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영 대구미래교육연구원 파견교사

이지영 대구미래교육연구원 파견교사
이지영 대구미래교육연구원 파견교사.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 연구회 부회장. '수업이 즐거운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2018년) 공저자

“네? ○○이가 집을 나갔다고요?”

“선생님, 저 ○○이한테 쪽지 왔어요.”

“그래? 어디 있대? 선생님이 한번 찾아가 볼게.”

허둥지둥 아이를 찾아 나서던 날, 방황하던 사춘기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밖에 없었던 신규 교사 시절, 누구에게나 열정 넘치던 그 시절의 이야기.

"나는 교사입니다"

좌충우돌 새내기 교사에게 교실은 평화롭고 아름다운 공간이기보다는 예고 없이 시작한 액션 드라마 같은 일들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모든 길에 오르막만 있진 않듯이 교직 생활은 힘들기도 했었지만 때때로 행복감과 뿌듯함을 주기도 했다. 조금씩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했고 나름의 방식은 경험이 되어 자리 잡기도 했다. 학생들과 생각을 나누고 함께 성장한 지난 시간이 내가 학교 현장을 여태 지킬 수 있도록 하는 힘을 주었던 것 같다.

2001년, 교직 생활을 시작하여 어느덧 나는 20년을 채워가는 중견 교사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그동안 학교 현장은 수없이 변했다. 그 변화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속도만큼은 5G 못지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변해가는 사회 속에서 학생들도, 선생님들도, 학교의 모습도 빠르게 변해갔다.

그만큼 ‘교사’라는 이름은 더 무거워졌고 교육 현장을 보는 세상의 잣대는 엄격해지고 높아졌다.

교실 수업 개선을 위한 수업 방법은 쏟아졌고 자신의 수업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나 역시 그 속에서 교사로서 바로 서기 위해 공부하고, 연구하는 등 갖은 노력을 기울이며 살아왔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학생들과의 관계를 통해 어떤 날은 기쁨을 맛보고, 어떤 날은 회의감 혹은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던 교사로서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학교에서 다시 길을 묻다"

옆자리 선생님과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한 채 늦은 퇴근을 할 만큼 바쁜 날, 업무와 수업 속에서 허덕일 때 ‘학교라는 공간 속에서 훌륭한, 좋은, 유능한 교사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을 가진 적이 있다. 업무를 열심히 해야 하는지, 수업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 주어진 업무를 말없이 충실히 해내면 되는지, 아니면 새로운 일을 만들어서 모두가 놀랄 만큼 잘 해내야 하는지, 혹은 이 모든 것들을 다 잘 쳐내야 하는지에 대해 스스로에 묻고 싶었다.

학교 속 교사로서 많은 고민이 있었고 교실 속 나의 아이들에게 상처받고 무너지기도 했다. 나에게 쉼표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학생들의 의식과 생활의 변화는 학교와 교사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뛰어넘기도 해 그들을 규제하는 존재로 그치고 마는 현실에 종종 부딪히기도 했다.

더 이상 나는 존경 받고 싶은 교사가 되고 싶지는 않다. 그저 존중받고 싶을 뿐이다.

학교에서, 사회에서, 교사라는 옷을 입고 온 힘을 다해 열심히 해도 존중받기가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을 나는 이미 경험했다. 학교가 지친 나를, 우리 교사를 좀 위로해 주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질 뿐이다.

결국 교사인 내가 있어야 할 공간인 학교에서 다시 길을 묻고 싶다. 학생들과의 간극을 좁히고, 그들에게 혹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지만 회복할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그 길 말이다. 혼자 갈 수 없는 길임을 잘 알기에 교사 인생의 남은 절반은 천천히, 멋있게 방법을 찾고 적용하며 가고 싶다.

이미지=jtbc
이미지=jtbc

 "눈이 부시게"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를 보며 치매를 앓는 한 할머니가 자신의 삶을 환상 속에서 다시 그리는 모습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극 중 주인공은 자신의 삶이 때론 억울하다고 생각했다는 고백을 하며 돌아보니 그 순간 역시 눈부신 하루였다고 회고한다.

업무와 수업, 학급 운영을 동시에 그러면서 완벽하게 해내고자 노력하면서 점점 마음은 좁아지고 화는 많아진 선생님이 된 나를 보며 속상해하기도 했다. 새내기 시절의 초심을 애써 부정하며 열정에 기대는 것은 더 이상 하지 말자고 자신을 다그치기도 했다.

하지만 드라마 속 주인공의 말처럼 나 역시 돌아보면 수많은 학교생활 속 하루하루가 소중했다. 아니, 소중하지 않았다고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학교 현장에서 치열하게, 열정을 품고 지내온 그 시간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앞으로도 그렇게 ‘교사’로서 살아갈 것이기에.

나뿐만 아니라 내가 만난 대부분의 교사가 그러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기 자리에서, 학생을 위한 마음으로, 온갖 업무와 고충을 해결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나와 같은 현장의 선생님들께 드라마의 대사처럼 ‘오늘을 눈이 부시게 살아가시라’는 위로를 드리고 싶다. 당신은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