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시한부(?) 종언- '휴대폰 걷지 않기' 42일
자유의 시한부(?) 종언- '휴대폰 걷지 않기' 42일
  • 정하늘 기자
  • 승인 2019.04.16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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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 교실이 무너지고 교권이 흔들린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지고 지구의 종말이 와도 사과나무를 심는 사람들이 있다. 교육 현장에 사과나무를 심는 교사의 이야기. ‘조윤희쌤의 교실 돋보기’를 통해 들여다 본다.

텅 빈 조윤희 선생님 반의 휴대폰 수거함. 사진=조윤희 교사
42일 간 텅 비이 있던 조윤희 선생님 반의 휴대폰 수거함. 사진=조윤희 교사

수업료 지불하고 배운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인내와 절제 위에 책임을 다하는 것이 자유
‘개인’이 스스로 참여해야 ‘모두’가 지킬 수 있는 자유

어차피 시한부일지도 모를 시도였다.
주위의 많은 분들이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장담(?)도 했었다.
필자 스스로도 날이 선 칼을 아이들 손에 들려주는 만용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었다.

그러나 믿고 싶었고, 스스로에게 결단력을 갖게 하려면 자신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잃을지 모른다는 절박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할 것도 같았다.그리고 스스로 자신들의 소중한 것을 지켜냈다는 자부심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학교에 와서도 폰을 수거하지 않기로 했던 것이다. ‘폰을 걷지 않지만 스스로 알아서 잘 관리하기.’

‘그 때’까지 너무들 조용하고 말이 없이 잘 넘어가고 있길래, 안도하면서도 간혹은 살얼음판을 딛는 것 같았었다. 그 날은 작정하고 종례시간에 지르듯 말을 던졌다.

42일 째였다. “폰들은 잘 계시냐?”
“...” 직감이 왔다. 누군가 걸렸구나!

“약속은 잊지 않았겠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면 책임을 져야한다. 혹시 누가 폰을 일과시간 중에 들고 있다가 걸린 사람 있으면 말해라. 누군가 걸렸냐?”기어들어가는 소리의 답변이 들렸다.“...예.” 누군지는 묻지 않았다. 굳이 알 필요가 없었다. 

땅 파고 들어갈 듯 유난히 고개를 떨군 그 한 녀석이 필시 주인공일 터였다.
아이들은 필자의 눈치를 보며 말을 아꼈다.
여기저기서 건네는 단어들을 조합해보니 수업시간에 휴대폰을 꺼내어 보다가 한 학생이 들킨 것이었다.

자신들의 선택권에 최대의 배려를 받았던 아이들은 그래도 양심이 있었던지, 담임을 실망시킨 사실에 미안함을 느꼈는지는 몰라도 선뜻 털어놓지 못한 채 하루를 넘긴 모양이었다. 이실직고 후 아이들은 그날부로 태산처럼 무거운 책임을 지고 휴대폰을 소지할 자유의 막을 내린 것이었다.

휴대폰을 빼앗기고 꾸지람을 들었다는 그 다음날, 필자는 아이들에게 말문을 열었다.

이미 말한 바 있다. 단 한명이라도 단 한번 이라도. 다 함께 지켜야할 약속엔 예외가 없다. 그리고 가장 얻고 싶은 휴대폰을 누릴 '자유'가 너희들에게 소중했다면 '절제'와 '인내'라는 대가는 반드시 필요했다. 그러나 너희들 스스로 함께 지켜야할 약속을 지켜내지 못했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의 자유는 없다.

아이들은 몹시 아쉬워했다. 설마 한번쯤 기회를 다시 주시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하는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단호하게 잘랐다.  

필자의 교실에 붙어있는 급훈,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사진=조윤희 교사)
필자의 교실에 붙어있는 급훈,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사진=조윤희 교사)

기회는 단 한 번밖에 없을 수도 있고, 지키지 못한다면 다시는 없는, 것일 수도 있음을 깨닫게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약속했던 ‘자유 지키기’는 43일 만에 막을 내렸다. 자유의 달콤함을 ‘즐기’는 17명이 있었으나, 방종을 자유로 ‘착각’한 1명 탓이었다. 

그 일을 두고 그간 다른 반에 비해 특혜(?)를 누린 것만도 어디냐는 말을 하는 아이들도 있었고, 자신들에게 신뢰를 보여준 선생님이 있었다는 사실에 나름 만족해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자신들이 스스로 친구를 충고하고 독려해 주의를 주고, 그 자유를 좀 더 누리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를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렇게 하여 자신들의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선 절제와 인내가 필요함을 배운 아이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들의 자유는 자신들의 노력여하에 따라 지켜질 수도 사라질 수도 있음을 깨닫는 계기가 된 듯 했다. 각자 개인이 스스로 자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책임감 있게 참여해야 ‘우리가 모두 살 수 있다’는 것을 느끼는 듯했다. 

자신들이 누리고 싶었던 ‘소중한 것 지킬 자유’는 그만큼 자신들이 참아야 하고 절제해야 하고 순간의 즐거움을 반납할 줄 아는 책임감이 필요했다. 

교과서 밖에서 배우는 이 자유민주주의야말로 자유와 책임을 자신들의 피부와 뼈에 새기는 좋은 경험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아울러 요소요소마다 무엇을 배워야 할지 ‘친절한’ 가이드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자신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유를 얻으려면 남의 손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자유가 정말 소중하기 때문에 지켜야 하는 것이라면 때로 여러 가지 불편함이나 자신의 희생이 따라야 하고 기꺼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값진 기회였던 셈이다.

이제 이들은 자유를 잠시 잃어봄으로써 더욱 자유의 소중함을 깨닫게 될 것이다. 지금 배우고 익힌 자유는 잠시 눈앞에서 사라질 뿐이지만, 그 ‘종언’은 시한부일 것이다. 교실을 벗어나는 날 몸소 익힌 자유는 영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교직생활을 시작한 조윤희 교사는 현재 부산 금성고에서 사회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전국 학력평가 출제위원을 지냈으며 교과서 검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교육부 주관, 제작하는 심화선택교과서 ‘비교문화’를 공동 집필하기도 했으며 부산시교원연수원, 경남교육청 1정 자격 연수 및 직무연수 강사, KDI 주관 전국 사회과 교사 연수 강사, 언론재단 주관 NIE 강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교직생활을 시작한 조윤희 교사는 현재 부산 금성고에서 사회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전국 학력평가 출제위원을 지냈으며 교과서 검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교육부 주관, 제작하는 심화선택교과서 ‘비교문화’를 공동 집필하기도 했으며 부산시교원연수원, 경남교육청 1정 자격 연수 및 직무연수 강사, KDI 주관 전국 사회과 교사 연수 강사, 언론재단 주관 NIE 강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하늘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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