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 

제안된 국가교육위...초정권·초정파적 성격 갖기 어려워
제도나 조직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 운영하는 '사람'

정권 바뀌면 위원 바뀔 가능성 높아..."장기 비전 계획 잦은 수정 우려"
국가교육위는 방향 정하고 교육부가 집행하는 구조 '바람직'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가교육위원회 공청회에 참석해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에 반대하는 입장을 피력했다. 사진=송기창교수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가교육위원회 공청회에 참석해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에 반대하는 입장을 피력했다. 사진=송기창 교수

국가교육위원회는 어떻게 제안되었나

[에듀인뉴스] 1988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세미나에서 윤정일 교수는 고등교육의 자율성 확보를 위하여 가칭 ‘고등교육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제안 취지로 정부가 고등교육을 직접 통제·감독하는 데서 발생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함과 동시에 개별대학에 자율권을 완전히 부여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대학 간의 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고등교육위원회의 성격 및 기능은 정부와 고등교육기관 간의 중간조정기구로서, 국가의 주요 고등교육정책을 심의·의결·조정하며 고등교육기관을 지원하는 반관반민(半官半民) 기구였다.

대통령 자문 교육정책자문회의는 1990년 ‘대학발전종합방안’을 발표하면서 가칭 ‘대학교육위원회’의 설치를 제안했다. 대학교육위원회의 성격은 대학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위한 의결기구이고 기능은 대학교육에 관한 기본정책 수립, 대학교육기관 설·폐인가, 대학평가결과 공개 및 이를 바탕으로 한 정원조정과 재정지원, 대학교육발전기금 관리 등이다.

2001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제안하였으며, 이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동조하여 교육계가 한목소리를 내자, 정치권에서 수용하여 선거공약에 포함해 오늘에 이르렀다. 제안 취지는 특정 정파나 정권, 교육부장관의 잦은 교체로 인한 조령모개식 교육·교원정책의 남발과 집행을 방지하고, 범국민적인 합의를 전제로 교육정책의 일관성과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초정권적 교육정책 기구를 설치할 필요이고 기구의 성격은 독립적 합의제 정책결정 기구이다.

국가교육위원회를 제안하게 된 배경으로서 고등교육위원회, 대학교육위원회, 국가교육위원회 등의 제안 취지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 바,

하나는 교육부 통제로부터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며, 다른 하나는 특정 정파나 정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교육정책을 추진하기 위함이다.

교육부 폐지를 전제로 한 유성엽 의원 안은 전자에 속하며, 교육부를 유지·존속시키면서 별도의 기구 설치를 제안한 조승래 의원 안 등은 후자에 속한다.

초정권적·초정파적 기구?..."제도보다 조직 운영자 중요"

현재 안민석 의원, 박경미 의원, 조승래 의원, 유성엽 의원이 관련 법안을 제안했다. 제안된 법률안에 나타난 기구의 성격은 대통령 소속의 초정권·초정파적(초당적) 합의제 독립기구이고 설치목적은 헌법에 보장된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교육정책의 민주성, 일관성, 안정성을 높여 교육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교육정책의 민주성, 일관성, 안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하나,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이를 실현하는 수단으로 제안된 국가교육위원회가 초정권·초정파적 독립기구로 설치될 가능성이 높지 않고, 그렇게 운영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하다.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지 못했고, 교육정책의 민주성, 일관성, 안정성을 지켜내지 못한 책임이 궁극적으로 교육부에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교육부의 위상이 낮거나 조직이 잘못 설계되었거나 공무원의 자질이 미흡해서 그러한 결과가 초래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교육부 조직은 고정된 것이 아니었으며, 시대의 요구와 정권 필요에 따라 조직이론과 헌법정신을 반영해 계속 변경되었다. 제도나 조직의 중요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까지 경험으로 보면, 제도나 조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도나 조직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국민의 정부는 6개월에서 1년짜리 교육부 장관을 7명(문민정부 5명, 참여정부 6명)이나 양산한 것을 계기로 국가교육위원회가 제안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교육정책의 일관·안정성에 문제가 생긴 것은 장관의 잦은 교체와 무관하지 않으며, 교육의 전문성 및 정치적 중립성에 문제가 생긴 것은 비전문·정치적 인사의 교육부장관 임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대통령, 교육부장관, 시·도교육감이 헌법적 가치인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러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교육행정의 주체들이 그러한 노력을 하지 않는 한, 위원의 선출방법과 임기 등을 고려할 때,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한다고 해도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은 물론이고 교육정책의 민주성, 일관성, 안정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교육행정가들의 책임을 조직 문제로 전가하는 차원에서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할 경우 '옥상옥'이 될 것이며, 국가교육위원회의 위원구성을 보면 오히려 교육의 헌법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 그렇다고 옥상옥을 피하고자 교육부를 폐지할 경우, 오히려 교육행정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반대한다.

