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교육청 도제학교 실태조사...학생들 "주로 허드렛일만" 44%
교사 56% "기업체 발굴, 업무 과중" 69% "교육과정 부합 안돼".

도제학교 실습학생의 그림. (자료=전교조)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학습과 일을 병행하는 산학일체형 도제(徒弟)학교에서 학생들이 주로 하는 일은 청소와 허드렛일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전남교육청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운영 전면 실태조사 TF는 23일 ‘전남지역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실태 보고 및 현장실습 대안 정책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도제학교 실태조사 TF는 지난해 10~12월 도내 16개 도제학교 참여 학생 644명 가운데 75%인 48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교사와 참여 기업 면담, 방문 조사 등을 포함한 도제학교 사업에 대한 광역단위 실태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학생들은 기업에서 주로 하는 일을 ‘기타, 청소, 허드렛일’ 순으로 꼽았다.

기업에서 주로 하는 일 3가지를 쓰라는 질문에 학생들은 박스 옮기기, 창고정리, 지게차 운전 등을 43.9%(455명)가 꼽았다. 이어 청소 20.4%(212명), 허드렛일 12.1%(126명), 조립 5.0%(54명), 포장 4.2%(44명) 순이었다. 

학생들이 참여한 도제분야로 용접, 절삭, 전자응용개발, 조리, 미용 등이었으나 실제로 하는 일은 청소, 허드렛일, 포장, 조립 등에 그쳤다는 것.

또 현장에서 학생들이 위험한 작업 환경에 노출됐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일하다가 다칠 수 있겠다’고 느낀 적이 있다는 학생이 응답자의 65.2%(301명), ‘일하다 다친 적이 있다’(친구 포함)고 답한 학생은 33.7%(155명)에 달했다. 최근 1~2년 사이 사고 또는 질병 경험이 있느냐는 물음에 “있다”고 답한 학생도 15.0%(66명)였고, 이 가운데 8명은 ‘(사고 또는 질병 경험이) 4회 이상’이라고 답했다. 

학생들은 도제학교 제도의 강점으로 알려진 ‘참여기업 채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 채용되느냐는 질문에 ‘채용될 예정’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7.4%(127명)에 그쳤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자는 35.4%(164명), ‘모르겠다’ 37.1%(172명)로 나타났다. 도제학교 3학년 학생(237명)을 대상으로 ‘다시 1학년 혹은 2학년이 된다면 도제반을 선택하겠느냐’는 설문에는 절반이 넘는 53.2%(126명)가 선택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도제학교 교사(도제부장)들의 경우 56.2%가 기업체 발굴과 업무 과중에 따른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68.7%는 '도제교육 과정이 학교 교육과정에 부합하지 않다'고 답했다.

전교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교육부는 산학일체형 도제교육훈련, 일·학습병행제를 당장 중단하고 학교가 중심이 되는 직업교육 정상화 대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도제훈련을 통한 기술 전수 방식은 스위스와 독일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학교는 교육기관이며, 실습 역시 교육과정 일환으로 2주 이내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는 특성화고 1학년 학생 중 희망자를 선발해 2학년부터 운영하며, 기업으로 출근하는 날은 학교 출석을 인정한다. 2017년 기준 광주 4개교, 전남 16개교 등 전국 특성화고 198개교가 도제학교 사업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