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선의 수업나눔] "틀려도 괜찮아, 예쁘게 꾸미지 않아도 돼"...혁신학교 제안수업 참관기
[유희선의 수업나눔] "틀려도 괜찮아, 예쁘게 꾸미지 않아도 돼"...혁신학교 제안수업 참관기
  • 정하늘 기자
  • 승인 2019.04.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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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선 경기 양오중학교 수석교사

A 여중 모둠 협력수업..."함께해 부족한 학생도 헤매지 않아"
'날 것'의 역동과 에너지..."하브루타가 몸에 밴 아이들"
'오늘'을 되살리는 역사 수업..."학생들 비판적 사고력 자극"

수업친구와의 수업나눔은 내 수업을 거울로 비춰보는 작업이다. 수업친구는 내 수업의 민낯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안전지대이며, 나의 수업고민을 깊이 성찰해주고 함께 성장해가는 제일 가까운 수업코치다. 수업자의 시선으로 수업을 바라봐준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수업나눔의 기회를 수업성장의 디딤돌로 삼으려면 의미있는 장면을 놓치지 않는 수업보기의 안목과 진정성 있는 수업친구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에듀인뉴스>에서는 더 좋은 수업을 위해 고민하고 준비하는 선생님들의 열정과 수고를 응원하고, 비슷한 고민과 관심을 가진 선생님들을 위해 ‘유희선의 수업 나눔’을 기획했다. 

유희선 경기 양오중 수석교사
유희선 경기 양오중 수석교사.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 연구회 부회장. '수업이 즐거운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2018년)' 공저자

[에듀인뉴스] 혁신학교 A 여중의 제안수업을 참관할 기회가 주어졌다. A 여중은 9시 등교를 이끌어냈던 학생중심 정책의 발상지로 유명해진 학교다. 경력 19년차 역사 선생님의 ‘고조선의 건국’을 다루는 수업을 참관하고, 참관하신 선생님들과 수업 나눔을 갖기로 했다.

수업 전 복도에서 마주친 학생들의 모습은 활기찼고, 청소 지도하시는 선생님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며 자유스러워 보였다. 외부에서 오신 선생님들을 포함해 많은 선생님에게 공개하는 수업을 앞둔 긴장감이나 경직된 분위기가 아니라 다행이었다.

선생님의 수업은 모둠 협력을 바탕으로 함께 교과서를 읽고 Key Word를 찾아내 마인드맵으로 정리한 다음 선생님이 제시해준 Big Question을 주제로 모둠토론 해보는 것이다.

선생님은 거꾸로 수업에 관심이 많으셨던 분이라 그런지 평소에도 블로그 활동을 통해 읽기자료를 공유하고 학생들이 올린 자료에 피드백을 해주신다고 한다. 그날도 수업의 도입 부분에 선생님 블로그에 올려진 학생들의 질문과 조사 자료를 프로젝션 TV 화면에 띄워놓고 배움을 열어주셨다.

선생님의 스마트폰이 미러링 되자 학생들의 집중도가 높아진다.

선생님은 교과서 3쪽 분량을 친구들과 함께 읽으며 소단원마다 찾아야 할 키워드 개수를 정해주셨다. 그리고 4절지 크기의 스케치북에 키워드를 중심으로 마인드맵을 작성하게 하셨다. 키워드는 육각형으로 오린 색종이에 사인펜으로 글씨를 써서 붙이게 했다. 키워드를 중심으로 모둠원 각자 자기가 앉은 위치에서 동시에 내용을 정리해갔고, 스케치북에 자신의 영역을 구획하고 그 밑에 자기 이름도 쓰게 하셨다. 모둠 활동에서 드러난 역할분담을 반영한 과정중심평가를 염두에 두신 것 같았다.

