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윤성 경기 용신중학교 한문 교사

공윤성 경기 용신중 한문 교사
공윤성 경기 용신중 한문 교사

[에듀인뉴스] 중학교의 경우 한 학교당 한 교사만 있는 소수 교과인 한문. 신규 때와 두 번째 학교 근무할 때까지는 그냥 자신만의 어줍잖은 관점으로 교과서에 있는 내용만 열심히 학생들에게 전달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수업에 임하였다. 부끄럽게도 다른 선생님들의 자료와 수업 방법은 수업 참관에 다녀와서 자료나 얻어오고 가끔 필요할 때 보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다가 세 번째 학교 근무를 시작하는 10년 차 교사가 되면서부터 수업과 교육에 대한 관점이 해가 다르게 계속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점점 가속도가 붙어 빠르게 변화하는 교육 과정과 교육 환경, 교육관의 대내외적인 흐름은 교과서에 있는 내용만을 다 가르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나의 수업관을 바꾸었다. 

가뭄에 물을 구하는 농부처럼 나에게는 그러한 과정에서 일어나는 고민을 슬기롭게 해결해 볼 계기가 절실하게 필요하였다.

자발적 한문교과 학습공동체 '도도녀'를 결성하다

그리하여 2013년 경기도한문교과연구회에서 개최하는 연수년 연수를 신청하고 연수가 끝날 시점에 나를 포함해 뜻을 같이한 7명 한문 교사들이 그 해 여름 한자리에 모여 ‘도도녀’라는 자발적 한문교과 학습공동체를 결성, 첫 모임을 하게 되었다.

교육 경력도 다르고 근무하는 지역과 학교도 각기 달랐지만 한문 수업에 대한 반성과 변화의 필요, 그리고 학생들에게 어렵고 생소한 교과라는 생각을 깨뜨려 흥미롭게 접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수업에 대한 갈증으로 모였기에 꾸준하게 모임을 이끌어 왔고 드디어 6년이 되어가는 올해 15명 정도의 수업 모임으로 성장했다.

2013년 8월부터 지금까지 도도녀 한문 교사들은 매월 1회 한문 수업 및 평가, 독서, 교사 활동을 함께 고민하고 나누고자 선생님들의 학교, 카페 등을 모임 장소로 하여 수업자료, 평가문항, 수업 경향 등을 공유해 왔다.

2016년부터 2017년까지는 그간 축적된 도도녀 교사들의 한문 관련 수업 자료와 방법 등을 자유학년제 수업 운영 체제에 적용해 볼 수 있도록 한 자유학년제 한문교사연구회 우분트로 전환·운영했고, 2018년부터는 다시 도도녀라는 이름으로 되돌아와 계속 함께하고 있다.

수업나눔으로 교학상장(敎學相長)하는 도도녀 한문선생님들. 사진=공윤성교사
수업나눔으로 교학상장(敎學相長)하는 도도녀 한문선생님들. 사진=공윤성교사

도도녀의 활동 흐름을 살펴보면 신학년도를 준비하는 2월 중 모임에서는 그해의 평가 계획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무면서 수업의 밑그림을 그려보고 올해 모임의 방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학기 중에는 선생님들이 개발한 다양한 수업 모델을 소개하고 수업 및 평가 자료를 경기도 한문교육연구회 카페나 도도녀 카페, 밴드, 카톡방 등에 올려 공유하여 보완할 점에 대해 활발하게 의견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적절한 시기에 수업 공개를 실시한 후 수업에서 배워야 할 점, 보완할 점 등을 다른 학교 한문교사들과 협의회 자리에서 논의하여 자신의 수업에 적용해 보는 노력을 한다.

또한 매해 4월 중 개최되는 경기도 한문교사 총회와 방학 즈음 개최되는 세미나에 함께 참석하여 연구회 활동을 소개하고 수업 실천 사례를 더 많은 한문 선생님들과 나누고 있다.

