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배 경북대 교수/ '국제인증 교육과정(IB) 도입방안' 연구 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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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육의 성과와 한계

[에듀인뉴스] 1960년대 100달러대이던 우리나라 GNP가 오늘날 3만 달러에 이르기까지 우리 교육이 크게 기여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되기까지 교육이 가난의 탈출 수단이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치열한 입시경쟁으로 인해 사교육 부담은 커지고, 학습시간 과다로 인해 학생들의 행복도는 떨어지고 인성은 날로 험악해지며, 진학 희망 학과와 무관한 선택과목 이수 등의 문제가 지속하거나 악화하고 있다.

더욱이 21세기에 들어오면서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지 못하고 여전히 지식암기와 반복 학습을 통한 문제 풀이 방법의 숙달에 머물고 있어 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결국, 대학에 와서 전공과목을 학습할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하며 이후의 사회생활에도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공부를 하느라 하루 12시간을 책상에 앉아있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교육관련 제도, 교육과정과 교과서, 수업방법, 환경 등을 바꾸어보았고 40년 전 60~70명이던 과밀학급은 선진국형인 20명대 교실이 되었다. 그럼에도 미래 시대에 필요한 인력을 제대로 양성하지 못하는 이유는 평가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인간상은 그럴듯한데, 초·중·고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그런 인간상에 얼마나 도달했는지를 평가하고 있는가? 예를 들어, 도덕이나 윤리 과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학생이 더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삶을 살아가는가? 교육에서는 무엇을 평가하느냐에 따라 가르치는 내용과 방법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처럼 입시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는 모든 교육활동들이 평가에 집중하게 마련이다.

이제는 다양한 지식을 보유한 인력을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 배출하는 과거 체제에서, 비용을 들이더라도 문제를 발견하고 사고하고 인성을 갖춘 인력을 양성하는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

컴퓨터가 OMR 카드를 읽어 채점하는 방식의 문항들이 사고력, 창의력, 인성, 협업능력, 끈기를 평가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선진국 학교들이 지필평가보다 수행평가 비율을 더 높게 하는 것은 평가하고자 하는 내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시대가 바뀌면 시대가 요구하는 인간상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농경시대와 산업시대, 지식정보시대가 요구하는 역량이 각각 얼마나 다른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비교적 짧은 기간에 급격한 변화를 해 온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안 바뀐 것이 있다면 그것은 학교의 평가내용과 방식이다. 미래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들을 평가해야 그런 인재가 양성될 것이다.

그동안 많은 이들이 이상적 교육,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선진국형 교육을 해야 한다고 얘기해 왔지만, 상급학교로 진학할수록 입시, 정확하게 말하면 수능시험 때문에 다 포기하고 주입식 암기 학습에 매달리는 악순환이 이어져 왔다. 이제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오고 있다.

IBO(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 홈페이지 메인화면.
IBO(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 홈페이지 메인화면(www.ibo.org) 캡처.

문제해결 위한 대안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천연자원 없이 인적자원으로 국제 경쟁을 해야 하는 우리나라는 교육의 질이 미래를 결정하게 된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은 우리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벤치마킹할 대상을 찾아보는 가운데 IB 교육을 알게 되었다. IB는 유럽에 있는 선진국의 교육이 그렇듯이 21세기 역량을 충분히 포함하고 있으면서, 목표, 교육내용, 방법, 평가가 일관되게 진행된다.

현재 150여개국 5000여개 초·중등학교가 채택하고 있으며, 90여개국 2천개의 대학이 IB 고등학교 과정인 DP 성적을 바탕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있어 국제적으로 공인된 교육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IBO 홈페이지: www.ibo.org).

지금부터 50년 전인 1968년 스위스에 있는 국제학교 교사들이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면서 초·중등 과정을 배우는 학생들을 위하여 전 세계 대학들이 인정할 수 있는 표준 교육과정을 만들기 시작하였는데, 이것이 IBO의 출발이었다.

IB의 사명문에 의하면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통해 더욱 좋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기여하는, 탐구심이 많고 총명하며 사려 깊은 학생들을 양성하는 것을 IB의 목표로 하고 있다. IB가 기르고자 하는 학생상은 다음과 같은 10가지가 있는데, 이는 평가 기준으로도 사용된다.

탐구하는 사람, 지식이 풍부한 사람, 생각하는 사람, 소통할 줄 아는 사람, 원칙을 지키는 사람,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 배려하는 사람, 도전하는 사람, 균형 잡힌 사람, 성찰하는 사람.

