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전광진의 하루한자' 기사 캡쳐
에듀인뉴스 '전광진의 하루한자' 기사 캡쳐

[에듀인뉴스] 올해 대학을 입학한 아들 녀석에게 큰 걱정거리가 생겼다. 당장 내일 한자시험이 있는데 빵점 받을 거란다.

밤새도록 "후유" 한숨을 몰아쉬며 분에 못 이겨 책상을 두드리더니 이젠 자포자기 상태란다. 과연 얼마나 어려운 한자이길래 살짝 들여다보니 내가 중학교 때 배운 정도의 한자다.

가소롭다 못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 정도면 세 시간만 집중해서 공부하면 된다"라고 했더니 그것은 자신에게는 고문 수준의 지겨운 공부란다. 이과라서 원래 외우는 것은 딱 질색인 아들에게 단순 암기 위주의 한자 벼락치기 공부가 통할리 없다.

"선생님, 이 글자 알아요."

초임 시절 아침에 출근하면 칠판에는 언제나 漢字(한자) 한 글자를 써 놓았다. 비록 1학년이라고는 하지만 1년이면 200자 정도를 익힐 수 있으니 그런 논리라면 6년 동안 1000자 익히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일 것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오늘 써놓은 글자는 東(동)이라는 글자였는데 1학년인 아이가 이 글자를 알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큰소리로 말한다. 주간 학습 안내에도 한 글자씩 써놓지만 아침 자습으로도 한글자 당 10번씩 쓰도록 했더니 3월부터 시작한 공책이 꽉 찰 정도다. 매일 검사해준 흔적을 보고 있노라면 기분까지 좋아지고 가르치는 일의 보람을 느낀다. 

한자교육의 시기와 필요성에 대해 많은 의견들이 있고 한자 폐지론까지 주장하면서 한글 전용을 외치기도 했었다. 그런데 요즈음 젊은 학생들의 한자 실력이 저하된 것 같아 안타깝다. 

한자는 뜻글자이기 때문에 한 글자를 배우면 그에 따른 轉移效果(전이효과)도 커서 다른 분야의 학습에도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초등학교 시기에 한자교육은 중요하다. 한 글자씩 알아갈 때마다 느끼는 성취감은 학업성취 의욕과 학습 동기유발에도 효과적이다. 게다가 참을성을 기르고 조상들의 슬기와 지혜를 배울 수도 있으며 일본어와 중국어를 배우는데도 도움이 된다. 

국제화 시대에 대한민국이 경쟁력 있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방법의 한자교육이 초등학교에서부터 이루어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