교육부장관의 비정치인 교육전문가 임명, 교육부장관의 임기 배려, 교육정책에 대한 정당 개입 자제, 정치권의 교육공약 최소화, 교육부장관과 시·도교육감의 정치적 행보 자제 등 교육조직의 운영을 개선하면,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지 않더라도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지난달 12일 국가교육위원회를 총 19명으로 구성된 대통령 소속 합의제 행정위원회로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지난달 12일 국가교육위원회를 총 19명으로 구성된 대통령 소속 합의제 행정위원회로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위원회 구성방법, 위원 자격·선출 방법 살펴보니

"교육전문성 과반수 확보, 정당인 추천 위험성, 대통령 국회추천 비율 낮춰야"

제안된 법률안별로 위원회 구성방법, 위원의 자격 및 선출 방법을 비교해 보면 위원의 자격기준은 법률안별로 대동소이하고, 전문성 확보를 위해 무난한 기준이라고 보나, 교육전문성을 갖춘 위원이 과반수가 되도록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위원 자격기준에는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한 조건이 미흡하거나, 아예 없어서 초정권적, 초정파적 기구라는 성격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

유성엽 의원 안에서는 ‘정당법’에 따른 당원은 위원의 자격이 없으나, 조승래 의원 안에서는 일단 위원으로 임명되면,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활동에 관여할 수 없으나, 임명 전에는 이러한 제한이 없어서 정당인을 추천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서는 교육감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한 자격기준으로 후보 등록 전 1년간 정당원이 아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위원의 과반수를 대통령과 국회가 추천하는 상황에서 초정권·초정파적 기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위원의 임기가 3년임을 고려하면 연임할 수 있다고 해도 국회가 바뀌거나 대통령이 바뀌면 위원도 교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권친화·정파대변적 위원 간의 갈등구조가 형성되어 효과적인 운영을 기대하기 어렵다.

초정권·초정파적 기구를 기대한다면, 대통령과 국회가 추천하는 위원의 수가 과반수 미만이 되어야 한다.

조승래 의원 안처럼 위원회의 성격을 심의·의결기구로 규정하면서 집행기관 소속의 교육부차관과 교육감(시·도교육감협의회장)을 당연직위원으로 둔 것은 조직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 시·도 부교육감을 시·도의회 교육분과위원회 당연직위원으로 규정한다면, 합리적 제안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과 같다. 교육부장관과 시·도교육감협의회장에게 위원 추천권을 주는 것으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

위원회와 교육부는 '분명' 갈등을 일으킬 것이다

조승래의원 안을 기준으로 보면, 위원회 소관업무에 교육비전, 중장기계획, 장기적 방향 등의 수식어가 붙어 있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수식어의 개념이 분명한 것은 아니어서 교육부 소관업무와 충돌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어차피 위원이 바뀌면 비전이나 중장기계획도 수정할 가능성이 커져 처음 설계와 달리 갈등만 남을 수 있다.

위원회가 교육부와 차별적으로 범부처 차원에서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이라 할 수 있는 ‘교육 투자확대 및 소요재원에 관한 사항’이 조승래 의원 안에서 제외된 것은 국가교육위원회 역할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것이다.

대통령 소속 위원회라는 위상에 비추어 볼 때, ‘중앙행정기관의 장, 시·도교육감 등이 요청하는 자문에 관한 사항’을 소관업무에 포함시킨 것은 독립기구가 아니라 자문기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방교육자치 강화 지원’ 업무는 국회와 교육부의 업무로 규정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교육부를 패싱하고 시·도교육감이 국가교육위원회와 직접 협의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다. 이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통해 국회 교육위원회가 방향을 정하고, 예산권을 가진 교육부가 집행하는 것이 타당하다.

교육부 폐지를 전제로 제안되었던 국가교육위원회를 교육부를 존속시키면서 설계함으로써 소관업무 구분이 명확하지 않으며, 법률안대로 국가교육위원회가 운영될 경우 교육부의 존재 의의를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교육정책을 둘러싸고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부가 대립하고 갈등하는 상황이 초래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국가교육위원회 대신 고등교육위원회 설치해 대학 자율성 확보하라

대통령과 국회와 교육부와 교육청이 헌법정신을 반영하여 교육행정을 운용한다면 굳이 새로운 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해 정부조직을 늘려야 할 필요는 없다. 교육부를 폐지하고 위원회를 설치한다면 옥상옥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있겠지만 그러한 대안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고, 그것이 오히려 교육행정의 일관성과 안정성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서 현재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

따라서 현행 유지가 최선이고,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 교육부를 폐지하고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은 차선이라고 보며, 교육부를 존치한 상태에서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은 반대한다.

대안으로, 국가교육위원회보다 관장사무의 범위가 좁은 고등교육위원회를 설치해 대학 자율성을 회복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고등교육위원회가 제안되었던 1988년부터 30여년이 지났지만, 대학의 자율성은 개선된 것이 없다. 물가인상률의 1.5배까지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다는 ‘고등교육법’ 제11조를 무력화시킨 교육부, 재정지원사업 평가지표를 들이대며 지난 10년 동안 등록금을 한 푼도 못 올리게 규제하고 ‘고등교육법’ 위에 군림하는 교육부가 있는 한 대학의 미래는 없다.

대학재정을 책임지지도 않으면서 온갖 규제를 통해 대학발전을 가로막는 교육부로부터 대학이 자유로워지기 위하여 ‘고등교육위원회’ 설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