이러한 인간상은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이 말하는 인간상이나 역량과도 매우 유사하다.

IB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IB 프로그램에는 초등학생용 PYP(3~12세), 중학생용 MYP(11~16세), 일반계 고등학생용인 DP(16~19세), 직업계 고등학생용인 CP(16~19세)의 네 개가 있다. 이들 프로그램의 목적은 학생들의 전인적 행복, 책임있는 행동, 세상에 대한 이해와 참여, 미래에 대한 준비, 국제적 마인드를 배양하는 데 있다.

먼저, PYP(Primary Years Programme)는 학습을 위해 구조화된 탐구를 수행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여, 필요한 핵심 요소(지식, 개념, 기능, 태도, 행동)를 갖춘 엄격하고 도전적인 국제교육을 위한 교육과정을 구성한다.

PYP는 자세한 학습내용을 제공하지 않아서, 현재 사용하는 교육과정(우리의 경우에 국가 교육과정)을 PYP의 틀에 맞추어 사용하면 되는데, 학습자들을 참여시키고, 적절하고, 도전적이고, 유의미한 교육과정을 만드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과목으로는 언어, 사회, 수학, 과학, 예술, 체육을 들고 있지만, 교육과정은 6개의 초학문적 주제를 중심으로 교과 영역을 넘어서 지역이나 국제적 쟁점들을 다루도록 하고 있다. 마지막 학년에 장기간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학교 공동체에 발표하는 전시(Exhibition) 활동을 한다.

PYP에서는 학습을 학생의 요구를 확인하고, 평가 자료를 사용하여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연속적인 여행이라고 보고, 평가를 통해 학생들의 핵심 요소의 도달 정도를 확인한다.

사진=IBO 홈페이지 캡처<br>
사진=IBO 홈페이지 캡처

MYP(Middle Years Programme)는 지적 도전에 중점을 두고 실제 세계와의 연결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16개의 핵심개념과 과목별 관련 개념 위주로 국제적 맥락에서 수업을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MYP도 자세한 학습내용은 제공하지 않아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국가 교육과정을 MYP의 틀에 맞추어 사용하면 된다. 과목으로는 언어습득(우리의 경우에 주로 영어), 언어와 문학, 개인과 사회, 과학, 수학, 예술, 체육, 디자인의 8개를 들고 있으며 과목별로 연간 70시간 이상을 배정하도록 권장하고 있는데, 우리 교육과정의 과목별 시간 수와 별로 다르지 않다.

MYP에서도 통합교육을 강조하여 연간 두 단원 정도는 반드시 둘 이상의 과목을 융합한 내용을 다루게 되어 있다. 초등과 마찬가지로 장기 프로젝트로 개인연구가 있으며, 봉사활동도 의무적으로 하게 되어 있는데, 이들에 대한 운영방법과 평가방법 등도 자세하게 제공된다.

MYP 평가는 설정한 목표에 따라 교사들이 다양하고 타당한 평가 과제를 조직하고, 미리 정해둔 준거에 대한 학생들의 성취수준을 평가한다. 전형적인 평가 과제는 개방적인 문제해결 활동이고, 연구, 토론, 검사나 시험, 실험, 분석과 성찰 등을 포함한다.

DP(Diploma Programme)는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대학 수학 능력을 갖추도록 하기 위한 도전적인 프로그램이다.

DP에서는 언어문학, 언어습득(외국어), 개인과 사회, 과학, 수학, 예술이라는 6개의 과목군이 있는데, 각 과목군 마다 여러 개의 선택과목이 있다. 각 과목은 다시 표준수준(SL, 150시간 이상 이수)과 고급수준(HL, 240시간 이상 이수)으로 나누어져 있어 학생들의 다양한 수준과 진로에 부합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학생들은 각 과목군에서 한 과목씩을 선택하되, 그중 3개는 HL로 하게 되어서 학생들의 진학 계열에 따른 심화한 준비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 외에 핵심요소라고 하여 지식론(Theory of Knowledge), 소논문(Extended Essay), 창의활동봉사(Creativity, Action, Service)이 있는데 각각 비판적 사고력, 연구능력, 실천력을 신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DP 성적은 6개의 과목이 각 7점 만점, 핵심요소가 3점으로 합계 45점 만점으로 되어 있는데, 이 중 24점 이상은 되어야 디플로마를 획득할 수 있다.

