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교총 회장선거 핑계로 강원 산불 외면?
[취재노트] 교총 회장선거 핑계로 강원 산불 외면?
  • 지성배 기자
  • 승인 2019.04.2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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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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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영국 시인 T·S 엘리엇은 ‘황무지’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망각의 눈이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가냘픈 생명을 키웠다”고 읊조렸다. 척박한 땅에서 생명이 움트는 과정의 처절함이 느껴지는 표현이다.

4월은 정말 잔인한 달인가. 또, 강원도 동해안 일대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4월4일 밤 강원도는 고성, 삼척, 속초, 강릉  등의 도시가 불탔다. 화마는 경북 울진군 일부까지 삽시간에 태워버렸다. 2005년 천년고찰 낙산사를 잿더미로 만든 양양 산불도 4월4일에 일어났다. 이 뿐인가. 1996년 3762ha를 태운 고성 산불, 2000년 고성·삼척·동해·강릉·울진 등 2만3794㏊를 태운 사상 최대 동해안 산불도 4월에 발생했다. 

이번 산불로 강원 동해안 지역은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그나마 우려했던 것보다 빠르게 진화된 게 다행이다. 전국에서 달려와 밤새워 진화에 나선 소방대원, 지역 주민, 공무원들의 헌신적인 진화작업 덕분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산불 피해 현장을 찾았고, 피해지역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실제 이번 산불로 1명이 사망하고 10명 부상당했으며 4000여명이 대피했다. 속초지역 내 25개 학교는 5일간 휴교에 들어갔고, 건물 516채와 주택 125채 전소되는 최악의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집 일부가 소실되거나 전소된 학생은 57명이고 교직원은 15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여의도 면적의 두 배, 축구장 면적의 735배에 달하는 산림 피해도 입었다.

그러나, 엘리엇이 읊조린 것처럼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듯 산불피해 지원을 위한 정성은 산불보다 더 뜨겁게 타오른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단체, 기업, 연예인은 물론 초등학생까지 구호품과 성금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국내외도 가리지 않고 정성을 보태고 있다. 일본의 록그룹 엑스재팬의 리더 요시키도 강원 산불 피해지역 아이들을 돕기 위해 1억원을 기부했다.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이 18일 오후 1시 강원도교육청을 방문해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에게 강원도 산불로 인해 피해를 입은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한 장학기금을 전달하고 있다. 2019.04.18(사진제공=전교조)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이 18일 오후 1시 강원도교육청을 방문해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에게 강원도 산불로 인해 피해를 입은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한 장학기금을 전달하고 있다. 2019.04.18(사진제공=전교조)

국내 교원단체, 교원노조도 온정의 손길을 보냈다. 가장 먼저 서울교사노조 등 교사노조연맹(위원장 김은형)이 17일 972만4500원의 성금을 모아 산불 피해를 입은 강원 고성군 인흥초등학교를 방문해 피해학생 2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전교조(위원장 권정오) 역시 18일 강원교육청을 찾아 산불피해를 당한 학생들을 위해 써 달라며 3388만5000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실천교육교사모임(회장 정성식)도 19일 모금을 완료하고, 곧 기부에 동참해 봉사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이들은 “산불 피해를 본 주민과 학생들이 하루속히 피해의 고통에서 벗어나 평온한 생활로 돌아오길 기원한다”(교사노조연맹), “산불로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며 피해 학생들의 지속적인 배움을 지지하고 응원한다”(전교조), “산불 피해를 입은 강원도민 여러분 힘내라. 함께 힘을 모으겠다”(실천교사)며 아픔을 나누고 있다.

그런데, 유독, 그동안 최대 교원단체라고 자부해 온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의아했다. 취재결과 교총 관계자는 "내부 사정이 있어 성금 모금에 나서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내부사정은 "교총 회장 선거"라고 말했다. 교총은 3년마다 회장선거를 한다. 오는 6월 제37대 선거를 한다. 선거 전 60일부터 현직 회장은 공식적인 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과연 그런가. 피해를 입은 학생, 교사들과 마음을 나누는데 회장이 자리에 있어야만 가능한 것일까? 마음을 나누는데 내부 선거가 걸림돌이 된다면 그 선거가 진정 공적 조직을 위한 것일까? 선거는 사람의 마음을 얻은 것을 확인하는 시스템에 불과하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김상근 저)에는 350년에 가까운 세월을 군림한 명문가인 동시에 세계 최고 부자인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을 소개하는 내용이 나온다.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한 결과 부와 권력을 얻었고 언제나 몸을 낮춰 대중의 편에 서고자 했던 결과 최고의 통치자가 되었다고 말한다.

정성식 실천교사 회장과 김은형 교사노조연맹 위원장은 교총에 다음과 같은 바람을 전했다.

“우리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활동으로 성장해나갈 것이다. 국민이 힘들어할 때는 교원단체시행령 반대 등 (교총이 자신의 기득권) 수호에 집착하기 보다 함께 손잡고 국민에게 온정을 베푸는 교원단체로 성장하자.”(정성식), “한국의 가장 큰 교원단체로서 견디기 어려운 큰 아픔을 겪은 학생과 교사, 학부모에게 작은 위로라도 줄 수 있길 희망한다.”(김은형)

교총에게 묻고 싶다. 국가적 재난이 발생한 지금, 교총이 국민 마음을 얻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회원 마음을 얻으려면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지, 다른 교원단체 및 교원노조 모금 활동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진정 교총 회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는지... "그대들은 무엇을 하고 싶소?".  

지성배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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