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우리 모두의 아이’로 공감하는 고교-대학 간 원탁토의
"'있는 그대로의 기록' 잘 할 수 있는 방법 찾아야" 한 목소리

원탁토의에 참석학 고교 교사와 입학사정관은 첫 프로그램으로 원탁에 놓인 사진을 골라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퍼실리테이터가 사진을 고르고 자기를 소개하는 모습. 사진=지성배 기자
원탁토의에 참석학 고교 교사와 입학사정관은 첫 프로그램으로 원탁에 놓인 사진을 골라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12조 최경희 퍼실리테이터가 사진을 고르고 자기를 소개하는 모습. 사진=지성배 기자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간극은 없었다. 아이들을 위한다는 공감대가 가득했다.”, “서로를 신뢰하는 방안을 찾는 데 몰두했다.”, “우리의 고민은 있는 그대로의 기록이었다.”

학생의 대학 진학에 있어 평가를 위한 자료를 만드는 교사와 자료를 평가하는 입학사정관이 만나면 어떨까?

수업·기록·평가의 변화를 바탕으로 학교교육과 평가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마련된 제2차 ‘우리 모두의 아이’로 공감하는 고교-대학 간 원탁토의‘가 서울 서대문 그랜드 힐튼 호텔에서 열렸다.

고교-대학 간 원탁토의는 지난해 수립한 학교생활기록부 신뢰도 제고 방안의 현장 안착과 학교교육 및 평가에 대한 국민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지난 4일부터 5월30일까지 전국 6개 권역을 돌며 개최하는 행사다. 

이날 행사에서는 구체적으로 ▲학생의 성장으로 공감하기 ▲교사가 실천한 학교교육에서 수업 평가 기록의 이야기 ▲입학사정관이 바라보는 수업 평가 기록에 대한 이야기 ▲향후 상호 협력과 실천을 위한 기대 등을 주제로 교원과 입학사정관이 평소 궁금한 점과 기대하는 점, 아쉬운 점에 대한 대화가 이어졌다.

교사가 입학사정관에게 기대하는 점을 적은 포스티잇. 사진=지성배 기자
교사가 입학사정관에게 기대하는 점을 적은 포스티잇. 사진=지성배 기자

교사들의 궁금증은 대학의 학생부 평가 방법과 기준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입학사정관이 추천서는 열심히 읽는지, 학생 성장 판단 기준은 무엇인지. 학생 선발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게 무엇인지 등을 물은 것.

반면 입학사정관들은 교사의 기록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특히 학생 성장 기록을 어떻게 남기는지, 학생 관찰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학생이 성장했음을 어떻게 반영하고 기록하는지 질문이 쏟아졌다. 또 교사들이 대학의 학생평가를 신뢰하는지, 1대 다수의 교육환경에서 성장과정 관찰이 가능한지, 대학이 학생 선발을 어떤 자료로 평가했으면 하는지 등의 질문도 많았다. 

 궁금증을 공유한 후 이들은 서로에게 바라는 점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고교 교사는 △학교 교육만으로 대학입시 준비를 잘 할 수 있기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학생을 대학이 선발하기 △학생 평가기준 자료 등을 대학이 제공해 주기 △성적뿐만이 아닌 다양한 부분 평가 등을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대학이 학생 평가기준과 결과를 공개하고, 학생의 다양한 면을 봐주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요약됐다. 

반면 입학사정관은 ▲활동과 기록의 일체화 ▲있는 그대로의 기록을 가장 많이 원했다. 또 교사는 학생들의 지지자·조력자·방향타로서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교사는 입학사정관이 학생 성장 가능성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많이들 궁금해 했다. 사진=지성배 기자
교사는 입학사정관이 학생 성장 가능성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많이들 궁금해 했다. 사진=지성배 기자

입시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아쉬움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 교사는 △대학별 전형의 복잡성  △입시 기준의 비명확성  △성적 위주 선발 등을 꼽았다.

특히 담당 학생 수가 많아 개인의 성장을 세세히 관찰·기록하기 어렵고, 다양한 입시 기준 숙지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입학사정관은 ▲성적위주 학생부 관리 ▲천편일률적 기록  ▲중하위권 학생의 면접 능력 저하 ▲행동발달 의견의 무성의한 작성  ▲학생부 기록이 입시기록으로 변해가는 현실을 아쉽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에서의 기록과 관리에 대한 불신이 읽히는 대목이었다.  