DP 성적을 보고 각 대학에서는 학생을 선발해야 하므로, DP에서는 과목별 학습내용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이들 내용을 우리나라 교육과정과 비교했을 때 유사한 부분이 많으나, HL 과목의 경우 분량이 많고 깊이가 더한 것으로 파악된다. 같은 이유로 DP 과정에 대한 평가는 매우 엄정한데, 기본적으로 과목 담당교사가 하는 내부평가와 외부 채점관들이 실시하는 외부평가로 나누어진다. 모든 평가에서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측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전체 배점에서 내부평가는 20~50%, 외부평가는 50~80%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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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식 평가의 객관성 유지하는 방법, '교차채점제'

DP에서 행하는 평가의 특징 중의 하나가 교차채점제이다. 내부평가의 경우에 담당교사가 채점한 자료가 지역 본부로 가서 외부 채점관에 의해 검토를 거치며, 그 자료 중 일부는 국제 본부로 가서 최종 검토를 거치게 되어 있다.

과목별로 3~5시간 정도 실시하는 외부평가의 경우 1차 채점관, 2차 채점관이 별도로 있어 주관식 평가의 객관성 유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지난 50년간 이 시스템이 잘 작동해 전 세계 대학으로부터 공신력을 얻고 있다.

한 예로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공학 전공의 경우는 핵심요소를 포함한 점수가 40점 이상이고, 수학과 물리학을 HL로 수강하여 둘 다 7점을 얻어야 한다는 등 전공별로 요구하는 기준이 있다. 일본의 경우에도 DP 수료생은 일본의 수능시험인 센터시험을 치르지 않고 입학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IB 프로그램 운영에서 강조하는 정책 중 하나가 학습 정직성에 관한 것이다. 학생들이 학습하고, 평가를 받는 모든 경우에 자신의 아이디어와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명확히 구분하고, 후자의 경우에는 출처를 밝히도록 요구한다. 장기간의 과제인 경우에는 처음부터 정기적으로 진행 상황을 교사가 입력하게 되어 있어서 외부의 잘못된 지원을 변별하게 되어 있다.

IB, 우리나라에 어떻게 적용하는가

IB는 미래역량 교육을 잘 하고 평가하고 있어서 우리가 벤치마킹할 대상으로 적합하다. 기대하는 인간상이 우리 교육과정과 거의 같고, 우리 교육이 해결하지 못한 부분을 지난 50년간 잘 운영해 와서 전 세계 2000개 대학들로부터 공인받아 왔다. 일본은 2013년 문부성 차원에서 200개의 IB 학교를 만들려는 계획을 세우고 IB 프로그램을 일본어로 가르치는 협약을 IBO와 체결하였고 현재 교육을 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세계 수준의 인재를 원하는 일본 기업들이 IB 교육의 시행을 정부에 요구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IB 교육을 시범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구와 제주 교육청은 IBO와 한글화 협약을 체결하여 주요 자료들을 한글로 번역하기, 워크숍을 한글로 진행하기, 한글 채점관 양성하기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준비가 된 학교부터 IB 후보학교로 신청하여 IBO가 제공하는 교사연수 등을 통해 정식 IB 학교로 인증받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자료=대구교육청
자료=대구교육청

국내에 IB 학교를 도입하는 일정을 보면, 우리나라 교육과정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초·중학교는 가장 빠른 학교가 올해 9월 또는 내년 3월부터 시험 적용을 시작할 예정이며,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최소한 2년 후에 시작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IB 교육은 우리가 하고 싶다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IBO의 서류심사와 현장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그동안에 교사연수를 통해 학교 교육과 평가의 질을 IB가 원하는 국제 수준으로 갖추어야 한다.

IB 교육을 도입하는 교육청 소속 학교의 10% 정도만 시범적으로 IB 학교가 되어 미래 역량을 신장시키는 방법과 평가 체제를 익히고 그 과정에서 우리 교육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내면 그것들을 우리나라 교육 전체에 적용하여 우리 교육을 세계수준으로 혁신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교육청 소속 학교 전체가 IB 학교가 될 필요는 전혀 없다.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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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도입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들..."두려움 극복해야 혁신 가능"

IB의 좋은 점들을 연구해 우리 교육에 적용하면 될 것을 왜 회비를 내면서 IB 학교가 되려고 하느냐는 지적이 있다.