최고의 기억 한시 수업 공개..."성취감과 자신감 고양"

모임의 나날과 시간이 매우 소중하여 많은 순간이 기억에 남지만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2017년 가을 조선 시대 정도전이 지은 ‘방김거사야거(訪金居士野居) 한시 수업 공개를 하고 도도녀 선생님들 및 다른 학교 선생님들과 협의회를 하여 피드백을 받은 일이다.

정해진 한자 글자 수에 시공간이 다른 옛사람의 생각과 감회를 담은 한시 수업을 어떻게 하면 학생들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을 참 많이 해보았다. 생각 끝에 도도녀 선생님들의 여러 수업 자료를 참고하고 블로그 운영을 통해 친해진 어느 선생님의 야외 수업 아이디어를 한시 수업에 적용하여 보았다.

가을날 교정의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아 모둠 친구들과 그림을 그려 시상을 고취하는 야외수업을 사전에 실시했고, 공개 수업 당일에는 모둠별 릴레이 한시 풀이로 재미를 더하는 수업을 진행하였다.

수업 후 다른 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학생의 관점에서 한시의 감수성을 함께 느끼고 풀이와 이해의 즐거움을 생각해 볼 수 있는 협의회를 하면서 선생님들의 피드백을 받고 성취감과 자신감이 고양되는 것을 깨달아 참 뿌듯하였던 기억이 생생하다.

방김거사야거(訪金居士野居 – 시골에 사는 김거사를 방문하다) 한시 공개수업. 사진=공성윤교사
방김거사야거(訪金居士野居 – 시골에 사는 김거사를 방문하다) 한시 공개수업. 사진=공윤성교사

'도도녀'로 만난 다양한 수업 모임..."수업 변화의 훌륭한 밑거름"

이러한 활동 덕분에 나는 더 많은 한문 선생님을 알게 되었고, 수업 자료와 사례 공유도 더욱 활발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평소 좋은 수업 참고 자료들을 보내주시는 또 다른 선생님들 덕분에 자연스럽게 전국의 한문교사들과 수업 자료를 공유하고 애환을 나누는 '한문E채널 밴드', 수업과 평가에 대한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교사와 모든 학생이 행복을 추구하는 교과를 넘어선 선생님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교수-평가 일체화 대화방'도 만나게 되었다.

이 커뮤니티들로 인해 수업 모임 도도녀 외에도 더 많은 수업 사례와 자료, 다른 교과 선생님들의 좋은 의견 및 생각을 받아들여 수업에 적용해 볼 수 있게 되어 행복하다.

그뿐만 아니라 수업 자료 공유와 수업 기록을 위한 ‘어쩌다 한문 선생님’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알게 된 여러 한문 선생님의 좋은 자료들도 수업 변화의 훌륭한 밑거름이 되어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올해 들어서는 교수-평가 일체화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 된 학생 참여수업 모임에 월 1회 참여하여 각기 다른 주제의 레시피로 요리된 훌륭한 수업 노하우와 사례들을 만나고, 전국의 다른 교과 선생님들과 수업을 구안하는 행복한 한 해를 보내게 될 것 같다.

이 모든 수업 사례는 한문과 선생님들과도 공유해 더 멋지고 좋은 수업을 생각해보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자 한다.

자료 공유와 수업 공개..."집단 지성의 힘은 위대하더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여러 수업모임에서 다른 선생님들과 수업 사례와 자료를 공유하고 수업을 공개하는 것은 교사 자신에게 자신감과 성취감을 크게 심어준다. 수업에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고민과 학습 활동지나 자료를 제작하는 과정에서는 힘들기도 한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여러 어려움을 만날 때면 '과연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인가'하는 생각에 망설임도 크지만, 수업을 실천해 많은 교사와 공유하거나 공개하면 해냈다는 뿌듯한 성취감이 내 마음을 채운다.

또한 다른 선생님들의 고견과 사례를 만나 자신의 수업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집단 지성의 힘은 위대하다는 것도 다시 한번 깊이 깨닫게 되었다.

이 맛에 수업 모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나는, 앞으로도 다른 선생님들이 어떤 좋은 사례를 공유했는지 궁금증으로 매일 매일 하루를 열면서 수업을 준비하고 나눔을 계속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