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방과후학교] ②방과후학교, 법이 필요하다
[위기의 방과후학교] ②방과후학교, 법이 필요하다
  • 정하늘 기자
  • 승인 2019.04.2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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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지부장

[에듀인뉴스] 방과후학교가 위기다. 참여율은 점차 줄어들고, 종사하는 강사들도 학교를 떠나고 있다. 민간업체에 위탁해 맡기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학교가 아닌 지자체와 지역사회에 맡으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 사교육비를 줄이고 교육격차를 해소하자는 취지로 시작해 십수 년째 운영하고 있는 방과후학교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에듀인뉴스>가 이진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장과 함께 방과후학교의 현실과 문제점을 5회에 걸쳐 짚어본다. 

2016년 11월19일 열린 국회 ‘방과후학교 법안제정 토론회’. (사진제공=이진욱) 

지난 2016년 11월19일 국회에서 조승래 의원, 유은혜 의원(현 교육부 장관)과 함께 주최한 ‘방과후학교 법안제정 토론회’가 있었다. 여러 방과후학교 강사들과 관계자들이 참석해 방과후학교도 관련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토론을 한참 벌였다. 그로부터 3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2017년 경기도와 세종시에서 방과후학교 운영 조례가 통과했으나 경기도에서는 교육감이 재의 요청(대통령의 법안 거부권과 같음)을 해 부결되었고, 세종시에서는 교사들이 반발해 무효소송까지 하고 있다. 방과후학교에 법적 근거를 두는 일이 이렇게 험난하다.

방과후학교는 관련법이 없다. 교육부 고시와 각 시도교육청의 ‘방과후학교 가이드라인·길라잡이’ 지침서를 근거로 운영된다. 법이 아니기에 강제성이 없다. 강사들이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가이드라인을 지키라'고 노조에서 학교에 요구한 적도 종종 있었지만 강제성이 없으니 한계가 있다.

교사들과 일부 단체들은 방과후학교의 자율성과 부담을 이유로, 또 근거가 되는 상위법이 없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학교 자율로 필요에 따라 탄력 있게 운영해야 하는 것이 방과후학교의 취지인데 조례로 강제성을 두면 그러지 못한다는 이유다. 

경기도에서 교육감이 재의 요청을 한 이유도, 세종시에서 소송까지 한 이유도 같다. 교육적인 또는 업무적 이유를 들고 있으나 사실상 교사와 관리자들이 ‘부담을 지기 싫다’는 것이 솔직한 속내로 보인다. 탄력 있게 운영해야 한다는 것은 곧 하기 싫다는 말이다. 방과후학교까지 법으로 근거를 두어 부담을 져야 하냐는 생각이다.

하지만 조례의 내용은 대단하지 않다. 이미 잘 시행되고 있는 각 시도교육청의 방과후학교 가이드라인, 길라잡이 내용에서 한 치도 벗어난 것이 없다. 핵심적 내용만 짚어 정리한 ‘요약본’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다만 현장에서 늘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어 최일선에서 일하는 약자인 방과후학교 강사들이나 업무 보조인력(코디)들이 늘 겪는 부당함과 피해를 줄이고 좀 더 나은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정, 소박한 바람을 담은 것일 뿐이다. 이조차도 자율적으로 탄력 있게 운영해야 하니 반대한다는 말은, 곧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늘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고 강사들이 부당하게 해고되거나 피해를 보고 수업이 중단되는 일이 있어도 모른척하겠다는 말이다.

사진=아이엠스쿨 

또 이로 인해 학교장과 교육감의 책무가 강화되고 일선학교 교사들의 업무가 더욱 부담될까? 세상에 없었던 혁신교육지구나 무상교복 같은 ‘책무’가 있는 조례를 교육청과 교육감들이 스스로 만들기도 하는데 이미 잘 시행되고 있는 방과후학교가 뭐라고 엄청나게 막중한 ‘책무’라도 된단 말인가. 

또 교사 업무 부담이 늘고 운영의 자율성이 침해된다는 주장 역시 근거가 없다. 이미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업무가 더 늘어날 것이 뭐가 있단 말인가. 오히려 법적 근거를 두면 인력이든 예산이든 제도든 지원할 수 있는 바탕이 되어 업무 부담을 덜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상위법 없이 조례 먼저 만들고 시행한 일도 많이 있었다. 지금은 보편화된 무상급식도 그랬고, 여러 지역에서 시행되는 무상교복도 그렇다. 경기도교육감이 의욕적으로 조례도 만들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하는 ‘꿈의 학교’도 있고, 서울의 ‘혁신교육지구’ 조례도 있는데, 십수년째 잘 해온 학교 안 교육인 방과후학교에 대해서만 왜 ‘상위법이 없는 조례이니 무효’라고 소리높여 주장을 하는가. 

유치원 3법이 그랬듯 국민들의 큰 관심이 쏠려있고 제법 힘이 있는 집단이 관여해야만 법이든 조례든 정석으로 받아들여진단 말인가. 아니면 방과후학교 관련 조례 내용이 일반적 상식에 어긋나거나 누구에게 큰 피해를 주기라도 한단 말인가.

위법함 또는 위법 아님...엇갈리는 법적 의견 

당시 전교조가 세종시 조례를 민주노총 법률원에 의뢰해 받은 의견서에서는 ‘위법함’이라는 의견을 받았다. 하지만 우리 노조가 경기도 조례를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에 의뢰해 받은 의견서에서는 ‘위법하지 않음’이라는 의견을 받았다. 두 조례의 내용은 거의 비슷하거나 경기도 조례가 세종시의 것보다 좀 더 세부적이고 강제성이 있는 조항들이 많다. 의뢰기관의 요구에 따라 ‘위법’과 ‘위법 아님’ 의견이 갈리는 아이러니이다. 결국 이 문제는 정치적, 사회적인 대화로 풀어야 할 숙제다.

지금까지 국회에서는 방과후학교 관련 법안이 몇 차례 발의되었다.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으로 몇 개 조항을 추가한 것도 있었고, 별도 법안을 발의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모두 관심을 받지 못하고 논의도 되지 않고 묵혀두고 있거나 폐기되는 수순을 밟았다. 굵직한 교육 관련 현안들에 가려 큰 관심을 받지 못했고, 이런저런 반대를 하는 이들도 많았다.

이제는 방과후학교 법에 대해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사회적인 논의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교사들의 노조나 단체들도 다변화되고 있고, 학교에서도 ‘자치’의 바람이 불고 있고, 여러 다양한 교육이 학교 안팎에 만들어지고 있고, 이들은 대부분 법이든 조례든 근거가 있는데, 90년대 특기적성교육, 특별활동부터 진화해 온 터줏대감인 방과후학교가 아무 근거 없이 표류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방과후학교 업체위탁이 좋다고 하는 이들도, 방과후학교를 지자체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방과후학교 그 자체를 없애자고 하지는 않는다. 방과후학교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곧 없어질 조짐도 이유도 없다. 그렇다면 법이든 조례든 최소한 근거를 두어야 마땅하다. 방과후학교 법적 근거를 두는 일에 대한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이유는 없지 않은가.

이진욱&nbsp;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지부장
이진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지부장

# 연재 순서 ①방과후학교도 공교육이다 ②방과후학교, 법이 필요하다 ③방과후학교, 착한 위탁은 없다 ④방과후학교, 덴마크 따라 지역사회로? ⑤방과후학교 강사도 노동자다 .

 

정하늘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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