IBO는 자신의 프로그램 자료와 노하우들을 지적재산권으로 철저히 보호하고 있어서, IB 학교로 인증받지 않으면 핵심 자료나 내용에 접근할 수가 없게 되어 있다. 또 후보학교로 시작해서 서류심사와 현장심사를 통과하여 인증을 받기까지 보통 2~3년이 걸리는데, 그동안 IBO는 컨설팅과 워크숍을 통해서 교사들의 전문성 향상을 하게 되어 있다.

이 또한 IB 학교가 되면서 얻는 큰 소득이라고 본다. 한글화 협약이 체결되고 나면 바로 한글로 연수를 진행할 강사요원을 육성해 내년부터는 IB 교육을 희망하는 교사들의 전문성 신장에 매진하게 될 것이다.

일부에서는 IB는 귀족교육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우리나라 내에서 IB를 실시하는 학교 대부분이 국제학교로 학비가 매우 비싸고 아무나 입학할 수가 없으며, 세계 수준의 고급 교육과정을 영어로 진행하고 있어 그런 얘기가 나온 것으로 안다. 그래서, 대구나 제주 교육청은 IB 프로그램을 학생들이 영어가 아닌 한글로 배우고 한글로 시험을 치기 위한 협약을 IBO와 추진해 왔다. 그리고 이를 시범학교에 적용해 보려고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학교나 학생이 부담해야 하는 재정은 교육청이 담당할 계획을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학생들은 아무런 추가적인 재정 부담 없이 우리 학교에서 IB 프로그램을 우리 말과 글로 배우고 시험 치게 되는 데 이를 귀족교육이라고 할 수는 없다. 특히 교육환경이 좋지 않은 지역의 학교에서도 세계수준의 고급 교육을 받을 기회가 오는 것이다.

IB 학교 운영 방법과 교사의 평가 방법

IB 학교를 운영하는 방식에 있어서, 초·중학교는 우리나라 교육과정을 그대로 사용하되 IB의 철학을 반영하여 가르치고 평가하면 되고, 고등학교 1학년 때는 공통과목들을 이수하고 2, 3학년에서 DP 과정을 이수하면 된다. 이때, DP 과정에 있는 과목들을 지역 교육청에서 선택과목으로 인정해 주어 고등학교 학력을 인정받도록 하면 된다.

고등학교 DP트랙은 선택이므로, IB과정이 자신에게 맞지 않거나 원하지 않는 학생은 현재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교육과정을 배우고 평가받으면 된다. IB교육을 하는 고교의 모든 학생이 DP를 이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DP를 이수한 학생들은 DP 점수로 대학을 갈 수 있는데, 지금도 수능 최저등급을 요구하지 않는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IB 학생들이 국내 대학에 입학하고 있다. 따라서, IB 교육을 한다고 해서 당장 입시제도가 바뀌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물론 대학들을 상대로 IB 프로그램의 우수성을 설명하여 더 많은 학생이 DP 점수로 대학 진학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미 서울대를 비롯한 대학들에서 IB 교육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IB 교육에서는 교사마다 목표는 같으나 가르치는 내용(소재)이 다를 수 있고, 30% 정도의 점수가 내부평가로 이루어지며, 공식 DP 점수가 나오기 전에 교사가 예측 점수를 보고하게 되어 있다. 이런 이유로 교사의 평가 영향력이 커지고, 모든 학습과정에 평가가 이루어지므로 사교육의 영향이 적어지게 될 것이다.

일부 학원에서 학부모의 불안 심리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광고에 미혹될 필요는 없다.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을 반복훈련의 틀에 집어넣을 것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분명하게 표현하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또 IB에서는 교차채점제를 통해 객관성과 타당성을 검증하는 체제가 있어 내신 부풀리기나 봐주기식의 평가는 통하지 않는다. 학생들의 학습과 평가 과정에서 교사는 지속적인 관찰을 하고 학생들의 생각이 어떻게 발전해 가는지를 기록하는 등 학습진실성(Academic Honesty)을 지키기 위한 대책도 마련되어 있다. 다만, 윤리적 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한 대책을 세워 의도한 교육이 훼손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IB 교육을 통해 변화하는 21세기에 맞는 인재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교육을 세계 수준으로 혁신할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신의 잠재력을 개발, 우리나라를 선진국 대열에 올려주기를 소망한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늘 두려움이 동반하기 마련이다. 이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면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박윤배 경북대 교수
박윤배 경북대 교수. 박 교수는 대구교육청 정책연구과제 '국제인증 교육과정(IB) 도입방안' 연구책임자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