 없는 말들을 자주하기 때문에 “설마…” 하는 마음에 확인을 해보았더니 사실이었다.

이제는 별로 그의 도벽행동이 새삼스럽지도 않았지만 지난번에 앞으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겠다던 약속을 깨뜨린 K가 서운하기만 했다.

K의 도벽행동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자존감을 높여주기로 했다. 아동의 행동을 ‘변화’시킨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았다.

K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보여주기 위해 회전그네를 돌려주면 다른 아이들이 “왜 제만 예뻐해요.”라며 질투를 하는 아이도 있었다.

K의 문제 행동을 치료하기 위해 그와 가까이 살고 있다는 G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거기서도 K의 도벽행동은 그칠 줄 몰랐다.

수업시간에 도둑질이나 거짓말이 얼마나 나쁜 행동인가를 알려주기 위해 이솝우화의 양치기 소년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며칠 후 우리 반 아이 중에 생일 파티를 하기로 했는데 K는 초대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저는 오지 말래요.”

눈물을 글썽이는 K가 불쌍했다.

“걱정마, 선생님이 이야기 해볼게.”

며칠 후 생일 파티에 가보니 K가 친구들과 신나게 놀이기구를 타고 있었다. 역시 아이들은 아이들이었다. 언제 그랬냐는 둥 같이 어울려서 놀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그동안 답답하고 안타까웠던 마음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한 학년을 마무리하는 기분으로 학예발표회를 했다. 과자 파티와 선물 교환 시간을 가졌다. K가 ‘엉덩이로 이름 쓰기’ 라는 벌칙을 뽑았을 때는 끝내 벌칙을 완수하지 못해 ‘인디언 밥’ 이라는 벌칙을 받기도 했다.

1년 동안 K를 위해 노력한다고는 했지만 그의 마음의 문을 활짝 열기에는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엊그제 햇병아리 교사로서 발령을 받은 것 같은데 벌써 오랜 세월이 흘렀다. 이제는 웬만한 일에는 담담해지고 적당히 넘어가려는 자신을 볼 때 가끔씩 “이래서는 안 되는데…….”라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대부분 도벽행동은 인정받고 싶은 욕구의 왜곡된 표현이란다. 우리 주변에는 K와 같이 누군가의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게 필요한 아이들이 있다.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고민에 귀기울여주는 교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다진다.

교단에 선 첫날의 초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