색종이 헥사에 키워드를 써서 붙인 뒤 각자의 위치에서 마인드맵 활동 중인 학생들. 유희선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색종이 헥사 없이도 마인드맵을 할 수 있지 않냐"고 묻자 학생들은 "선생님이 오려주신 헥사가 훨씬 시각적인 효과도 있고 입체감도 있으며 집중이 잘된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사진=유희선수석교사
색종이 헥사에 키워드를 써서 붙인 뒤 각자의 위치에서 마인드맵 활동 중인 학생들. 유희선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색종이 헥사 없이도 마인드맵을 할 수 있지 않냐"고 묻자 학생들은 "선생님이 오려주신 헥사가 훨씬 시각적인 효과도 있고 입체감도 있으며 집중이 잘된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사진=유희선 수석교사

학생들은 서로 자기가 생각하는 핵심 단어에 밑줄을 치고 어떤 것이 더 중요할지 서로 의논하며 마인드맵을 작성해나갔다. 그런데 키워드를 찾아내고 연결해가는 과정이 구성원의 수준이나 개성에 따라 각양각색이었다.

선생님의 수업고민이기도 했던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은 키워드를 찾아내기도 어려울 수 있는데, 친구들과 의논해서 키워드를 찾다 보니 조금 부족한 학생도 혼자 헤매지 않아도 된다. 또 스케치북을 돌려보며 한 친구가 정리한 내용을 다른 친구가 수정·보완할 수도 있다.

선생님은 “틀려도 괜찮아, 예쁘게 꾸미지 않아도 돼”라며 친절한 말투로 격려해 주셨다.

A 여중의 제안수업이나 모둠활동은 꾸미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라 ‘날 것’의 역동성과 에너지가 느껴진다. 학생들의 모둠활동은 참관하시는 선생님들의 접근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깨어있었다.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해 솔직했으며 ‘모름’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옆에 앉은 친구는 얼마든지 적극적으로 대답해주고 가르쳐주었다. 하브루타가 수업 모형이 아닌 몸에 밴 수업 습관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선생님의 색종이 헥사는 마인드맵의 키워드를 부각하는 용도로 늘 준비되어 있었고, 4절지 크기의 스케치북은 보석맵을 따로 만들어 쓰는 번거로움을 줄여 활용도를 높였다. 시간 대비 가성비도 높인 셈이다.

선생님은 Big Question으로 ‘석기시대에서 청동기·철기 시대로의 변화에 따른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제시하셨고, 찬반토론은 모둠토론을 거쳐 전체토론으로 진행하셨다.

전체토론 진행은 선생님이 아닌 학생이 맡았다. 지난 학급회 임원 선출 때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 학생이라 했다. 칠판에 찬성과 반대 관점을 나누고 자신의 의견에는 반드시 이유를 말하게 했다. 학생들은 시대가 진화하며 변화한 데 따른 긍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편하고 풍요롭게 발달한 문명에 대한 찬성 의견이라고 볼 수 있다. 드물게 부정적인 의견이 나왔는데 계급이 생겨나고, 전쟁이 늘고, 빈부격차가 커졌다는 의견이었다.

우리나라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영상을 보여주며 수업을 마무리 하시는 선생님. 사진=유희선수석교사
우리나라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영상을 보여주며 수업을 마무리 하시는 선생님. 사진=유희선 수석교사

선생님은 영상 자료로 1950년대 우리나라 모습을 담은 흑백 사진과 현재의 모습을 담은 컬러 사진을 보여주셨다. 가난하지만 빈부 차가 크지 않았던 그때와 산업화 및 현대과학의 발달로 잘살게 되었지만 양극화가 심해지고 전쟁의 위협이 커진 오늘날의 사회상을 비교해주셨다.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력을 자극하며 이 시대를 사는 역사 교사로 학생들에게 전하고픈 신념을 담은 메시지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 옛적 이야기가 오늘날과 연결되고 닮아있고 되풀이된다는 게 신기하고 흥미 있다”는 한 학생의 수업 소감을 수고하신 선생님께 선물로 드리고 싶다.

정하늘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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