이어 학생에게 감동을 느낀 사례를 포스트잇에 적어 내는 과정이 진행됐다.

한 입학사정관은 “독서를 많이 했던 학생이었는지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한 자소서를 써냈다”며 “그 학생은 실제로 풍부한 독서량 때문인지 타 학생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답안을 제출해 당당히 합격했다”고 소개했다. 

이 외에도 사정관들은 기회균등전형 등으로 입학하는 사정이 좋지 않은 학생, 지역인재전형으로 입학하는 환경이 좋지 않은 학생, 사교육을 받지 않고 창의적 사고를 하는 학생 등이 기억에 남는다고 적었다.

교사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농어촌 등에서 자라 주변 환경이 좋지 않은 학생이 원하는 목표를 성취한 경우, 집안 환경이 좋지 않아 사교육을 못 받았지만 원하는 대학에 입학한 경우, 공부는 잘하지 못하지만 직업교육을 받고 직업 대학 진학에 성공한 경우 등을 사례로 꼽았다.

특히 건축학과 진학을 꿈꾸던 아이가 구제역으로 집에서 키우던 소를 잃게 되자. ‘동물과 사람이 함께 공존하는 건축을 하고 싶다’며 서울대 진학에 성공한 사례에는 박수가 쏟아지기도 했다.

15조 성신여고 이수정 교사는 “교사와 입학사정관 사이에 간극이 있을 줄 알고 걱정했는데 와서 이야기를 해보니 간극 보다는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 하나로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앞으로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 교육 관계자가 많이 모이는 기회가 많이 만들어지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다.

사진=지성배 기자
사진=지성배 기자

7조 이윤호 퍼실리테이터는 “오늘 이야기를 들어보니 교사와 입학사정관의 핵심 키워드는 ‘신뢰였다”고 말했다. 교사는 자신의 기록을 공정하게 평가하는지, 입학사정관은 교사들이 있는 그대로 기록했는지 궁금해 한다는 것.

이어 “오늘 우리 조는 이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에 초점이 모아졌다”면서 “의견이 부딪히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공정하고 객관적 상황에서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고 전했다.

‘2020년 보도자료 헤드라인 만들기’를 백미로 꼽았다. 그는 “우리 조는 ‘직업선호도 1위, 교사와 입학사정관’으로 정했다”면서 “직업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인정받길 바라는 마음이 느껴져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알렸다.

7조 최용걸 입학사정관은 “교사와 입학사정관이 우려하고 걱정하는 지점은 결국 ‘있는 그대로의 기록’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면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점점 발전하는 대안을 보며 관점은 다르지만 아이들만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다만 이들은 행사 진행에 있어 참석자를 좀 더 배려하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다. 오후 1시부터 시작된 토의 시간 조정 필요성과 2시간에 다루기에는 내용이 많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날은 학생성장을 위한 수업평가기록에 대한 제언도 받았다.

입학사정관들은 ‘기록의 양이 아니라 과정에서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알아보는 기록이 필요하다’, ‘관련학과 활동 후 아이가 얼만큼 성장했는지의 기록’, ‘그 학생만의 구체적 기록’, ‘학생 개개인의 관심과 열정 개성 진정성을 담은 학생부’, ‘세부능력특기사항의 구체적 기록’, ‘있는 그대로의 기록’이 이뤄지길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 입학사정관은 “선생님들께 기록에 대한 열정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체계적 기록 매뉴얼을 만들어 보급하고 우수 기록 사례를 공유해 토론하는 교사기록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교사들은 주로 학생 수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교사 1인의 평가 학생 수가 많아 제대로 된 관찰과 기록이 어렵다는 것. 또 학생 성장과정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수업이 필요하다며 입시와 별개로 고교교육 정상화 필요성, 학생부 내용과 양식에 대한 교사기록 권한의 자율성을 원했다.

총 630명의 고교 교원과 입학사정관이 만나 수업, 기록, 평가에 관해 평소 생각을 교류하는 이 행사는 이후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에서 개최된다.

사진=지성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